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욕구를 경영하라

    •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입력 2011.11.26 03:23

무능한 직원들이 불평만 늘어놓는다고?
그 욕구를 풀어주는 게 진정한 동기부여

에이브러햄 H. 매슬로 지음 | 왕수민 옮김 | 리더스북

전설적 경영 구루인 피터 드러커가 언젠가 여러 회사들의 고위 중역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가 "회사에 쓸모없는 재목(직원, 인재를 뜻함)이 많은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청중 상당수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드러커가 물었다. "그들은 당신이 면접에서 고용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미 쓸모없는 재목이었습니까, 아니면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쓸모없게 된 것입니까?"

인사가 만사라는 금언을 모르는 리더는 없다. 열정이 가득하고, 비범한 지능과 추진력, 성실함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리더들은 노력한다. 그런데도 "사람이 없다"라고 한숨쉬는 리더들이 많다. '쓸모 있는 재목'를 뽑았는데 왜 회사에는 '쓸모없는 재목'만 가득할까?

20세기 인본주의 심리학의 새로운 장을 연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책 '인간욕구를 경영하라'는 '계발되지 않은 인간 잠재력이 어떻게 기업 발전을 꾀하고 선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지'에 관한 고민과 통찰을 담은 책이다. 그의 대표적인 이론인 욕구위계론과 자기실현의 개념을 경영 현장에 대입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1961년에 초판이 출간된 후 곧 절판되었다. 1998년에 개정판이 미국에서 출간됐고 한국에서는 2011년에 출간됐다.) 그의 이론은 심리학을 넘어 현대 경영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욕구위계론은 경영 현장에서 직원들의 상이한 욕구에 따라 상이한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는 인사관리의 통찰로 이어졌다.

매슬로의 욕구위계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당면한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다. 직원의 입장이라면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안전 욕구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 위의 사회적 욕구를 돌아볼 여력이 없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시키는 일만 할 뿐이다. 안전욕구가 해결되지 않은 이들에게 왜 창의성을 발휘하지 않는가, 왜 회사를 위해 자율적으로 고민하고 실행하지 않는가를 묻는 것은 우문이다. 일에 몰입하고, '세상을 깜짝 놀래킬 만한' 것을 만들겠다는 열정은 그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일일 뿐이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몇몇 천재들이 모든 고난을 감수하면서 만들었던 성과를 평범한 이들에게 원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리더들은 말한다. 직원들을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챙겨주는데 그것에 감사는 하지 않고 항상 불만만 가득할까? 매슬로는 "우리는 사람들의 불만이 멈춰질 거라 기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저 불만의 단계가 점점 더 높아져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즉 낮은 차원의 불평에서 높은 차원의 불평으로, 종국에는 고차원의 불평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매슬로는 "높은 수준의 불평을 다른 불평과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이는 리더들이 '불평의 수준'을 관리하고 그 방향을 고차원적인 목표로 발휘될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용불안정 등과 같은 낮은 수준의 불만을 충족해줘, 불만의 수준을 더 높은 차원(제품 개선, 생산성 상승)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그래야 자기동기 부여와 몰입을 통해 조직과 조직원 모두가 성장할 수 있다.

리더십 컨설턴트인 게리 해일은 매슬로의 이러한 통찰에 덧붙여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결핍욕구이며 리더라면 그런 (불평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걸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여겨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매슬로의 통찰을 경영의 관점에 결합한다면, 인간 경영의 핵심은 직원들이 현재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하위차원의 욕구)를 해결해주고 상위 차원의 욕구에 따른 결핍과 그에 따른 불평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조직에 쓸모없는 재목만 가득한가? 그들의 욕구가 '쓸모없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때 쓸모 있던 재목이었던 그들이 왜 쓸모없는 것에만 몰두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면, 그들의 불평을 청취하라. 그리고 그들의 불평을 고차원적인 것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현재의 욕구를 경영하고 해결하라.

직원의 동기부여를 고민하고, 높은 수준의 열정과 몰입을 기대하는 리더에게 매슬로는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을 메시지로 전하고 있다. '인간 욕구를 경영하라.' 1960년대 잉태됐지만 21세기의 고민을 담고 있는 '오래된 미래'와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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