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의 금맥을 찾은 여인

입력 2012.09.15 03:03

한국에 온 세계 최고의 여성 리더…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인터뷰
"나도 사무실에서 울어… 화가 나든 행복하든 숨기지 말고 공유하라, 더 나은 결과가 생긴다"

'지금 이 순간 최고의 여성 리더는 누굴까?'

이 질문을 글로벌 기업인들에게 던진다면, 대답은 셰릴 샌드버그(Sandberg·43)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다. 이 회사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고 경영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포브스'지(誌)의 '2012년 글로벌 여성 리더 10인' 가운데 비즈니스계를 통틀어 유일하게 뽑힌 그는 포천·타임·비즈니스위크 등이 선정하는 '파워·영향력 인물' 명단의 상위에 매년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다. 페이스북에서도 유일한 여성 이사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인 샌드버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및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최우등 졸업, 세계은행·맥킨지 근무, 스승인 로런스 서머스(Summers) 미국 재무장관 시절 비서실장 등…. 그는 세계은행에서 인도의 전염병 퇴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구글에서는 새 인터넷 광고 모델을 개발해 엄청난 부(富)를 회사에 안겨줬다. "샌드버그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관측이 나도는 것은 가는 곳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그의 탁월한 능력에서다.

Weekly BIZ는 지난 13일 낮 서울에서 샌드버그 COO를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사전 답변 자료만 원고지 40장 넘는 분량을 보내올 만큼 철저하게 준비했다. 흰 재킷에 검은색 블라우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목걸이 하나 없고 매니큐어조차 바르지 않았지만 단정한 모습이었다. 얼핏 왜소해 보였지만 입을 열자 거인과 같은 긍정 에너지가 쏟아졌다.

"페이스북은 사람 사이를 이어줄 수 있도록 기술 조직과 인프라를 만들었습니다. 경쟁 상대가 없는 거의 유일한 서비스죠. 우리는 인간의 가치와 의미를 데이터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 사이를 무한정 연결하며 세상의 거리를 좁혔습니다. 페이스북은 이 연결 속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그는 글로벌 불황기에 직장인이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직위보다 성장성을 보세요. 그리고 자신이 할 일(mission)과 영향력(impact)에 집중하세요. 임금·직급과 같은 것은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 함께 커지게 됩니다. 외연에 얽매이지 말고 당신의 기술이 필요한 곳을 어디든 찾아가세요."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3일 낮 서울에서 Weekly BIZ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페이스북 주가(株價)가 요동치는 데 대해 “주변에서 페이스북에 대해 많이 얘기하지만 우리는 계속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가 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작년 12월 페이스북 본사 강당에 400여명의 직원이 모였다. 셰릴 샌드버그 COO가 이들 앞에서 페이스북의 데이터 센터 운영 전략에 대해 얘기한 지 얼마 안 돼 한 직원이 불쑥 일어났다.

"셰릴, 당신 얘기는 완전히 틀렸어요(Sheryl, You are totally wrong)."

이 직원은 입사 2개월 된 신참 엔지니어였다. 그는 샌드버그의 발언에서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400명 앞에서 회사 2인자가 대망신을 당한 셈이다. 샌드버그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말했다.

"그렇네요. 내가 틀렸고, 당신이 맞네요. 고마워요. 잘 지적했어요."

지난 13일 WeeklyBIZ와 만난 샌드버그 COO가 페이스북의 조직 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직접 꺼낸 일화이다. 그는 "우리 회사에선 직위와 직책에 무관하게 누구든 상대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다. 상대가 내가 됐든 CEO인 마크 저커버그(이하 마크로 약칭)가 됐든 상관없다"며 "내가 권위를 살리려고 그에게 화를 냈다면 사람들은 '샌드버그에게 공개적으로 잘못을 지적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을 거다. 나는 내 말이 항상 맞는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다. 내 잘못된 말을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내가 잘못됐다는 점을 모두가 아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에게는 '꾸밈없는 솔직함'이 돋보였다. 매 질문마다 그는 "두려움 없이 기회에 도전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내라. 기술의 발전에 겁먹지 말고 현상을 직시하라. 모든 인류를 위해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라"고 많은 메시지를 쏟아냈다.

