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부르다 느닷없이 호통치는 여성 상사, 이렇게 대처하라

입력 2013.03.30 03:07

여성 상사들 특징은 대부분이 완벽주의자… 남성과 경쟁 뚫고 올라와 업무에 대한 자존심 강해… 직원 일거수일투족 챙겨…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에 겉으로는 무서운 호랑이, 마음은 여린 고양이
남성 직원, 여성 상사 모시기 - 업무 뒤 '밀실 모임' 줄이고, 가능한 한 사무실서 소통… 먼저 용기 내 다가가야
여성 직원, 여성 상사 모시기 - 상사 옷차림·헤어스타일 등 칭찬은 지혜로운 비법… 인생 고민, 상사와 나누며 사적인 대화도 좋은 방법

#1. "뭐야, 또 오·탈자야? 벌써 8번째인데, 이래서 본부장 결재 받겠느냐고. 다시 해오세요!"

이달 중순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중견 기업 사무실. 40대 직원 이씨는 자신보다 두 살 어린 여자 팀장의 닦달에 또 한 번 치가 떨린다. 이씨가 낸 보고서의 목차부터 시작해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확인하다가 잘못된 부분을 발견한 것이다. 이씨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틀 꼬박 밤새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만들었지만, 앞으로 적어도 10번은 보고서를 고쳐서 결재를 받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10분 뒤 팀장이 부서원 6명을 회의에 소집했다. 하루에 두 번, 1주일에 10차례 하는 회의는 창의적인 의견 교류보다는 '시킨 일을 재확인'하는 시간이다. 약 1년 전 다른 기업에서 스카우트되어 온 이 상사의 별명은 '마이크로 우먼(micro woman)'이다. 업무의 A~Z까지 모두 관여한다는 의미다. 부하 직원 이씨는 "과거 남성 상사를 뒀을 땐 사소한 문제는 신경 안 써서 편했다"며 "여성 상사들은 자존심이 센 데다 불필요한 사소한 것까지 관여해 숨이 턱 막혀온다"고 했다.

#2. 여성 상사를 모시는 여성 직원들 세계는 또 다르다.

같은 여성이기에 여성 상사의 꼼꼼함이나 감정적 기복은 남성 직원보다 쉽게 흡수하는 경향이 있지만, 얼마나 친분을 쌓아 여성 상사가 예뻐해주느냐가 생존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지난 15년간 여러 외국계 기업에서 여자 임원 3명을 상사로 모셔 온 이은미(36·가명)씨의 사례를 들어 보자. 그의 팀에 다른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이 스카우트돼 왔다. 여성 직원 6명 사이에 경쟁이 붙었다. 이씨는 아침 일찍 건강검진 받는 상사를 위해 차량 기사 역할도 하고, 유명한 네일아트숍에도 같이 다녔다. 그러나 한 동료 여직원은 더욱 치밀하게 접근했다. 구하기 어려운 유명 뮤지컬 티켓까지 선물하고, 상사의 집에 찾아가 요리까지 해줬다는 것이다. 이씨는 "넌 센스가 없다"는 발언을 듣고 직장을 옮겼다. 그는 "지금은 남성 상사를 모시는데, 적당히 거리감을 두면서 업무로만 소통하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일러스트= 정인성 기자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기업에 여성 상사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 14명이던 여성 임원이 올해는 33명으로 늘었고, KT·포스코·SK 등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여성 임원을 기용하고 있다. 여성 상사의 특징은 무엇이며, 남녀 직원은 각각 어떻게 여자 상사를 대해야 할까?

◇여성 상사는 대체로 완벽주의자

컨설팅 회사 타워스왓슨코리아의 김기령 대표는 여성 상사의 특징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완벽주의적 경향이다. 남성이 즐비한 사회에서 혼자 업무적 탁월성을 인정받았다는 자존심이 고스란히 부하 직원들에게 이어지면서 일말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일거수일투족까지 다 챙겨 부서의 피로도를 높인다.

둘째 리더십 부족이다. 아직 여성 인력 풀(pool)이 부족하기에 여성 직원을 일찍 승진시키거나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러다 보니 조직 통솔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여성 상사가 많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에서 직원 30여명을 이끄는 한 여성 부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자기야~"라는 호칭을 붙이며 직원들과 매일 티타임을 갖는다. 그런데 이 부서의 40대 남성 직원은 이렇게 털어놨다. "늘 높은 톤의 목소리로 '자기야~ 내 커피 타줘서 고마워' 하며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친근감을 표현하지만, 그러다 갑자기 '이런 것도 못해?' 하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습관 때문에 다른 부서에서도 혀를 내두릅니다. 조직을 이끄는 법을 모르는 거죠. 에휴."

셋째, 소통 방식의 차이이다. 남성 상사들은 사무실에서 하지 못한 사적인 대화를 술·담배를 같이 하면서 푸는데, 결혼한 여성 상사는 일을 마치면 일찍 퇴근하기 일쑤다. 그래서 사무실 안에서 일과 소통까지 다 해결하려 한다.

넷째, 평소 남성 직원들과 소통이 적기 때문에 여성 직원으로부터 우대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여성 상사를 모시는 직장인 이은미씨는 "여성 상사는 남성 부하를 다룰 줄 모르기에 편한 여성 직원에게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 상사는 겉은 호랑이지만 마음은 고양이

그렇다면 어떻게 여자 상사를 모셔야 할까?

먼저 남성 부하 직원을 보자. 강은호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업무 뒤 '밀실 모임'을 줄이라"고 권했다. 여성 상사의 소통 방식에 맞춰 사무실에서 사적인 의사소통을 최대한 '공식화'해 술자리에서 여성 상사 몰래 의사 결정하는 과정을 줄이라는 이야기다.

둘째 '여성 상사는 겉으로는 무서운 호랑이지만, 마음은 여린 고양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강 교수는 "성공한 여성의 특징은 마음속의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에 겉으로는 강한 척하게 된다"며 "이럴 땐 방어적으로 회피하지 말고 오히려 상사를 적극적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직장인의 특징을 다룬 자기 계발서를 읽어 그들의 심리를 평소 틈틈이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성은 어떤 존재라고 하는 고정관념부터 없애세요. 남성 상사는 조직이 딱딱하다 싶으면 쉽게 풀 방법이 많지만, 여성 상사는 방법을 모를 때가 많아요. 먼저 용기를 내 이야기를 걸고 친해지는 것은 남성 직원들 몫입니다."

여성 직원은 어떨까? 여성 상사를 대하는 지혜로운 비법은 '칭찬'이다. 직장인 이은정씨는 "상사의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이 바뀐 것을 그냥 넘어가선 안 되고, 상사 자녀의 졸업식이나 입학식도 까먹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회사에서 여성 상사 밑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김민주(가명)씨는 "경력 개발과 같은 인생 고민을 상사와 나누는 쪽으로 사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둬야 한다. 인간적 유대감은 형성하되, 깊숙한 개입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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