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규의 소통 리더십] 성공에 대한 추억이 많은가? 당신은 소유 편향(내 생각에 대한 근거없는 확신)에 빠지기 쉽다

    • IGM 협상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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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1.12.17 02:59 | 수정 2012.01.27 13:31

      소유편향_지금까지 실패경험 없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방적 지시로 일관
      그룹 싱크_회의때 리더가 얘기하면 직원들이 토를 달지 않아… 똑똑한 다수가 모여 멍청한 의사 결정 내려
      의사 결정_오류 줄이려면 소통 위한 열린 마음 필요나 역시 틀릴 수 있다는 전제 깔고 대화해야 진짜 토론 이뤄져

      최철규·IGM 협상스쿨 원장

      #1. TV 드라마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바로 '뿌리 깊은 나무'라는 화제작이다. 하나의 드라마가 이처럼 많은 철학, 경영학, 정치학적 화두를 던지기도 쉽지 않을 듯싶다. 그 중 소통 리더십 관점에서 봤을 때 압권인 장면이 있었다. 세종과 그의 정적(政敵)인 밀본의 수장 정기준이 한글 반포의 옳고 그름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다. 세종은 백성이 글을 알게 되면 힘이 생기고, 이것이 백성을 위한 길이라 주장한다. 반면 정기준은 백성이 글을 알면 욕망이 생기고, 이것이 사회의 신분 질서를 무너뜨리는 대혼란을 일으킬 것이라 단언한다. 중요한 것은 논쟁이 아니라 그 다음 장면이다. 목숨을 건 치열한 토론이 끝난 후 이들은 각자 자신의 본거지로 돌아가 고민하기 시작한다. 세종은 생각한다. '정말 한글 창제는 이 사회를 혼란으로 빠트리는 게 아닐까? 지금이라도 한글 반포를 포기해야 하나?' 정기준 역시 고민한다. '백성이 글을 알면 사서삼경을 익히게 되고 이것이 성리학적 이상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글 반포를 지지하는 게 옳은 일 아닐까?' 서로가 상대의 논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뒤엎기 일보 직전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2. TV 토론 얘기를 하려 한다. 100분 토론, 시사토론, 대통령 후보자 간 토론, 시장 후보자 간 토론. 수많은 TV 토론을 봤지만 시청 후 뒷맛은 그리 감동적이지도, 깔끔하지도 않다. 물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지성인이자 리더다. 상대에 대한 공격은 날카롭다. 내 주장을 강화시킬 수 있다면 상대의 폐부를 찌르는 '모진'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수비 역시 차돌처럼 단단하다. 불리하다 싶으면 또 다른 '상황논리'를 만들어 나의 약점을 비켜간다. 양측 모두 똑똑한 건 알겠는데, 뭔가 허전하다.

      TV 드라마 속 리더와 TV 토론 속 리더. 이 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라는 당연한 얘기는 말자. 이 둘의 차이점은 한마디로 '열린 마음'을 갖고 소통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다. 세종과 정기준의 토론이 '진짜 토론'처럼 느껴지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양측 모두 상대의 얘기를 듣고 마음이 흔들린다. '내가 생각한 것, 내가 믿고 있는 것이 틀린 게 아닐까? 상대 논리가 더 옳지 않을까?' 이 같은 끊임 없는 '자기 검증'과 '자기 의심'이 있다. 반면 TV 토론 속 리더들을 떠올려 보자. 이들에게 과연 상대 주장을 듣고, 자신의 주장을 뒤엎을 수 있을 정도의 치열한 '자기 검증'과 '자기 의심'이 있을까?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그렇다면 소통 리더십의 핵심 가치인 '열린 마음'이란 도대체 뭘까?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I may be wrong' 이다. 내가 상대보다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고, 경험도 많고, 더 성공했지만 나 역시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마음 상태다.

      어떤가? 리더로서 열린 마음을 갖기가 쉬운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를 심리학자들은 두 가지 용어로 설명한다. 하나는 '소유 편향'이다. 소유 편향이란 한마디로 '내 것', 특히 '내 생각'에 대해 갖는 근거 없는 확신을 뜻한다. 심리학자들이 실험을 했다. 길거리에 5000원짜리 복권을 떨어뜨려 누군가가 줍게 만든다. 이때 심리학자가 복권을 주운 사람에게 다가가 제안한다. "1만원 드릴 테니, 그 복권을 제게 파시죠?" 결과는 어땠을까? 대부분 팔지 않는다. 1만원에 판 후 복권 두 장을 사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로운 선택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소유한 복권이 큰 금액에 당첨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셈이다. 심리학자들은 주식 손절매가 어려운 이유도 같은 원리라고 설명한다. 다른 주식은 다 떨어져도 내 주식은 오를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

      소유 편향에 빠져 있는 리더의 회의 장면을 상상해 보자. 일반적으로 성공에 대한 추억이 많은 리더일수록 소유 편향에 빠지기 쉽다. 지금까지 내 생각대로 해서 실패한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는 부하들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쏟아 내도 내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훨씬 더 좋다고 느낀다. 부하들을 상대로 한 일방적인 설득과 지시가 이어진다. 왜 내 말이 옳은지….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어떻게 될까? 마침 운이 좋아 리더의 판단이 모두 옳은 것으로 나중에 판명됐다. 이때부터 '진짜 문제'가 발생한다. 부하들은 리더가 회의 때 무슨 말을 하면 그때부터 그 말에 '토'를 달지 않는다. 리더의 판단이 맞을 것이라는 '믿음 반(半)', 아무리 말해 봤자 리더의 생각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반' 때문이다. 이러다 보면 회의 때 '진짜 토론'이 사라지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그룹 싱크(Group Think)'라 부른다. 한마디로 똑똑한 다수가 모여 멍청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현상이다. 1962년 존 F 케네디와 그의 보좌관이 실행한 쿠바 피그만 침공사건, 1972년 닉슨의 워터게이트, 1984년 미국 NASA의 챌린저호 폭발사건 등이 그룹 싱크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부하들과 진짜로 소통하고 싶은가? 이를 통해 의사 결정의 오류를 줄이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열린 마음, 즉 'I may be wrong'이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은 화려한 '말발'이 아니다. 나 스스로 상대의 말에 의해 마음이 움직여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마치 설득하려면 설득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듯이. 그래야만 조직 내에서 '진짜 토론'이 이뤄지고 의사 결정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어떤가? 열린 마음을 가로막는 두 가지 적들. '소유 편향'에서 당신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룹 싱크'에서 당신의 조직은 얼마나 자유로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