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대신 새 戰場으로
코카콜라 아성 안 깨지자… 펩시, 스포츠음료로 우회 1등 다투는 경쟁자로 커
프로스펙스의 부활
고급 운동화 시장 장악한 나이키와 싸우지 않고 워킹화 시장 개척해 성공
프랑스의 영웅인 나폴레옹은 적은 수의 군대를 이끌고 빠른 속도로 진군해 적의 허를 찌름으로써 연전연승했다. 그런 나폴레옹도 웰링턴 장군과의 워털루 전투에서 패했고, 오스트리아 카를 대공과 벌인 수차례 전투에서도 지거나 신승했다. 왜 그랬을까. 워털루 전투와 카를 대공과의 전투는 공통적으로 적군이 이미 방어에 유리한 곳에 진영을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프랑스군이 늦게 도착해 싸웠던 것이다.
즉 빠른 움직임을 통한 선제공격의 이점이 없이 1대1 전면전으로 맞붙은 것이다. 게다가 적군이 유리한 지형을 선점하고 있는데, 적군보다 불리한 병력과 화력으로 공격에 나섰으니 명장 나폴레옹도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 경영에서도 이미 잘 준비되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쟁 기업과 치열한 전면전을 벌여서는 승산이 희박하다. 이 방식으로 성공하려면 우리 회사 제품이 시장을 장악한 경쟁사 제품 못지않은 장점이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려면 엄청난 물량을 투입하는 금전적 노력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방법은 자금 여유가 있는 대기업만 택할 수 있다. 그런 자금력이 없는 기업이라면 전면전 방식을 택해서는 안 된다. 남과 똑같은 제품을 내놓고 시장이 알아주기를 기다린다면 망하는 지름길이다.
미국에서 코카콜라가 청량음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을 때 뛰어든 펩시를 보자. 펩시는 막대한 돈을 투입해서 광고나 판촉을 진행해도 코카콜라의 아성을 깰 수 없었다.즉, 코카콜라는 이미 유리한 곳에 진을 치고 방어 준비를 잘 갖추고 있는 웰링턴 장군의 군대인 셈이다.
펩시는 목표를 바꿔 콜라가 아닌 다른 음료 부문을 공략하기로 했다. 그래서 트로피카나, 게토레이, 프리토레이, 아쿠아피나 등의 브랜드로 주스나 스포츠 음료, 건강식, 생수 등의 시장과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했다. 그 결과 콜라 시장에서는 코카콜라에 2대1 정도로 뒤지지만 다른 제품 시장에서 최고의 음료 업체로 성장했다.
이로 인해 펩시는 2004년부터 매출액에서, 2005년부터는 시가총액에서 코카콜라를 앞서기 시작했고, 그 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만약 펩시가 계속 콜라 시장에만 머무르며 코카와 치열한 싸움을 했다면, 지금도 펩시는 코카보다 한참 뒤진 2등 회사에 불과했을 것이다. 즉 펩시가 적과의 전면전 대신에 다른 길로 돌아가기를 택한 결과, 시간이 걸렸어도 코카와 대등한 회사로 클 수 있었던 것이다. 올해 들어 펩시는 콜라 부문의 인력과 광고 예산을 감축해 다른 부문으로 우회하는 방법으로 종합 음료 회사로 변모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런 전략이 적중해 프로스펙스 신발은 최근 매출액이 급증하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W 브랜드가 도입되기 이전인 2008년의 프로스펙스 신발 부문 매출액은 700억원대였으나 지난해에는 1700억원대로 늘었다. 이 중 W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나 되며, 매년 20% 정도씩 매출액이 성장 중이다. 이에 힘입어 LS네트웍스는 최근 신발 외의 등산복이나 운동복 등 관련 산업에도 진출을 시작하고 있다. 나이키와 유사한 제품과 유사한 방법으로 겨뤘던 리복이나 아디다스, 아식스 등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모두 나이키와의 격차를 별로 줄이지 못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프로스펙스의 전략은 매우 적절했던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승리의 비결도 똑같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은 항상 적이 올 길을 알고 미리 군대를 매복해서 기다린다.그 결과 백전백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다.이처럼 전투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면 싸울 장소와 방법을 정하면 된다. 어디서 어떻게 싸울지를 정하고 싸운다면 그 전투는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 앞바다에서 일본의 대함대를 물리친 이유도 조류가 바뀌는 시간과 호리병 모양의 지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내가 선택한 전장에 상대방을 끌어들인 것이다.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강력한 적이 입지를 굳히고 있는 전장에는 함부로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런 전장을 피하여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적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는 새로운 전장을 찾는 것이다. 이것이 역사에서 배우는 치열한 기업 전쟁에서 살아남는 승리의 비결이다.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 학부와 석사 과정을 수석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회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학(HKUST) 교수를 거쳤으며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1, 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