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의 '숨은 보물'(Hidden Treasure)은 프리랜서 기자들… 당신 회사의 보배는?

    •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서울사무소 대표

입력 2012.07.07 03:03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서울사무소 대표
오래전 뉴욕타임스(NYT)의 컨설팅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몹시 답하기 어려운 질문 중 하나는 '수천 개에 이르는 전 세계 신문사 중 유독 NYT가 최고 신문사 자리에 오른 이유는 무엇인가'였다. 가장 먼저 떠오른 이유는 오랜 역사, 강력한 브랜드 파워, 훌륭한 평판, 양질의 기사 등이었다. 그러나 NYT의 판매 부수는 백만부도 안 된다. 이렇게 작은 신문사가 세계 유수 신문사인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답은 의외로 세계 전역에서 프리랜서 기자를 발굴·채용·활용하는 능력이었다. NYT는 업계 최고의 프리랜서 기자 풀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기꺼이 NYT를 위해 기사를 쓴다. 지금 이 순간도 프리랜서 기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NYT는 양질의 기사를 내보내면서도 비용 절감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그래서 프리랜서 기자 풀은 뉴욕타임스의 진정한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자사의 핵심 역량과 차별화 요소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경영의 필수 요소다. 자사의 보물을 제대로 잘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경쟁사를 제치고 우위에 올라설 수 있는 지렛대를 갖는 효과가 있다. 자사에 숨은 보물을 아예 인식하지 못하거나 못 보고 지나쳐버리는 기업이 너무 많다. 베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65% 이상의 기업이 자기 기업의 '숨은 보물(Hidden Treasure)'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숨은 보물은 다양한 영역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유형 자산이다. 이 자산은 재무제표상이나 시장 가치에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매출액, 공장 자산, 고객 기반 등이 해당한다. 그러나 진정한 '숨은 보물'을 찾으려면 눈에 잘 띄는 보물의 이면을 뒤져봐야 한다. 때로는 브랜드 가치, 기업 평판과 같은 무형 자산 형태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숨은 자산'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IT 기업의 숨은 보물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그런 기술을 개발하는 데 토대가 된 '특허권'이 숨은 보물이다. 따라서 이제는 기술 자체보다는 특허권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등록·보호할 것인지가 핵심 이슈가 된다.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선도 기업이었지만 자사의 '숨은 보물'을 보호하는 데는 느렸다. 애플을 비롯한 여러 기업과 특허 전쟁을 벌이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도 볼 수 있다.

둘째는 핵심 역량이다. 기업의 역량은 기업을 움직이는 엔진이자 추진체이다. 다양한 역량을 가진 기업은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도 두 가지 이상 역량을 훌륭하게 발전시킨 기업은 찾기 어렵다.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역량도 꾸준히 연습하면서 갈고 닦아야 비로소 완성된다. 많은 기업이 M&A 몇 건을 성사시킨 결과만을 놓고 M&A 전문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를 봤다. 그러나 M&A 분야에서 대다수 국내 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기업 인수뿐만 아니라 기업 매각에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M&A 전문 기업으로 가는 문턱을 넘은 곳은 두산그룹이 거의 유일하다. 두산은 M&A 기술을 완벽하게 익힌 조직이다. 두산 경영진 역시 오늘날 그 어떤 국내 기업보다도 M&A 이해도와 수행 능력이 탁월하다. 숨은 보물은 역량 영역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가 많다. EDS 분야에서 글로벌 IT 아웃소싱 사업을 하는 어떤 기업은 세계 전역에 걸친 컴퓨터 데이터 센터가 자사의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기업은 최고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체결된 아웃소싱 계약이 자사의 진정한 핵심 역량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늦었지만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숨은 보물을 찾은 것이다.

셋째는 경영 인프라다. 경영 인프라는 경성(硬性)과 연성(軟性)을 모두 포괄한다. 이는 사람들 대부분이 인식하지 못하는 가장 저평가된 숨은 보물이다. 국내 기업 대부분은 이 보물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국내 대기업 직원은 대부분 자사의 조직 문화를 선진 사례로 내세우지 않지만, 컨설팅 프로젝트를 해보면 자사의 조직 문화가 국내 최고라고 생각하는 곳이 많다. 주목할 것은 기업 실적보다 조직 문화를 이유로 뛰어난 인재가 기업을 떠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반대로 조직 문화가 뛰어난 기업은 이런 숨은 자산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숨은 핵심 자산의 또 다른 예는 최고경영진이라는 보물이다. 국내에서는 이 요소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영역은 조직의 부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보물인 '성과 지표'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지만, '과정 지표'는 숨은 보물처럼 가치가 크다. 일례로 특정 제품의 판매 실적이 좋으면 영업 부서에 공을 돌리는데, 실제로는 탁월한 디자인이나 엔지니어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숨은 보물은 조직 내 어딘가에 모습을 감추고 있으며, 눈에 잘 띄지 않을 때가 많다.

기업의 진정한 보배인 이런 숨은 보물을 잘 찾아내 더 큰 강점으로 확실하게 키워내는 일이야말로 경쟁력 확장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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