"페이스북은 여전히 로켓처럼 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당신과 마크는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나?

"일단 나는 본사가 있는 멘로 파크에서 주 3~4일쯤 일하고, 나머지는 출장이다. 마크와 나는 업무가 나뉘어 있다. 내가 영업·사업화·대외업무 등 비즈니스 부문을, 마크가 제품 개발·디자인 등을 각각 맡는다. 일주일은 이렇게 시작한다. 월요일 아침 8시쯤 출근해 일하다가 10시에 마크에게 페이스북으로 '오고 있나요'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마크는 늘 '가고 있다'고 답신한다. 그는 늘 10분 쯤 늦는다. 금요일 오후에 다시 마크와 회의하고 전 직원 미팅으로 한 주를 마감한다. 여기서는 누구나 질문할 수 있다. 직원들이 질문하고 나와 마크 같은 임원진이 답한다."

―페이스북 주가는 상장 당시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가 최근 다소 반등했지만 여전히 낮다.

"지금 주가는 유감스럽다. 하지만 주가는 유동적이다. 여기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마크가 말했듯이, 우리는 오직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고 사람들이 사랑할 만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더 나은 상품을 만들고 세상을 연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이익도 많고 가치 있는 회사가 될 것이다."

―페이스북의 주 수입원은 광고인데, 이는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이 문제를 돌파할 방법이 있나?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새소식'란에 광고를 내보내는 기존 방식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여기에는 친구들의 소식이 올라오기 때문에 주목도가 높다. 모바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구글(Google)의 에릭 슈미트 회장으로부터 "로켓에 자리가 생기면 올라타라"는 충고를 듣고 구글에 입사했다. 그리고 그 말을 떠올리며 신생 기업이던 페이스북에 입사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주가는 타이타닉처럼 가라앉고 있다. 페이스북의 성장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시각이 있다.

"나는 페이스북이 여전히 로켓처럼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매출도, 이익도, 전 세계 이용자도 늘고 있다. 자랑할 만한 점은 이렇게 서비스가 커졌지만 사용자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푹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전체 사용자가 7000만명이던 시절 이 중 절반이 매일 우리 서비스를 썼다. 전 세계 사용자가 10억명에 육박하는 지금은 회원의 57%가 매일 페이스북을 쓴다. 사용자가 10배 넘게 늘었지만 더 열심히 페이스북을 쓰고 있다."

―페이스북 자체가 시간 낭비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나쁜 서비스란 의견도 있다.

"유선 전화를 보자. 전화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전화가 세상을 망칠 거라고 걱정했다. 특히 여성들에게 위험할 것이라고 했다. 악당들이 집에 혼자 있는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이들을 해코지하려 할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어떤 기술이든 처음 등장하면 사람들은 이로 인해 지금의 좋은 세상이 망가질 거라고 주장한다. 물론 페이스북에는 수많은 메시지가 오가며 좋고 나쁜 메시지가 섞여 있다. 하지만 나는 기술의 진보를 믿고 여기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페이스북을 쓴다는 건 페이스북으로 인해 더 나은 인간관계가 만들어졌다는 증거이다."

샌드버그 COO는 또 "사람에 비유하면 페이스북은 이제 겨우 여덟 살"이라며 "내 아들이 일곱 살인데 둘이 비슷하다. (페이스북과 내 아들은) 여전히 성장하고 배울 게 많아요"라고 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자료: 포브스

주가 떨어졌지만 페이스북은 로켓 성장 - 전 세계 사용자, 10억명에 육박하고
57%가 매일 쓸 만큼 푹 빠져 있어 '친구들 소식란'의 광고 주목도 높아

페이스북의 조직문화 - 입사 2개월 된 직원이 공개석상서
내게 "당신이 완전히 틀렸다" 지적 그걸 받아들이는 게 우리 스타일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라 - 지금 있는 곳에 성장성 없다면
내게 맞는 곳을 찾아 떠나 두려움 없이 기회에 도전해야

"직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던지고 솔직하게 소통하라"

―당신은 웬만한 대기업에서도 충분히 CEO를 맡을 수 있는데 왜 페이스북 COO를 택했나?

