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개발 엄청난 시장… 한국이 기회 잡아야

    • 김희집 액센츄어코리아 에너지 부문 대표

입력 2012.09.01 03:08

운반·저장 등 인프라 구축 필요…
미국의 셰일가스 보호주의 장벽 넘어 한미 FTA 이용해 수입 길 열어야

김희집 액센츄어코리아 에너지 부문 대표

에너지원(源)의 변화는 전 산업에는 물론 국가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합군이 수세에 몰렸던 2차 세계대전 초기, 미국의 참전이 획기적인 전기(轉機)가 됐던 것은 무엇보다 당시 최대 산유국인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석유를 연합군이 공급받게 돼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화학회사에 의존해 석탄에서 합성석유를 추출·사용했던 독일은 만성적인 석유 부족에 시달렸다. 전쟁 영웅인 로멜 장군은 패전 후 그의 마지막 편지에서 "나에게 조금만 더 석유가 있었더라면…"이라고 한탄했다.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열리는 '가스 황금시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주요 산업과 국가의 흥망이 판가름날 수 있다.

가스 개발 붐으로 미국 경제 새 동력 확보

최근 미국 산업계 현장에서 벌어지는 변화상을 보면 경악할 지경이다. 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며 미국 전역의 LNG 수입 터미널이 가스 수출 터미널로 바뀌고 있다. 미국 전역에 10개가 넘는 대단위 석유화학 공장 건설이 예고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착공됐다. CNG(압축천연가스)와 LNG(액화천연가스)를 이용한 대형수송트럭의 전국적 인프라 구축, 30년 만의 제철공장 신규 건설, 석탄 발전소의 가스 전환처럼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는 이런 변화는 상당수 진행 중이다.

미국 에너지부와 여러 싱크탱크들은 새 에너지 믹스(mix) 전략과 CNG 차량 기술 개발 및 관련 국가 보조금 신설, 셰일가스의 자원 외교 전략화 같은 사안을 범국가적 이슈로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과 활용 수준·방법 등을 결정하는 '국가 에너지 정책'내용을 놓고 오바마와 롬니 대통령 후보는 팽팽한 정책 대결을 벌이고 있다. 최근 추격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롬니가 당선될 경우, 한층 적극적인 셰일가스 진흥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가스붐을 고려한 '신(新)에너지 전략'수립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을 정치경제적으로 무기(武器)화했던 러시아는 각국의 셰일가스 개발 러시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의 수요 감소를 대체할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상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호주의 경우, 대규모 해양 LNG 개발은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2단계 추가 개발 사업은 셰일가스 등장 변수로 재검토를 결정했다. 독일, 영국, 중국, 프랑스, 폴란드, 아르헨티나, 브라질, 카자흐스탄, 인도 등도 자국에 매장된 셰일가스를 생산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한국, 셰일가스 도입 넘어 인프라 구축·고수익 자원개발 사업 진출해야

셰일가스 주도로 진행되는 에너지 시장의 혁명적 변화를 한국의 국익에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하려면 체계적인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셰일가스 도입을 통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노력이 긴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FTA 등을 이용해 미국 정부와 민간에 높아지는 '셰일가스 보호주의'파고를 현명하고도 신속하게 넘어야 한다. CNG 차량·선박의 개발 및 보급확대, 가스를 활용한 화학산업 혁신, 에너지 믹스 변화 등 가스를 적극 이용하는 방안을 국가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둘째, 평균 40%대의 고수익을 창출하는 자원개발 산업 분야에 본격 진입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셰일가스 개발 역사는 2년 남짓하다. 이는 우리에게도 기회가 많다는 증거다. 특히 에너지 자원개발 엔지니어링에 대한 M&A 등으로 선진국보다 낙후된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마지막으로 셰일가스 붐으로 촉발된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으로 진출이다. 일례로 한국석유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미국 엘파소에너지의 이글포드 가스전의 1단계 계획에만 1300개의 유정(油井)과 유정당 4000m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셰일가스를 집적·처리하는 시설, 즉 파이프라인·저장시설·액화 및 기화시설·터미널·LNG 운반선처럼 한국 기업들이 뛰어들어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분야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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