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 최철규·세계경영연구원(IGM) 협상스쿨 원장

입력 2011.11.05 02:48

외적 동기의 나약함
보상에 익숙해지다 보면 약발이 떨어지는 순간 하고자 하는 의욕도 소멸

진짜 리더가 되려면
보너스와 연봉동결 카드로 부하들을 이끌지 말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밀어줘라

최철규·세계경영연구원(IGM) 협상스쿨 원장

소설가인 당신. 창작을 위해 두 달간 한적한 마을을 찾았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라며 집필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데, 예상치 않은 '방해꾼'들이 등장했다. 동네 꼬마 4명이 마침 당신이 머무는 숙소 앞 공터에서 소리를 지르며 축구를 하고 있다. 노는 모습을 보니 매일 공터에 모일 기세다. 여기서 문제! 어떻게 꼬마들을 다른 공터로 보낼 수 있을까? 지금 당신의 주머니에는 3만원이 들어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얘들아, 아저씨가 일에 집중해야 하니 딴 데 가서 놀아라. 안 그러면 혼난다." 그래도 순순히 말을 듣지 않는다면? "만원 줄게, 다른 데 가!" 아이들은 만원을 받아 들고 신나할 것이다. 하지만 며칠 뒤 또다시 공터에 등장할지 모른다. "아저씨, 저희 돈 다 떨어졌는데요." 기대감과 미안함이 섞인 미소와 함께.

만약 당신이 심리학자라면 앞의 두 가지, 즉 협박과 매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지 모른다. "아저씨가 외로운데, 너희들이 활기차게 놀아주니 너무 좋구나. 공터에서 놀다 집에 가기 전에 꼭 아저씨에게 들러라. 고마움의 표시로 매일 1000원씩 줄게." 꼬마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이렇게 3일이 지난 후 4일째 되는 날 당신은 다시 말한다. "미안한데 1000원은 너무 과한 것 같구나. 앞으로는 500원씩만 줄게." 꼬마들은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공터를 찾아와 '놀아준다'.

다시 3일이 지난 후 당신은 아이들에게 10원씩을 준다. 아이들은 따진다. "왜 10원만 주세요?" "미안하다. 아저씨가 돈이 없어 이것 밖에 줄 수 없구나." 그러자 아이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아니, 아저씨. 저희가 그깟 10원 받으려고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힘들게 뛰어다니며 노는 줄 아세요? 이 동네에 다른 재미있는 놀거리가 얼마나 많은데요!" 아이들은 다음날부터 공터에 나타나지 않았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는 분명 동기(motivation)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외적(外的) 동기'와 '내적(內的) 동기'로 구분한다. 화가를 생각해보자. 작품 활동 자체가 행복해서 붓을 잡는 화가는 내적 동기, 돈과 명예 때문에 붓을 잡는 화가는 외적 동기가 충만하다고 볼 수 있다.

심리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앞의 사례는 '외적 동기의 나약함'을 잘 보여준다. 꼬마들은 처음에 공놀이 자체가 즐거워 공터에서 뛰어놀았다.(내적 동기) 하지만 아저씨가 주는 보상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젠 노는 것보다 돈을 받는 일(외적 동기)에 더 관심이 커졌다. 이런 상태에서 외적 동기를 줄여 버리니 원래 갖고 있던 내적 동기도 아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외적 동기만 갖고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고. "사람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움직이려면 내적 동기를 건드려야 한다"고.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수년 전 책으로 소개돼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브라질의 '샘코'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운영방식은 독특하다. 직원들은 자기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한다. 출근시간, 같이 일할 사람, 근무 장소, 월급 등이 모두 자기 마음이다. 회사의 중요한 의사 결정은 철저히 '다수결'을 따른다. 당신이 만약 관리자라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회사가 있냐", "기업 경영이 무슨 장난이냐."

하지만 샘코의 경영 실적을 보면 장난이 아니다. 샘코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40%에 달한다(2005년 기준). 샘코의 셈러 사장은 말한다. "나는 최고경영자(CEO), 즉 효소 역할 최고 책임자(Chief Enzyme Officer)다. 샘코의 모든 직원들이 열정적이고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게 내 임무다." 그는 '인간은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창의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내적 동기'의 절대적 힘을 신봉하는 회사가 바로 샘코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Pink) 역시 "당근과 채찍(외적 동기)은 인간의 창의성을 파괴한다"고 단언한다. 그는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할 때는 당근과 채찍이 위력을 발휘하지만, 지식 기반의 일을 할 때는 내적 동기를 강화하는 것이 훨씬 생산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막대한 자금과 조직이 투입된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엔카르타(Encarta·인터넷 백과사전)가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수정할 수 있게 만들어진 위키피디아에 KO패를 당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는 부하들이 자신의 것(autonomy·자율성)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자신에게 중요한 일(purpose·목적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당신이 리더라면 부하들 앞에서 무슨 말을 주로 하는지 복기해보자. 혹시 올해 목표를 달성하면 보너스를 주고, 달성 못하면 내년도 연봉 인상은 없다고 말했는가? 당신은 외적 동기로 부하를 이끄는 리더다. 만약 부하들에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그들에게 그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 위해 애썼는가? 당신은 다니엘 핑크가 말한 '진짜 리더'다.

소통이란 당근과 채찍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상대가 스스로 움직이고 싶게끔 만드는 고도의 전인격적인 작업이다. 자녀와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혹시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아 답답한가? 성적 오르면 용돈 더 주겠다고 말했는가? 그전에 아이의 '꿈'을 먼저 물어라. 그리고 그 꿈을 이루려면 지금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하라. 진짜 리더는 일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일의 의미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내적 동기를 건드릴 때 진짜 소통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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