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나와도 대패질부터… 외주 없이 모든 공정을 社內서 해결

입력 2012.10.27 02:59

역발상 경영 日 헤이세이 건설
임시직 없는 회사
취업 희망 기업 톱10 들어 직원 30%가 명문대 출신 장기불황 속 23년 흑자행진
인재 양성의 원칙
처음부터 단일기능만 해선 진짜 스페셜리스트 안 나와 일단 제너럴리스트 길러야
직원들이 뽑는 상사
일 잘하고 주변 챙기는 사람 본부장으로 뽑힐 확률 높아 조직전체의 효율 더 높아져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 동안 남들과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 성공한 기업이 있다. 도쿄 인근 시즈오카현에 자리 잡은 중소 건설회사 헤이세이(平成)건설이다. 1989년 창립 후 지금까지 23년 동안 단 한해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일본 내 전체 도산 기업 가운데 30%가 건설 회사인 상황에서 거둔 빛나는 성과다. 지난해 총 연 매출 120억엔(약 1700억원)에 직원 수 500여명의 중소기업형 규모이다.

직원 1인당 매출액은 3억4000만원 정도이나 청년 구직층에서는 엄청난 인기다. 대형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학생들의 건설 분야 취업 희망 기업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다. 사원 중 30% 정도가 도쿄·게이오·와세다 등 명문대 출신이다. 그 이유가 흥미롭다.

바로 '전원(全員) 정사원'과 '전원 건설 현장 경험' 덕분이라고 한다. 헤이세이건설에 임시직은 전무(全無)하다. 입사한 사원은 모두 건설 현장에 가서 목재 운반 같은 잡일부터 대패질·미장 같은 고(高)단계 작업까지 배운다. 건설 회사의 모든 공정을 몸으로 익히도록 하는 게 회사 방침이다.

"현장에서 사라져가는 다이쿠(大工·일본 전통 방식으로 목조 건물을 짓는 목공)들의 지혜가 아까웠습니다. 이들은 정말 엘리트인데 요즘 건설사들은 이들을 활용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이들을 중심으로 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아키모토 히사오(秋元久雄₩64) 헤이세이(平成)건설 사장이 시즈오카현의 자택(自宅)을 짓는 현장에서 굴착기를 직접 몰고 있다. 그는 "짬이 날 때마다 취미 삼아 굴착기를 몰고 일을 돕는다"며 "비용도 아끼고 현장 분위기도 익힐 수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다"라고 말했다. / 시즈오카=이인묵 기자
Weekly BIZ는 이달 2일 시즈오카 본사에서 헤이세이건설 창업자인 아키모토 히사오(秋元久雄·64) 사장을 만났다. 그는 "회사를 천천히 키우며 건설에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대졸 엘리트 다이쿠(大工) 집단'으로 만든 게 유일한 성공 비결"이라고 했다. '내제화(內製化) 방식은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한 도구다.

즉, 설계·기초·골조·철근·시멘트·목공·사후 관리 같은 건설업의 모든 부문을 자사 안에 두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건설사가 공정을 잘게 쪼게 전문 시공 업체에 나눠줄 때, 헤이세이건설은 거꾸로 전체 공정부문과 인력을 운용하며 한 건물을 한 팀이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모두 책임지게 하고 있다.

아키모토 사장은 말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벌이면 어떻게 그들과 경쟁하겠느냐"라고. 그는 "남들이 우리 방식을 따라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겠지만 우리에게는 딱 맞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단문(短文)으로 시작해 반문(反問)으로 얘기를 마치는 화법을 구사했다.

"모든 직원 현장에 충실해야…시공부터 디자인, 사후관리까지 최고 지향"

―왜 모든 직원이 건설의 모든 공정을 다 알아야 하는가? 각자 전문 분야를 갖고 그것만 잘하면 품질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무리다. 스페셜리스트는 처음부터 단일 기능을 배워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저런 일을 한 후에 자신에게 맞는 뭔가를 찾아서 그걸 깊이 파서 나오는 것이다. 100명이 도전하면 1~2명 정도는 나올지 모른다. 그건 정말 스페셜한 사람이다. 모두가 그것을 향해 달려가면, 회사는 패배자로 가득한 조직이 된다. 1등 못하는 사람은 모두 패배자가 되니까. 우리 회사는 그런 조직이 아니다. 더 나은 숙련된 제너럴리스트가 젊고 미숙한 제너럴리스트를 일대일로 가르치는 조직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느리다. 하지만 당신도 시간은 오래 걸리더라도 계속 성장하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지 않은가?"

―전 직원을 팔방미인(八方美人)형 인재로 키우겠다는 당신의 시도는 일본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라도 통할 수 있을까?

"대부분 안 될 것이다. 일단 중국에서는 안 된다. 인건비가 싸니까. 일부 선진국에서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안 된다. 미국인은 섬세한 감각이 부족하다. 도자기 같은 걸 보자. 일본 도자기는 엄청나게 작은 곳까지 신경 써서 만든다. 일본인은 이런 사소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유럽 선진국은 가능할 것이다. 스페인·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되지 않을까? 특히 이탈리아는 작은 공방(工房)이 많다. 될 수도 있다. 한국도 가능하리라 본다. 실제로 한국 경영자들이 이런 방식을 채택할지 안 할지는 모르지만."

