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동영상 제국 인류를 하나로 묶다
"중동 자유 저널리스트들의 유일한 채널… 가장 민주적 플랫폼"
개인·글로벌 기업·백악관·교황청 등 외부와의 소통 필수품으로 사용

지난달 21일 낮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구글플렉스(구글 본사)’. 여기서 1㎞ 넘게 떨어져 있는 야외 공연장인 쇼어라인 앰피시어터(Shoreline Amphitheatre)까지 2만2000여명이 긴 줄을 서 있었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동방신기·비스트·카라·f(x) 등 정상급 한류 스타들이 출연하는 K팝 콘서트 때문이었다. 티켓은 열흘 전 판매 시작 당일 1시간 만에 모두 매진됐다. 하지만 이날 공연을 지켜본 사람은 현장 관객 외에 수백만명에 달했다. 유튜브(YouTube)를 통해 전 세계로 실시간 생중계된 덕분이었다. 이날 생방송 영상에 달린 댓글만 19만개였다.
유튜브는 매월 전 세계에서 8억명이 찾아와 매월 30억시간의 동영상을 보며 60초마다 72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오는 세계 최대의 독보적인 동영상(動映像) 사이트이다.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구글(Google)에 이어 검색 순위도 세계 2위이다.
이런 유튜브는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지형을 혁명적으로 바꾼‘일등공신’이다. 예컨대 유튜브에 게시된 SM·YG·JYP 같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3사 소속 가수들의 지난 한해 영상 조회수를 합하면 23억회가 넘는다. 걸그룹‘포미닛’의 멤버 현아가 작년 7월 발표한 음악‘버블팝’은 미국에서 음반을 발매하지 않았는데도, 음악전문지‘스핀’이 선정한 ‘올해의 음악’9위에 올랐다.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가 2900만회가 넘는 재생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기 때문이다.
“유튜브 덕분에‘이런 나라에도 팬이 있을까’싶은 나라에서도 K팝 팬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어요. 유럽·남미는 너무 멀어 투어를 다닐 엄두조차 못냈는데, 이런 곳에서도 K팝 팬이 많아졌어요. 유튜브 이후로 세계를 한 덩어리의 시장으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그뿐만 아니다. 애플·코카콜라·맥도널드·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미국 백악관, 로마 교황청, 청와대 등도 유튜브를 외부와의 소통용도로 필수품처럼 쓴다. 세계인에게 동일한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광범위한 창구라는 이유에서다.
“페이스북의 86~88%, 트위터의 70% 이상은 모두 자국(自國) 안에서 이뤄지는데, 미국 서비스인 유튜브는 사용량의 70% 이상이 미국 바깥에서 들어 옵니다. 유튜브는 언어가 달라도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동영상을 매개로 세계인을 하나로 묶고 활성 화 하 는 촉 매 제 입 니 다 .”(판 카 즈 게 마 와 트·Ghemawat·스페인 IESE경영대학원 교수)
유튜브 집계에 의하면, 작년 한 해에만 140개국의 사용자들이 1조(兆)회 넘게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면서도 가장 신뢰할 만한 ‘글로벌 인터넷 방송국’이라는 방증이다.
이런‘초대형 글로벌 방송국’을 이끄는 살라 카망가(Kamangar·35) 유튜브 대표 겸 구글 수석 부사장은 이란 출신 이민자의 아들로 스탠퍼드대학(생물학과) 재학 중 당시 갓 창업한 벤처 기업 구글에 입사했다.“ 벤처기업에서 일해보는 게 나중에 창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구글을 선택했다”고 한다. 입사 후 구글의 최대 현금 수익창출원인 검색광고 모델개발 사업을 맡았던 그는 2010년부터 유튜브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WeeklBIZ는 지난달 29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살라 카망가 대표(Head of YouTube)를 인터뷰했다. 일본·중국 등 아시아 언론 매체를 통틀어 최초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탁자에 놓인 물컵에 손 한번 대지 않을 만큼 강한 집중력과 진지함으로 임했다.
살라 카망가 유튜브 대표의 첫인상은 '비즈니스맨' 같았다. 보통 구글 사무실은 온통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괴짜(geek)'들로 가득한데, 카망가 대표는 몸에 딱 맞춘 말끔한 셔츠 차림이었다. 세련된 방송계 종사자를 연상케 하는 복장이었다.
그는 "일주일 전(5월 21일) 구글 본사 인근에서 열린 K팝 콘서트 무대 옆에서 다른 구글러(Googler·구글 직원)들과 함께 공연을 지켜봤다"며 "K팝은 유튜브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문화를 전 세계로 유통시키는 창구가 됐음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고 말했다.

누구나 '브랜드'가 된다
국경 넘어 메시지 공유
이용자·영상 제공자 간
역동적 소통이 최종 목표
◇"유튜브는 개인과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 창구이다"
―유튜브란 기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누구나 쉽게 영상을 통해 전 세계에 메시지를 공유하게 하는 플랫폼이다. 케이블 방송 시스템이 미국의 MTV나 CNN 같은 방송사가 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된 것처럼, 유튜브는 개인의 '개성'이 담긴 영상을 인터넷상에서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어주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유튜브는 개인별 히트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장(場)이다. 유튜브에서 뜬 브랜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브랜드'로 바로 성장할 수 있다. 유튜브가 국경에 갇혀 있지 않은 글로벌 공간이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유튜브는 예전부터 존재해온 다른 영상 플랫폼과 달리 사용자와 콘텐츠 제공자가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다이내믹한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다. 축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를 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유튜브는 사용자들에게 자신만의 경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미래에) 유튜브 사용자는 한 경기에서 자신이 주목하고 싶은 특정 선수를 지정하거나, 한 선수의 음성만 선택해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퀴즈쇼를 예로 든다면, 쇼 출연자들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집에서 내가 직접 질문을 받을 수 있다."
