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나 통제를 줄여라… 자율이 열정을 만든다

    • 노부호·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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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2.03.31 03:44

      해고없는 日 미라이社
      목표도 평가도 없지만 열정·애정 가득한 직원들 영업이익률 업계의 2배
      英 이매지네이션社
      지시하고 통제하면시키는 대로만 일하게 돼
      사람만 좋으면 채용하고 1년 후 성과 평가해 고용 여부 결정

      노부호·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대다수 기업은 직원들에게 활동 하나하나를 지시하고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는 통제경영을 하든지, 아니면 목표를 주고 달성 여부를 평가해 차등보상하는 목표관리를 한다. 한국 기업들도 지시통제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목표관리 경영은 한다. 그러나 1965년 출범한 건설 설비 및 자재 제조 기업인 일본의 미라이(未來)에는 목표도 없고 평가도 없다. 목표가 없기 때문에 목표 달성에 관계없이 사원들에게 연공서열에 의해 급여를 똑같이 지불한다. 미라이는 해고도 없고 정년도 5년 연장해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미라이는 영업이익률이 업계 2배인 평균 10% 정도이고 성장률도 높다. 내버려 두는데도 이렇게 성과가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일하는 사람들의 성품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이 '열정'과 '애정'을 갖고 있어서다. 열정은 근면, 성실, 의지, 용기를 나타내고, 애정은 배려, 나눔, 겸손, 검소, 감사를 나타낸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성품은 사람의 본질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세속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좋은 성품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열정을 갖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남과 하나 돼 애정을 갖고 협력할 때 좋은 성과는 물론 좋은 성품도 개발할 수 있다.

      선진 기업의 종업원들은 대부분 열정과 애정으로 충만한데 왜 그럴까? 3가지 요소가 작용을 한다.

      첫째는 자율과 책임의 제도이다. 사람이란 누구나 잘 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자율성을 부여받으면 무슨 일이든지 잘해 보려는 열정을 갖게 된다. 다른 사람과 협력해 더 많은 일을 해 보고자 하는 애정도 생긴다. 지시하고 통제하면 시키는 대로만 하고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생각이 줄어 게을러지며 눈치나 보며 자기 이익을 챙기게 된다. 영국 '이매지네이션'사(社)는 '사람만 좋으면 채용하고, 1년 후 평가해 성과가 좋으면 그대로 두고 성과가 좋지 않으면 해고한다'는 원칙을 표방하는데, 이게 자율과 책임의 제도이다. 이제 기업 내 조직은 빈대떡처럼 납작해져야 한다. 상사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코치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모든 직원을 사장처럼 일하게 하는 것이다. 일의 기본단위는 팀이고 팀이 수평 연결되는 네트워크 조직으로 가게 될 것이다. 자율과 책임은 내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스스로 정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정신으로 기업가 정신과 직결된다.

      둘째, 조직 내에 가치가 확립돼 있다. 가치에는 사람을 순수하게 하는 도덕적 가치, 자기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업적 가치, 다른 사람이 잘되도록 도와주는 인간적 가치가 있다. 사업적 가치가 열정이고, 인간적 가치는 애정이다.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사장은 후배 3명과 같이 창업해 지금은 계열사 140개를 가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안 된다고 말하지 말고 몇 번이고 시도하고 실험해서 해내기로 한 것은 결국 해내라'는 사업적 가치와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직원들의 미래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인간적 가치로 뭉쳐 있다. 그의 남다른 열정과 애정은 직원들에게 전파돼 직원들도 가치를 개발하고 열정과 애정을 공유하게 됐다.

      셋째, 문화가 다르다. 우수 기업은 개방적이고 도전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하고 직원 상호 간에 도움을 주고 협력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실패를 무릅쓰고 시도하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부회장은 2005년 초 CEO 부임 후 맨 먼저 "이제 맑은 정신으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니 9시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자"고 말했다. 이런 문화가 정착될 때 사람들은 자연스레 열정과 애정을 갖게 된다.

      기업 경영에는 3가지 측면이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 하는 것에 관한 전략적 경영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원가·품질·기술을 향상시켜 나가는 운영적 경영과 직원들에게 열정과 애정의 성품을 갖게 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실패를 무릅쓰고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적 경영이다.

      이 가운데 인간적 경영은 우리의 인격을 도야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을 인격도야의 장(場)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인격 도야를 통해서 열정과 애정의 성품을 개발할 때 우리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잠재력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 경제의 원칙이란 결국 사람들의 창조력·생명력을 활성화함으로써 잠재력을 키우고 자아실현을 하게 하는 원칙이다.

      이때 잠재력은 일을 열심히 하는 '열정'과 남과 더불어 협력해서 하는 '애정'이 있을 때 개발될 것이다. 인격 도야가 이뤄질 때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도 기대 이상으로 개선될 수 있다. 우리는 자율과 책임의 제도, 가치 그리고 문화를 통해서 직원들의 성품과 인격을 갈고 닦는 동시에 기업 가치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