―미국 애플은 디자인만 하고 생산은 중국 기업에 맡기는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건설도 그렇게 하는 게 낫지 않나? 내제화는 기업을 둔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아니다. 생산·제조·디자인을 분리하는 것은 대량 생산할 때만 가능하다. 애플도 대량 생산을 하니까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집 하나하나를 따로 만든다. 불가능하다. 물론 건설에서도 각 부문을 쪼개면, 뛰어나지 않은 인재로 기계로 찍어내듯 만들 수는 있다. 일이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고품질 주택에 맞지 않는다. 집이 모자라니까 최소한의 품질만으로 빨리빨리 찍어내는 거다. 인건비가 싸고 경제가 계속 발전하는 고도성장기에나 통하는 거다. 지금의 중국처럼. 하지만 이제 일본에서는 안 통한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당신은 건설 현장을 중시한다. 하지만, 실제로 건축의 가치는 디자인·설계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그 말은 모순이다. 최고 디자인이 있다고 치자. 그런 건물을 허술하게 제조하면 최고의 물건이 나올 것 같은가? 최고 건물에는 최고 디자인과 최고 시공이 함께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일본 대기업은 '디자인에서 부가가치가 나온다'며 현장의 가치를 무시한다. 당신 같으면 디자인만 좋고 엉터리로 만든 건물에서 살고 싶은가?"

―당신의 방식이 무조건 옳고, 다른 회사의 방식이 무조건 틀렸다는 식의 말로 들린다. 개별 전문기업에 하도급을 주고 전체를 감독·관리하는 스타일도 가능하지 않나?

"물론 가능하다. 그게 지금 일본 대다수 건설회사가 하는 스타일이다. 다들 그렇게 사업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다. 우리는 절대 흉내 안 낸다. 수많은 회사가 모두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하는데, 우리가 그들을 흉내 낸다면 우리 회사가 성공했을까? 만약 지금 우리가 하는 방식이 다수라면 희소성 있는 회사가 성공했을 거다. 실제로 고도 성장기 이전에는 우리 같은 회사가 많았고, 지금 대기업 같은 회사가 적어서 그들이 성공했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회사가 우수한 인재를 잡는다. 당신이 예로 든 애플이 그런 회사 아닌가?"

"5~6명의 임원급 본부장은 직원 선거로 선출…좋은 사람과 일해 효율 높인다"

―헤이세이건설은 참 특이하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 1만명 이상 대기업이 될 수 있을까?

"당연히 안 된다. 이 회사를 그렇게 크게 만들 생각은 없다. 최대 2000명이다. 그게 궁극적인 목표다. 위로 갈수록 사람이 줄어드는 피라미드 같은 조직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반듯한 정사각형을 원한다. 일본의 주택 시장 크기 같은 걸 고려해보면, 2000명짜리 정사각형 회사는 가능하다. 그게 헤이세이건설이 가려고 하는 궁극적인 형태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조직 같다. 5~6명 남짓한 본부장(임원급)을 직원 선거로 뽑는 것도 이런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인가? 사내 정치를 부추기지 않나?

"파벌은 3명만 있으면 생긴다. 마음속 파벌이든, 음식 취향이든 학벌이든 뭐든 간에 생긴다. 본부장 선거는 직원들을 위한 것이다. 당신 같으면 싫은 사람과 좋은 사람 중 어떤 사람을 상사로 모시고 싶은가? 좋은 사람과 일하면 더 효율이 날 것 같지 않은가? 간단한 이치다. 또 자기 상사를 고르는 거다. 사이 좋다고 뽑지 않는다. 노력하는 인간이 위로 가는 거다.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고, 주변 사람 챙기는 사람이 위로 간다. 이런 사람이 승진하면 다들 이렇게 되려고 노력하지 않겠는가?"

―당신 마음에 안 드는 본부장이 뽑히면 어떡하나? 그런 일은 없었나?

"아직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사장이 잘못된 것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면, 내가 잘못된 것이다. 나중에 차기 사장도 그렇게 선거로 뽑힌 본부장들 사이에서 뽑을 예정이다. 이런 게 이상한가? 상상력이 부족한 거다. 18세기에 지금처럼 국민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걸 봤으면 이상했을 것이다. 그때는 다들 왕위를 세습했으니까. 지금 정치에서 하는 것을 기업에 도입하는 게 이상한가?"

―헤이세이건설을 보고 다른 기업들이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

"일반적인 기업이 우리를 따라 한다면 100% 실패할 것이다. 초보자가 올림픽 선수 폼을 흉내 내는 것과 같다. 우리와 같은 방식을 취하려면 이렇게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천천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신념을 갖고 시행해야 한다. '저 회사가 잘 나가니까 그걸 흉내 낸다'는 식으로 해서 될 수 없다. 성공한 글로벌 기업이 다 그렇지 않나? 자기(自己)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정 따라 하고 싶다면 '사원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가짐' 정도는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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