"나는 사회에 대한 영향력(impact)을 좇아 여기에 왔다. 누군가는 높은 직급, 많은 연봉, 넓은 사무실, 전용 주차장 같은 것을 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얼마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를 따졌다. 페이스북의 COO가 세상에 주는 영향이 다른 기업의 CEO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세상을 연결하고 있는 지금 여기가 내 꿈의 직장이다."

―당신의 일하는 방식은? 직원들에게 말하는 경구(警句) 같은 게 있나?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thoroughly) 던지라'고 얘기한다. 물론 우리는 각자 개인적인 삶도 있다. 누구나 자신의 아이들이, 데이트 상대가, 취미가 중요하다. 이런 경험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경험조차 공개하고 공유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을 숨기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사무실에서 운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누구도 직장에서 우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화가 나든, 행복하든, 슬프든 우리는 이것을 공유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당신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초기에 합류해서 크게 성공했다. 이에 대해 "'빠른 성장'이 있는 곳을 택했고, 그것이 비결"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 같은 불황 속에서 어떻게 빠른 성장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까?

"당장 한국을 보자. 한국 경제는 전 세계 경제에 비해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내가 만약 한국에 있다면, 미국에 있었던 15년에 비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나는 구글에 들어가기 전까지 정부에 있었는데, IT 업계의 성장성을 보고 이쪽으로 옮겼다. 불황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내 실력이 필요한 곳을 찾아서 끼워넣어야(plug-in) 한다."

―지금까지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처음 구글로 옮겼을 때, IT업계를 이해하지 못해 기초적인 사항을 많이 놓쳤다. 그때 처음 맡아 한 업무는 다 망쳤다. 하지만 나는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실수를 했어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내가 잘못됐다고 하던 사람들은 늘 하던 대로 했고, 나는 변화를 이끌어 냈다. 결국 내가 한 방식이 전체 업계를 바꿨다."

―롤모델은?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나 에릭 슈미트 회장인가?

"내 롤모델은 무척 많다. 거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운다. 굳이 한 명을 꼽자면 여성인권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이다. 많은 이가 여성 운동하는 사람들이 독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유머 감각이 넘치고 따뜻한 사람이다. 마크 역시 내 롤모델이다. 그는 내게 종종 '겁먹지 말고 위험을 짊어지라'고 충고하는데 항상 그가 맞다. 그가 나보다 열다섯 살이나 어리지만 말이다."

―"여성 인력이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게 중요하다"며 남성 임원들이 여직원을 키워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그래야 하나?

"아주 간단하다. 현재 미국 기업 임원의 85%는 남성이고 15%만 여성이다. 만약 여성만 여성을 키운다면 이 비율은 개선될 수 없다. 여성 임원이 늘어나려면 남성 임원이 여성 직원을 이끌어야 한다. 재능 있는 여성은 충분히 많다. 대학이나 경영대학원 졸업 성비는 5대5에 가깝다. 남성이 여성을 키웠을 때 장점은 더 있다. 지금은 누구나 고위직이 되려면 일이나 가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남성은 가족을, 여성은 일을 대부분 포기한다. 나는 남녀 모두 '가족'과 '일'을 함께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더 많은 여성이 일해야 한다."

―한국 여성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나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믿는다. 누구든 아침에 일어나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내자'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을 고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

1시간여 인터뷰 내내 그는 말문이 막히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충분히 시간을 보내느냐"는 단 한 질문만은 예외였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지만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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