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도, 폴크스바겐도… 자동차 리더십은 '철권 통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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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3.23 03:07

      정몽구 회장처럼 피에히 의사회 의장은 '그룹내 代父'같은 존재
      피에히 그룹 이사회 의장 - 눈 밖에 나면 단칼에 정리… 아내 우르줄라는 이사로 선임
      볼프강 포르셰 회장 - 한때 피에히에 맞섰다 투항… 금융위기로 그룹내 편입
      빈터콘 그룹 회장 - 피에히의 최측근… 10년 넘게 CEO 맡겨
      하켄베르크 연구개발 부회장 - 폴크스바겐의 '기술 브레인' 플랫폼 통합 전략 이끌기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 개막 전날인 지난 4일. 제네바 시내의 한 대형 건물에서 열린 '폴크스바겐 그룹의 밤(Volkswagen Group Night)' 행사는 폴크스바겐을 움직이는 별들을 한자리에서 볼 좋은 기회였다.

      주인공은 물론 '폴크스바겐 마피아'의 대부 페르디난트 피에히(Ferdinand Piech·76) 폴크스바겐그룹 이사회 의장이었다. 그룹의 별이 전부 모인 자리였지만, 그 앞에서는 모두가 조직원에 불과해 보였다.

      외신 기자 1000여명에게 다음 날 모터쇼에 출품되는 차를 미리 선보이는 이 행사에서 그는 아내 우르줄라(Ursula·57)와 함께 앉아 샴페인을 마시고 있었다. 부부만 앉아있고 나머지 모든 폴크스바겐 경영진 20여명은 전원 기립 상태였다.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 개막 전날인 지난 4일 열린 ‘폴크스바겐의 밤’ 행사. 그룹의 수뇌부와 신차가 집결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모든 불이 꺼진 가운데 파란색 스포트라이트가 폴크스바겐그룹의 수장이자 창업자의 외손자인 ①페르디난트 피에히 폴크스바겐그룹 이사회 의장을 비췄다. 그는 여성 4명과의 사이에 자식을 12명 뒀다. 아내 ②우르줄라 피에히 이사가 옆을 지켰다. 그는 피에히 의장의 전 부인 자식들의 가정교사였다가 피에히의 세 번째 아내가 됐다. ③볼프강 포르셰 포르셰 회장 겸 폴크스바겐그룹 이사회 이사(사진에서는 앞사람에 얼굴이 가려 잘 안 보임)는 창립자의 친손자로 피에히 의장과는 사촌 간. 2008년 폴크스바겐을 적대적으로 인수하려는 쿠데타를 기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발에 그치고 오히려 포르셰가 폴크스바겐에 합병되는 신세가 됐다.④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 ⑤울리히 하켄베르크 제품 개발 총괄 부회장 ⑥발터 드 실바 디자인 총괄 ⑦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인 고문. / 제네바=최원석 기자
      우르줄라는 남편이 의장으로 있는 이사회에 작년에 이사로 선임됐다. 1984년 피에히와 결혼한 그녀는 당시 피에히와 전(前) 부인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의 가정교사였다. 피에히는 전(前) 부인 2명, 결혼하지 않은 여성 1명, 그리고 우르줄라 사이에 자녀 12명을 두고 있다.

      피에히 뒤쪽에는 포르셰 회장이자 폴크스바겐그룹 이사회 멤버인 볼프강 포르셰가 서 있었다. 그는 한때 피에히에 맞서 폴크스바겐그룹 경영권을 빼앗으려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불발에 그치고 오히려 포르셰가 폴크스바겐그룹에 편입됐다.

      폴크스바겐과 포르셰는 원래 한 뿌리였다. 두 회사 모두를 창업한 페르디난트 포르셰 박사가 페르디난트 피에히에게는 외할아버지이고, 볼프강 포르셰에게는 친할아버지다. 한때 피를 흘리며 싸웠던 사촌 간이지만, 지금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피에히 의장은 그러나 경영권 분쟁 당시 포르셰의 CEO이자 전문경영인이었던 벤델린 비데킹의 세력을 단칼에 정리하고, '하나뿐인 별'에 반기를 든 대가가 어떤 것인지 모두에게 본보기를 보였다.

      피에히 의장은 최근 "폴크스바겐 주력 모델인 '골프' 다음 세대(8세대)가 완성될 때까지 앞으로 5~7년간 이사회 의장을 더 맡을 생각"이라고 했다. 정몽구(75) 현대차 회장보다 한 살 많은 그가 80세 넘어까지 그룹 최고 실력자로 남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부분 그와 수십년간 동고동락해왔다. 그에게 반기를 들거나 눈밖에 벗어날 경우 무자비하게 내치지만, 자기 사람일 경우에는 오래도록 두고 키우는 게 피에히 스타일이다.

      마틴 빈터콘(64) 그룹 회장은 2002년 아우디 CEO 시절부터 치면 10년 넘게 CEO를 맡고 있다. 이사회는 지난해 그의 임기를 2016년까지로 5년 연장했다. 2009년에 그는 "2018년이면 폴크스바겐이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에 올라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아우디가 고급차 브랜드로 변신하는 데 20년이 걸렸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도 했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아주 골치 아프거나 지독히 비판적인 이야기도 참을성 있게 끝까지 듣고 상대방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언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독일 자동차 엔지니어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울리히 하켄베르크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은 독일 아헨공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1985년 아우디에 합류한 뒤 A3·A4·A6·A8·TT 등 혁신적 아우디 차량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폴크스바겐그룹 차량 개발의 중심에 있었다. 2004년부터는 폴크스바겐의 플랫폼(구동계통을 포함한 차의 기본 뼈대) 통합 전략을 이끌어 왔다.

      작년부터 폴크스바겐 디자인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명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1974년 폴크스바겐 골프의 첫 모델을 디자인한 이래 40년간 피에히의 친구로 지내오고 있다. 폴크스바겐그룹 디자인 총괄인 발터 드 실바 역시 15년간 폴크스바겐 일을 해 오고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회사인 피아트·알파로메오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1999년 폴크스바겐그룹에 영입됐고, 2007년부터 그룹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리더 두 명이 모두 이탈리아인인 것은 피에히가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의 열정을 사랑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