[Case Study] 이메일 하나 바꿨을 뿐인데

    • 0

    입력 2013.04.13 03:28

      포스코 회사 메일, 지메일로 바꾸며 업무 속도 두 배로… 전세계 4억명이 쓰는데 보안은 괜찮을까
      이메일·일정 관리·웹하드…하나의 솔루션으로 통합
      상사의 비는 시간 바로 알고 이메일 결재로 대기 사라져
      일부 정보 구글 서버에 남아 보안 유지 문제는 과제로

      최근 포스코의 평균 의사 결정 시간이 63% 단축되며 업무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졌다. 과거 업무 결재에 20여시간 소요되던 것이 절반 정도로 줄었으며, 출장 비용도 30% 감소했다. 사원들은 "업무 중 시간 낭비가 확실히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가 회사 기본 이메일 시스템을 구글의 지메일(gmail) 기반으로 바꾼 게 단초가 됐다고 한다. 이메일 하나 바꿨는데 어떻게 업무 속도가 달라지는 것일까?

      포스코 사원들의 이메일은 작년 12월을 기해 전 세계 4억2500만명이 사용하는 지메일 기반으로 바뀌었다. 이메일 계정은 여전히 '~@posco.com'으로 돼 있지만 로그인하면 구글 지메일 화면이 펼쳐진다. 기능과 레이아웃은 물론 상단의 메뉴까지 모든 것이 지메일과 같다. 구글 검색, 이미지, 동영상(유튜브), 드라이브, 캘린더 등 메뉴가 있다. 왼쪽 위에 구글 로고 대신 포스코 로고가 뜨는 것만 다르다.

      ◇지메일로 업무 속도가 빨라졌다?

      포스코는 작년 12월 구글의 기업용(B2B) 솔루션 '구글 앱스'를 기반으로 한 회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인 '포스피아 3.0'을 출범시켰다. 직장 생활 대부분을 구성하는 이메일, 일정 관리, 웹하드, 메신저, 업무 결재 등의 시스템을 하나의 솔루션으로 통합한 것이다. 국내 대기업이 전사(全社)적으로 구글 기반 회사자원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포스코가 처음이다.

      과거 포스코의 이메일은 한 외부 업체가 제공했고, 업무 결재는 자체 시스템을 이용했으며, 일정은 부서마다 제각각 관리했다. 해외 50여개국 197개 법인에서 근무하는 3만여 포스코 임직원 간 소통의 측면에서는 혼선이 빈발하는 구조였다.

      요즘 포스코 사원들은 지메일의 스마트폰 연동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메일을 체크한다. 지메일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일정 관리를 통해 사내 모든 임직원의 일정을 공유한다. 상사에게 보고해야 할 일이 생기면 사내망에 접속해 일정표의 빈 시간대를 클릭, 당일에라도 미팅을 예약할 수 있다. 한 과장급 사원은 "예전엔 외출한 상사가 언제 돌아올지 몰라 급히 결재받을 일이 있으면 비서실을 재촉하거나 사무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이제는 일정을 모두 공유하고 이메일로 결재를 받을 수 있어 쓸데없이 대기하는 시간이 없어졌다"고 했다. 개발에 참여한 박현수 팀 리더는 "윗사람들이 적시에 보고를 받고 결재든 승인이든 반려든 빨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돼 회사 전체의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포스피아 3.0 추진실이 이달 초 사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가 업무 속도 개선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회사 정보를 외부에 옮기는 리스크에 대해선 논란 여지

      포스코의 새로운 회사자원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구글과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지난 2010년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2020년 포스코가 사용할 데이터양이 현재의 44배에 달해 폭주 우려가 있다"는 실무진의 보고를 받고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처음엔 회사 기밀이 담긴 중요한 내부 문건을 클라우드라는 외부 저장소에 이관한다는 데 대해 우려가 컸다. 특히 해외 지사 간 이메일을 주고받을 일이 많은 포스코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이 과연 안전할지 논의가 오갔다. 포스코는 구글 기반 솔루션을 사용하되 구글로부터 관리자(admin) 기능을 위임받아 민감한 문건은 직접 관리하기로 협의했다.

      따라서 포스코 사원들이 지메일을 쓰더라도 첨부파일 등 사내 문건은 포스코의 IT 엔지니어링 계열사 포스코ICT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 서버에 업로드 된다. 이메일상으론 중앙 서버에 연결해주는 링크만 오가기 때문에 보안 등급이 없는 사람은 중앙 서버에 등록된 첨부파일을 열어볼 수가 없다.

      우려는 남아 있다. 사원들이 주고받는 이메일 내용 자체는 구글 서버에 기록이 남는다. IT 보안 전문가인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비록 일부분이지만 우리나라 핵심 대기업의 정보가 외국 서버에 저장된다는 점은 염려스럽다"고 했다. 김 교수는 "보안이란 '만의 하나'란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인데, 미국 정부가 구글을 압수 수색하거나 미국 정보기관이 포스코의 정보를 빼가려 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포스피아 3.0 추진실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해킹 공격을 볼 때 서버를 국내에 둔다고 해서 특별히 안전하다는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세계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구글의 서버를 이용하는 게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PC 대신 온라인에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접속해 사용하는 서비스. 값비싼 전산 장비를 사지 않고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의 서버와 소프트웨어, 저장 공간 등을 빌려 쓰고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낸다. 복잡한 전산 시스템이 구름 속에 있는 것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