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 소재로 학생끼리 '협상 배틀' 131년 와튼스쿨의 초특급 인기 강좌

입력 2012.02.18 03:02

경쟁 치열… 학생 4~5%만 수강
메일·SNS 통해 졸업후에도 교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협상(negotiation)' 강좌는 131년 역사를 지닌 명문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에서 초특급 인기 과목이다. 와튼스쿨의 수강 과목 신청은경매 방식(auction system)으로 이뤄진다. 강좌를 싸게 산 다음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식인데, 원하는 인기 강좌를 듣기 위해 제한된 포인트로 학생들이 직접 강좌를 사고파는 것이다.

재학생은 입학 때 5000포인트를, 2학년으로 진급할 때 약 2000포인트를 각각 지급받은 다음 이 포인트를 이용해 강좌를 사고판다. 와튼스쿨 측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교수의 '협상' 강좌를 들으려면 최소 3000포인트, 경쟁이 치열할 때는 최대 1만포인트를 써야 한다.

강좌 대부분은 100~400포인트만 쓰면 충분히 수강 가능하다. 동료 교수 5명이 가르치는 협상 강좌 가격은 1000포인트 미만이다. 와튼스쿨 내 총 120여개 강좌를 통틀어 가장 비싼 인기 수업이다.

와튼스쿨 출신인 곽승웅 베인&컴퍼니 이사는 "매년 졸업생 800명가운데 다이아몬드 교수의 '협상' 과목을 들어본 사람은 4~5% 남짓하다"며 "이런 행운을 잡으려고 일부러 다른 강좌를 포기하고 많은 포인트를 쌓아 신청 전쟁을 벌이곤 한다"고 말했다.

강좌 운영도 독특하다. 수강생 30~40명은 수업 때마다 4~5명 단위로 조를 짜 특정 기업이나 기구 역할을 맡아 '협상 배틀(battle)'을 벌인다. 또 매주 한 번씩 강의 시간에 배운 협상 기술을 실생활에서 적용해 실천한 결과를 숙제로 내거나 발표해야 한다.

'세탁소에 맡긴 옷에 때가 다 빠지지 않았을 때, 세탁소 주인에게 세탁비를 모두 줄 것인지 또는 비용을 얼마나 어떻게 돌려받을 것인지?' '예약한 항공편 시간이 지연됐을 때 항공사 직원에게 어떻게 요구할 것인지' 등….

국내 유수 금융회사에 몸담고 있는 졸업생 이지수(31)씨는 "실제 협상 상대와 접촉을 통해 박제 같은 죽은 강의가 아니라 생동하는 실전형(實戰型) 감각과 통찰력을 익히게 된다"고 말했다.

상당수 수강생은 이 강좌의 또 다른 매력으로 협상의 목적을 '성공과 실패(win or lose)'란 관점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깊은 공감을 통해 '더 얻는 것(getting more)'으로 파악하는 점이라고 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졸업생들과 항상 일대일로 메일을 주고받고 있으며, 트위터 같은 SNS 공간에서도 협상에 관한 조언을 직접 해주고 있을 만큼 한번 가르친 제자들을 잊지 않고 챙기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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