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日 A·Z수퍼 마키오 에이지 사장

    • 가고시마=선우정 Weekly BIZ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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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1.10.08 02:59 | 수정 2011.10.10 10:19

      한적한 시골에서 거대한 쇼핑센터가 어떻게 장사되냐고?
      시골 마트가 24시간 연중무휴… 상식을 깨니 시장이 열렸다

      일본 가고시마(鹿兒島)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아쿠네(阿久根)라는 지방도시의 외곽이었다. 대상권의 혜택이라곤 전혀 입을 수 없을 듯한 논밭과 황무지의 중심에 'A·Z'란 커다란 간판을 단 초대형 수퍼센터가 나타났다.

      부지 면적은 도쿄돔의 3.6배인 17만㎡, 매장 면적은 1만8000㎡. 식료품, 생활잡화, 의료, 가전, 서적, 의약품, 농기구, 낚시 도구, 불단(佛壇), 자동차까지 판매하는 상품만 35만점에 달했다. 수퍼센터의 이름 'A·Z'가 뜻하는 "A부터 Z까지 다 있다"는 주장이 허풍은 아니었다. 영업일은 365일, 영업시간은 24시간. 도심 편의점의 연중무휴 서비스를 변방 과소(過疏)지역의 초대형 수퍼센터가 제공하는 것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함께 겪는 일본에서 먼저 태풍을 맞은 곳은 시골이다. 인구 2만5000명인 어촌 도시 아쿠네시야말로 고령화 태풍이 삼킨 곳이다. 65세 이상 주민이 8200명(32.7%)에 달한다. 주민은 줄어드는데 노인은 늘어나는 전형적인 과소지역이다. A·Z 규모의 수퍼센터는 30만명 정도의 상권이 필요하다. 핸디캡은 이것뿐이 아니다. 아쿠네시의 1인당 주민 소득은 연간 176만엔. 아쿠네시가 속한 가고시마현 평균(221만엔), 일본 전체 평균(282만엔)보다 한참 떨어진다. '있는 수퍼'도 당장 떠날 듯한 변방 상권. 이런 곳에서 A·Z는 당당하게 문을 열고 화려하게 성공했다.

      일본 가고시마현 과소(過疏) 지역인 아쿠네시 근교에 초대형 수퍼센터를 세워 성공시킨 마키오 에이지 사장. 그는“실적에 눈이 멀면 고객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고시마=선우정 기자
      A·Z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마키오의 마키오 에이지(牧尾英二·70) 사장은 "시골 상권에 대한 유통업의 상식은 틀렸다"고 말했다. "매장을 열기 전에 아쿠네시에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던 쇼핑 금액이 얼마였는지 아세요? 연간 50억엔이었어요. 편리한 대형 점포가 시골이라는 이유로 들어서지 않으니, 기존의 구매력조차 술술 빠져나간 것이지요."

      마키오 사장이 고향 아쿠네시 외곽에서 A·Z의 문을 연 것은 1998년. 하지만 정부에 A·Z 설립 신청서를 낸 것은 13년 전인 1985년이었다. "'인구가 30만명은 돼야 하는데 아쿠네는 10분의 1도 안 되지 않느냐. 아쿠네시 전체 소매 점포 면적을 다 더하면 이미 전체 인구에 필요한 매장 면적을 넘어선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것이지요. 10년 동안 관청을 드나들었습니다." 정부가 허가를 내준 것은 1996년. 고령화로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한 경제사적 변곡점이었다.

      "곧 망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A·Z의 개점 첫해 매출은 62억엔. 2006년과 2010년 역시 가고시마현의 과소 지역에 2호점과 3호점을 개점해 전체 매출은 250억엔으로 4배 성장했다.

      성공 비결을 묻는 말에, 그는 "이익 제2주의"란 다소 일본적인 용어를 꺼냈다. 쉽게 말해 고객이 우선이고 이익은 둘째라는 얘기다. "이익에 눈이 멀면 고객도 보이지 않지요."

      '변방상권의 승리자' 마키오 사장을 지난 8월20일 Weekly BIZ가 아쿠네시 A·Z 매장에서 만났다.

      '변방 상권의 승리자' 마키오 에이지(牧尾英二) 사장은 실업고 졸업 후 자동차회사인 후지정밀공업(현 닛산자동차)에 취직했다. 여섯 형제 중 장남인 그는 "아버지로부터 가업(家業)인 양복점을 물려받기 싫어 고향을 떠났다"고 했다. 하지만 동생이 고향에서 시작한 홈센터(집을 단장하고 개선하는 데 필요한 도구나 자재를 판매하는 대형 상점)가 경영난에 빠지자 아버지는 구원투수로 그를 고향으로 불러들였다. 마키오 사장이 동생에게 홈센터 경영권을 인수받아 '주식회사 마키오'를 설립한 것은 1985년. 논밭에 세워진 'A·Z'는 주식회사 마키오가 운용하는 수퍼센터 이름이다.

      수퍼센터 이름인 A·Z는 A부터 Z까지 모든 것 을 판다는 뜻이다. 매장 한구석엔 어린이 목장갑 코너(사진 오른쪽)도 있다. / 가고시마=선우정 기자
      반(反)대상권(大商圈)주의

      마키오 사장의 성공 노하우는 경제 상식을 부정하는 '반(反)상식 경영'으로 요약된다.

      "상권이 좁으면 장사를 못 한다고요? 수요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제껏 일주일에 한 번 매장을 찾던 손님을 세 번 방문하게 하면 3만명 상권이라도 9만명 매출로 늘어나지요. 다음은 1회 쇼핑 때 5점 구매하는 것을 15점 구매하도록 하면 3만명의 상권이라도 27만명 매출이 가능하지요."