방송사와 시너지 효과
새 프로 아이디어 제공
'아메리칸 갓 탤런트'도
유튜브서 인재 발굴해
―유튜브는 이미 사실상 세계 최대 인터넷 방송국이다. 유튜브에서 웬만한 영상은 다 찾을 수 있으니, 기존 방송 매체는 타격이 예상된다. 방송사와의 관계는?
"우리는 크게 2가지 방법으로 방송사와 손잡고 있다. 하나는 방송사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광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튜브를 통해 프로그램 자체를 방송하는 것이다.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방송사와 제휴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주로 방송사 프로그램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방송사는 유튜브를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새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얻고, 더 나아가 기존 프로그램을 진화시키고 있다. 좋은 예가 미국의 '아메리카 갓 탤런트'란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발굴한 인재 대부분은 유튜브를 통해 찾아낸 사람들이다."
그는 또 "중동의 개인 저널리스트들이 활용 가능한 영상 콘텐츠 배급 채널은 유튜브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집트에서는 수많은 고품질 시사·뉴스 프로그램이 오로지 유튜브를 통해 전파됩니다. 결국 유튜브가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보다 널리 배포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셈이지요."
하지만 그의 지적과 달리 방송사들은 유튜브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유튜브 등장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분산된 탓이다. 아직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 구독자가 감소 추세로 전환하지는 않았지만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망가 대표는 "방송사들이 인터넷이란 매체의 범위를 폭넓은 시각으로 조망하며 비즈니스 수요를 창출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 할애하고 있으며 유튜브가 거기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 사람들은 영상을 TV에서만 보지 않고 인터넷에서도 적극적으로 영상을 보고 있는 만큼, 방송사는 이런 현실을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연예 기획회사들은 이제 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가수와 노래를 알리는 데 주력한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인가?
"아니다. 물론 한국 드라마와 K팝은 유튜브를 통해 여러 나라로 퍼졌다. 하지만 다른 사례도 많다. 예컨대 발리우드(인도 영화) 콘텐츠 역시 유튜브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되고 있다. 인도의 운동경기인 크리켓도 그렇다. 크리켓 단체들은 인도 바깥 지역에서도 크리켓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유튜브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중동은 유튜브를 통해 특별한 변화를 겪었다. 과거 중동에는 국영 방송이 보여주는 것 외에는 볼 수 있는 영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개인의 의견이 담긴 영상이 대중에게 전파되고 있다. 유튜브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민주적인 영상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비즈니스 도구
K팝·발리우드 콘텐츠
유튜브 통해 빠르게 퍼져
모든 업계에 적용 가능
◇"모든 업계 비즈니스를 돕고 성장시킨다"
―유튜브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과 기회는 무엇인가?
"1분마다 72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유튜브에 가장 큰 도전인 동시에 기회다.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고 어떤 기능이든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쓸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렇게 많은 동영상이 올라오는 것은 큰 기회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동영상 속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영상을 쉽게 검색하고 빠르게 찾도록 하는 것은 기술적 측면에서 큰 도전이다."
-유튜브에 맞서는 경쟁자는 없나?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유료 동영상 서비스는 경쟁자일 수 있다.
"유튜브·훌루·넷플릭스는 각각 별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튜브는 다른 이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유튜브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이다. 사용자들이 찾아와 원하는 영상을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이다. 유튜브는 새로운 브랜드 탄생을 돕고 있다. 하지만 훌루와 넷플릭스는 이미 유명한 제작사들이 만든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장에 있다."
―유튜브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산업이 있을 듯한데.
"특별히 그런 업종은 없다고 믿는다. 유튜브는 모든 업계의 비즈니스를 돕고 성장시키는 것을 추구한다. 유튜브로 인해 변화가 생긴 분야는 케이블이다. 케이블 방송 활성화로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 폭이 넓어졌다. 현재 미국 시청자들이 ABC·CBS· NBC·FOX에 할애하는 시간은 25% 정도고, 나머지 75%는 새로 등장한 새 케이블 채널로 간다. 얼핏 보면 기존 방송사들의 비즈니스가 무너진 것 같지만, 신설 채널 대부분을 기존 방송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한 콘텐츠 노출은 방송사들에도 도움이다. 콘텐츠 제작사는 어떤 형태로 배급되든지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위기에 처한 일부 방송사들도 여러 방법을 통해 유튜브의 성장 엔진에 동참할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는 테크놀로지 기업보다 미디어 기업 성격이 강해 보인다. 최근 외부 콘텐츠 업체 영상을 적극 유치하려 하는데, 이는 방송사 같은 미디어 기업의 영업 방식이다.
"유튜브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테크놀로지 비즈니스 기업이다. 수천만 명이 동시에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보도록 지원하는 것은 고난도의 기술적 과제이다. 유튜브는 이를 해결해 사람들이 매우 쉽게 사용하도록 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우리의 목표는 사용자들이 보다 쉽게 영상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을 가장 잘 구현하기 위한 인재를 채용하고 최고의 기술적 대안 마련에 주력할 뿐이다."
카망가(Salar Kamangar) 대표는
출생: 1977년 이란 테헤란
학력: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과학과 졸업
경력: 구글 입사(1998년),
구글 최연소 부사장(2003년),
유튜브 대표(2010년부터 현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