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신뢰 잃은 노키아, 과거 영광 되찾기 힘들 것"

입력 2012.05.19 03:03

모바일 전문가 데디우 이메일 인터뷰

핀란드 헬싱키에 본부를 둔 아심코닷컴(asymco.com)은 전 세계 휴대폰 업계 사정에 가장 정통한 블로그 중 하나이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는 호레이스 데디우(Dediu)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졸업 후 노키아에서 8년 동안 일한 경력이 있는 모바일 전문가다.

WeeklyBIZ는 그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노키아의 재기(再起) 가능성을 물었다. 뜻밖에 "소비자 트렌드가 변화무쌍한 휴대폰 산업에서 한 번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재기하기 힘들다"는 냉랭한 답변이 돌아왔다.

―노키아가 과거처럼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은?

"지금까지 연구결과로는 2000년대 들어 한번 적자를 기록했다든지 인기를 잃은 휴대폰 업체가 다시 일어서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알카텔휴대폰(중국 TCL에 매각) 지멘스휴대폰(대만업체에 매각) 소니에릭슨(현재 소니모바일로 통합) 모토로라(구글에 매각) 팜(HP에 매각) 등 14개 휴대폰 회사는 주인이 바뀌거나 더이상 휴대폰을 만들지 않는다."

―경영을 잘하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지 않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 역사적 사실로 미뤄볼 때 확률이 떨어진다. 이는 휴대폰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다. PC나 다른 제품군은 제조사가 물건을 만들면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다. 하지만 휴대폰은 통신사가 중간에 끼어있다. 한 휴대폰 브랜드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전 세계 통신사들은 그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팔기를 꺼려한다. 조그마한 리스크라도 짊어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삼성애플 아이폰이 나온 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전략으로 성공했다. 앞으로도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보다 유리해 보이는데….

"그런 식으로 나누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성공은 오직 혁신에서만 나온다. 노키아는 예전 원가절감 혁신으로 1등에 올랐고, 애플은 앱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을 해냈다. 삼성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그에 걸맞은 유통 혁신을 해왔다. 단, 이들 혁신은 시대와 맞아야 한다. 예컨대 (성장률이 높지 않은) PC업체들에겐 원가절감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시장이 커갈 때는 원가절감 혁신이 통하지않는다."

―당신이 지금 노키아 CEO라면 무엇을 당장 고치겠나.

"하드웨어 중심에서 서비스·플랫폼·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중점으로 하는 비즈니스모델에 주력하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소트프웨어와 플랫폼(구글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계 등) 없는 하드웨어 중심 회사는 몰락할 것이란 점이다."

―노키아의 조직문화를 고친다면….

"가장 큰 문제는 '거만한 문화(culture of arrogance)'였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플랫폼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실제 모바일 소프트웨어 분야의 리더였다. 하지만 그들은 애플·구글처럼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 그들은 자신의 회사가 너무 커서 몰락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

―노키아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최근 몰락에 대해 핀란드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핀란드인들은 요즘 누가 노키아 몰락을 책임져야 하는지 논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부질없다. 한 기업의 실패는 복잡한 의사결정과 수년에 걸친 결과물이다. 핀란드 경제를 보자면 최근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Rovio)와 같은 회사가 상장준비 작업 중이다. 아마 노키아보다 시총 규모가 클 것이다. 앞으로 이런 새로운 기업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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