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Champion] 잡스도 마돈나도 고객… 직원 1명이 8억원 버는 오디오 강자

입력 2012.06.16 03:08

하이엔드 오디오 기업 '골드문트'
최고가 만든 초미니 기업_ 스위스 시계단지서 제작 최고급 부품만 사용
일하는 사람 17명인데 작년 매출은 140억원
연매출 30% R&D에 투자_ 소리 굴절 없는 스피커 20년 연구로 특허 따내
"원하는 성과만 낸다면 일주일 일해도 1억 지급"

미셀 레바숑 골드문트 CEO
고(故) 스티브 잡스, 팝가수 마돈나, 부동산 황제인 도널드 트럼프,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이들은 모두 하이엔드(high end·통상 1000만원 이상) 오디오인 스위스 골드문트(Goldumund)의 고객들이다.

골드문트는 앰프(대당 최대 3억3000만원), 스피커(대당 5억5000만원) 등을 포함한 오디오 세트가 10억~30억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연간 수십 대의 오디오만 주문받아 한정 생산한다. 골드문트가 '창조'해내는 고품격 음질은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대상이다. 일본 소니(Sony)는 골드문트의 신제품이 나오는 즉시 제품을 완전 해부해 낱낱이 분석한다.

골드문트의 엔지니어들이 오디오 외관을 조립하고 있다. 골드문트는 오디오를 제작하고 나서도 최대 한 달에 걸쳐 엄격하게 음질 검증작업을 거친다. 골드문트 직원 17명은 모두 공학박사나 MBA 출신이다. / 제네바=이신영 기자
17명의 직원(엔지니어 8명, 사무직 6명, 연구개발 3명)만 일하는 초미니 기업인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200만달러(약 140억원). 직원 1인당 약 70만달러(8억6000만원)로 세계 1위(2011년 매출액 기준)인 월마트의 1인당 매출 19만9500만달러(2억2541만원)의 3배가 넘는다. 글로벌 경제의 험준한 파고를 뚫고 승승장구하는 골드문트의 비책은 뭘까? Weekly BIZ제네바 공항에서 15㎞쯤 떨어져 있는 골드문트를 찾아가 밝혀낸 성공의 열쇠는 세 개였다.

최고 명품 부품을 담아라

롤렉스, 파텍 필립 같은 대형 명품 시계공장과 부품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워치 밸리(Watch Valley·제네바에서 바젤까지 이어지는 스위스 시계 생산단지)에 자리 잡고 있는 골드문트는 규모도 단출했다. 661㎡(200평)의 공간에 연구개발(R&D) 및 생산라인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IBM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다가 1980년 이 회사를 세운 미셀 레바숑(Reverchon·67) CEO는 덮개가 없는 앰프 내부에 설치된 네모난 부품 하나에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부품은 단순히 금 색깔만 덧칠한 게 아닙니다. 24K짜리 금입니다. 골드문트 앰프 한 대에 4000여개의 부품이 들어갑니다. 스위스 명품 시계를 만드는 세계 최고의 부품업체들이 만드는 부품만 씁니다. 창업 당시, 이들 부품업체는 할리우드에 납품할 영화·라디오 녹음장비 부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저는 그 품질을 오디오에 적용했습니다."

골드문트는 제네바와 바젤, 프랑스 모나코에 있는 부품업체 160곳에 오디오의 모든 부품 제작을 맡긴다.

"창업 당시 내놓은 첫 제품 가격이 6만달러로 업계 최고가였습니다. 고급 부품과 외관을 쓰면 음의 진동이 깊어지고 고품격 음질이 나오는데 이런 노력을 더 줄기차게 할 것입니다."

R&D 집중투자해 10년 앞서간다

스위스 정밀주의의 산실로 불리는 골드문트는 1990년대부터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을 절묘하게 접목해 오디오 업계의 기술력을 선도한다. 수학자 출신인 베로니크 아담(Adam·39) 박사가 이끄는 R&D팀은 '프로테우스' 기술 개발로 국제특허를 받았다. 여러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소리가 방의 소파·탁자 등 환경을 계산해 청취자가 어디에 있든 음이 굴절되지 않고 똑같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연구에만 20년이 걸렸다. 아담 박사는 "통상 오디오로 듣는 '가공된 소리'는 뇌를 10배가량 더 쓰게 만들어 피로를 가중시킨다"며 "오디오 기계가 소리를 멋대로 '재해석'하는 것을 막는 게 핵심 연구원칙"이라고 했다.

골드문트는 연간 매출의 30%는 반드시 R&D 비용에 투자하는 경영 철칙을 고수한다. 최고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는 천문학적 금액을 주고서라도 데려온다. 레바숑 CEO는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낸다면 단 1주일을 일해도 10만달러(1억1690만원)까지 지급한다"고 말했다. 골드문트는 5~10년 단위로 외주 프로젝트팀을 구성하는데, 성과를 낼 때까지 돈을 지급한다. 지금까지 미국 UCLA,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등이 연구파트너로 참여했다.

"우리는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데 70% 정도를 달성했을 뿐입니다. 미세한 오류도 완벽하게 고치는 게 목표입니다."

③부자고객들의 '진실한 동반자'가 되라

최고의 품질과 기술력을 마케팅하는 기법도 다르다. '우리 제품이 최고다'라고 떠드는 게 아니라 '돈보다 중요한 건 당신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이다'라고 접근한다.

"성공한 부자들은 주위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어 답답해하죠. 얼마 전 뉴욕의 한 법률회사를 운영하는 고객이 '회사에 자꾸 벤츠 영업직원이 찾아오는데 벤츠를 살까'라며 고민을 털어놓길래 '필요없는데 돈 쓰지 마시죠'라며 못 사게 했더니 저에게 '나한테 솔직한 의견을 내줘서 고맙다'며 도널드 트럼프를 소개시켜주더군요."

"가격을 낮추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딱 잘라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마진율이 낮은 제품 라인을 없애는 방법으로 이익률을 높였지 가격은 절대 안 낮췄습니다. 작은 기업, 그러나 엄청난 이익(small size, but extreme profitability)이란 제 경영철학이 앞으로 골드문트의 번영 공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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