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된 영상보다 실시간 동영상 평균 시청 시간이 18배 길어"

입력 2013.04.06 03:00

세계 1위 인터넷 생중계 기업 '유스트림' 브래드 헌스터블 공동창업자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목소리 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플랫폼
돈 내고 보는 것은 시청자의 선택일 뿐

"창업을 한다는 건 농구 골대에 계속 슛을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단번에 성공할 순 없지만 계속 시도하면 결국 골은 들어갑니다. 많은 기업가들이 창업에 실패하는 건 슛을 중단했기 때문이죠. 물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배짱이 있어야겠죠."

세계 1위 글로벌 인터넷 생중계 서비스 기업인 유스트림(Ustream)의 브래드 헌스터블(Hunstable·35·사진)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미 육군 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출신이다. 170㎝를 약간 웃도는 키로 미국인치고는 약간 작다는 인상을 줬지만 두툼한 가슴과 떡 벌어진 어깨는 그가 무인(武人) 출신임을 깨닫게 했다.

그가 유스트림을 창업하게 된 계기도 군대에서 시작됐다.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 장병들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했고 그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007년 3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유스트림은 매달 160만건의 생방송이 올라오고, 전 세계 7000만명이 보는 거대한 '생방송 커뮤니티'이다. 만 6년 동안 생방송 콘텐츠를 올린 사람이 1200만명에 달한다.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만 있으면 누구나 생방송을 할 수 있고, 인터넷에 연결만 되면 어디서든 실시간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유튜브가 미리 찍은 동영상을 편집해 띄우는 것과는 구별된다.

설립 이후 마이클 잭슨 추모식(2009년), 36시간에 걸친 칠레 광부 구출(2010년), 동일본 대지진(2011년), 가수 싸이의 서울시청 앞 공연(2012년) 등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8월 미국의 상징 새인 흰머리 독수리 부화 장면은 2억75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1. 유스트림이 갖는 매력은.

"생방송이다. 사람들은 이슈와 관련해 서로 연결되기를 원하며 지금 당장 그 순간을 보길 원한다. 라이브가 더욱 가치있고 중요한 콘텐츠이다. 절대 물리적으로 갈 수 없는 공간에 실시간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실시간 동영상 평균 시청 시간은 20분으로 편집된 영상을 보는 시간보다 18배나 길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방송 프로그램 상위 50개 중 94%가 생방송이었다."

2. 창업의 직접적인 계기는.

"2001년 6월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고, 석달 후 9·11 테러가 터졌다. 많은 동료 장병들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장에 파병됐다. 내 밑에 있던 한 부사관은 딸을 굉장히 좋은 대학에 보냈는데, 이라크에 가 있는 바람에 딸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나도 남동생이 록밴드를 하는데 한 번도 공연에 가보질 못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한 가지 꿈이 생겼다.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를 놓치지 않도록 전 세계 어떤 사람과도 서로 연결해 주자는 꿈 말이다."

3.'아랍의 봄' 때 어떤 역할을 했나.

"매일 수천명의 시민 기자들이 현장을 생중계했다. 리비아에선 한 시위자가 '유스트림 생중계'란 로고를 붙인 휴대전화를 시위 진압에 나선 정부군에게 보여줘 정부군을 물러나게 한 적도 있다. 2011년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대규모 반(反)푸틴 시위 때는 한 시민 기자가 휴대전화를 이용해 생중계를 시작했고, 한 시간 만에 러시아 시민 50만명이 이 시위를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유스트림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플랫폼(기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4. 일부 국가에선 귀찮은 존재일 수 있겠다.

"러시아와 이란 정부는 실시간 시위 동영상이 부담됐는지 유스트림 접속을 차단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은 2~3년 전 달라이 라마의 활동이 유스트림 생중계를 타고 나가자 연결을 끊고 있다."

5. 그동안 가장 인기를 끌었던 동영상은.

"지난 2년간 가장 많이 다뤄진 이슈는 기후 변화와 아랍의 봄, 미국의 월가 시위 등이다. 지난해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주도한 기후 변화 관련 24시간 연속 생방송은 전 세계 1600만건 시청 횟수를 기록했다. 월가 시위 땐 취재진 접근이 차단된 공원에서 시카고 출신의 22살짜리 팀이라는 젊은 청년이 휴대전화로 공원 안의 상황을 생중계했다. 그는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6.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지금까진 정치와 엔터테인먼트가 성장을 견인했다. 올해 미국 최대 규모의 음악 콘서트 2개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이미 대부분 스포츠 리그와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론 게임과 e-스포츠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

7. 유료화를 시작했는데 이는 유스트림의 이상과 다른 것 아닌가.

"우리는 단지 플랫폼을 제공하는 존재이다. 그곳에서 수익을 내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공급자의 선택이다. 그것을 돈 내고 보는 것도 시청자의 선택일 뿐이다. 우리가 할 일은 창의적으로 작업하는 제작자들이 자신들의 콘텐츠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낼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틀을 제공하는 것이다."

8. 창업할 때 꼭 명심해야 할 것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것과 실제로 기업가가 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기업가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역경이나 자원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다. 내가 사업을 시작한 것은 둘째가 태어난 지 1개월밖에 안 됐을 때였다. 직장을 관두고 창업하겠다며 실리콘밸리로 갔을 때 우리 가족은 소득도 없었고 6개월 동안 신용카드로 생활했다. 난 그런 위험을 감수했다. 하지만 계산된 위험이었다. 유스트림 초기 제품을 보고 뭔가 될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 지금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도 창업하기에 매우 좋은 시기이다. 창업 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9. 부모님은 어떤 분인가.

"전기 기술자였던 아버지는 얼리 어댑터였고, 기술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TV와 VCR, 자동차 같은 것도 스스로 고쳤다. 새로운 기계 장치도 직접 만들곤 했다. 아버지는 뭔가를 고칠 때 도움이 필요하면 나를 불렀다. 이런 환경 덕에 어릴 때부터 많은 흥미로운 기술에 노출됐다. 12살 때 당시 텍사스에서 가장 큰 BBS(일종의 컴퓨터 통신)를 운영했다. 베이직·파스칼 등 초기 프로그래밍 언어도 아버지한테 처음 배웠다."

10. 왜 웨스트포인트에 지원했나.

"어렸을 때부터 평범한 길을 가고 싶지 않았다.또 한편으론 어떤 방식이든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었다. 나는 적어도 내 일생의 한 부분은 내가 아닌 더 큰 무언가를 위해 일하고 싶었다. 웨스트포인트는 절제와 리더십, 육체적·정신적 자기 수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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