      ―주민의 구매 횟수와 구매량을 어떻게 늘렸나요?

      "개점 당시 첫 번째 원칙은 손님이 우리 매장에서 필요한 모든 상품을 살 수 있도록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구매량을 늘리려면 'A·Z에 가면 다 있다'는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했지요. 유아에서 노인용품까지, 바늘 1개부터 자동차까지 현재 35만개 상품을 진열하고 있어요. 일본에서 가장 많을 겁니다."

      ―여기는 고령화 지역입니다. 흔히 이런 지역에선 노인용품을 강화해야 장사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지요. 고령사회에선 '노인에게 친숙한 매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고령사회라도 노인들의 기호에 치중해 성공한 경우는 드뭅니다. 우리는 이런 발상을 적용하지 않아요. 유아에서 노인까지 모든 고객에게 공평하게 상품을 조달해 진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소매업은 섬세한 모든 것들의 축적이지요. 쇼핑이 불편한 시골에서 A·Z를 지역사회의 '인프라스트럭처'로 만든 겁니다."

      ―2000년부터 경차와 소형차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신차에 가까운 중고차나 구형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영업사원도, 가격 흥정도 없이 표시된 금액을 매장 계산대에서 지급하면 기름을 가득 채워 손님에게 내주지요. 연간 매출의 20%가 자동차 판매와 검사·정비에서 나와요."

      ―자동차업계에서 일했기 때문인가요?

      "당초 자동차까지 팔 생각은 없었어요. 순전히 고객 요청 때문이었지요. 시골 사람들은 주로 경차나 소형차를 타는데 A·Z 물건이 싸니 자동차를 팔아도 쌀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지요."

      ―인구가 줄어들어 생산력을 상실하는 과소(過疏)지역에서 24시간 연중무휴 영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연중무휴가 간판인 편의점도 과소지역에선 24시간 영업을 중단하고 있는데.

      "아쿠네시는 어촌이라서 사람들이 빨리 잠자리에 든다는 것이 상식이었어요. 그러니 심야 고객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실험을 해보니 실제론 달랐어요. 저녁 7시부터 아침 8시까지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에 달했지요. 상식과 달리 대형 상품의 구매와 1인당 구매액도 낮보다 밤이 높아요. 일본은 고가상품 구매 결정을 여전히 아버지가 하지요.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귀가하고 나서 가족과 함께 매장에 와서 구매하는 상품은 고가 상품이 많습니다. 새벽 고객도 많아요. 아침 일찍 바다에 나가기 전 또는 시장에 나가기 전에 매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반(反)이익 지상주의

      A·Z는 개점 당시 일반 소매점보다 8~10% 싼 가격으로 상품 가격을 설정했다. 소매업의 경상이익은 2~3% 수준. 가격을 10% 낮추면 이익을 낼 수 없다고 반대했지만 그는 밀어붙였다.

      "경영자가 실적에 눈이 멀면 고객도 보지 않아요. 기업의 최종 목표는 생명 유지, 즉 존속(存續)입니다. 존속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익만 내면 된다는 자세로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상심을 잃지 않는 것이지요."

      ―가격을 낮추고 나서 어떻게 달라졌나요?

      "홈센터 시절엔 평균 구매상품 가격이 500엔, 구매상품 수는 5점이었습니다. 1회 방문 평균 매출이 2500엔이었지요. 지금은 평균 가격이 300엔, 구매상품은 15점으로 바뀌었습니다. 1회 방문 평균 매출이 4500엔으로 늘어난 것이지요. 방문객 수를 늘리고, 많이 사도록 하는 것이 A·Z를 지탱하는 기둥입니다."

      ―6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게 구매액의 5%를 현금으로 적립해주는 AZ카드를 발급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익의 일부를 아쿠네시에 기부할까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아쿠네 인근 지역에서도 손님들이 우리 매장을 찾았어요.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아쿠네시에 기부하면 시외 손님들에게 불공평하겠지요. 그래서 적립카드를 만든 것입니다."

      ―카드 발급을 노인에게 한정하는 이유는?

      "모든 고객에게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지요.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어요. 노인 명의로 카드가 발급되니 젊은 사람들도 집안 노인을 모시고 함께 쇼핑하러 옵니다. 우리 매장에선 할아버지, 할머니를 앞세우고 가족 3대가 함께 쇼핑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어요. 5% 할인을 받으려는 목적일 수도 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가족관계가 복원되는 것이지요. (노인 카드로 자녀까지 할인받는 것은) 사실 반칙이지만 모르는 척 눈을 감습니다. 가족 화목에 기여하는 것이니까."

      ―거래처 1000곳 중 500여곳이 아쿠네시의 지역 업체입니다만.

      "대규모 수퍼센터를 열 때는 지역 상공인들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다른 대형 유통업체가 A·Z와 비슷한 규모로 이곳에서 매장을 연다면 500개 정도 거래처로 충분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역 상공인을 위해 거래처를 두 배로 늘렸어요. 지역을 무너뜨리면 결국 자신을 무너뜨리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잘되면 지역 업체도 잘되고, 연이어 지역 전체의 활성화로 이어지겠지요."

      A·Z는 가격 인하분을 저비용 경영으로 만회하고 있다. 우선 직원 1인당 판매 면적을 일반 양판점의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A·Z는 120명 정도의 직원이 관리합니다. 직원 1인당 30~50평을 관리하지요. 보통 백화점이 6~10평, 수퍼마켓이 10~15평, 마트가 12~20평 수준입니다. 밤에는 운동장만 한 매장을 단 12명이 관리하니 1인당 450평을 관리하는 셈이지요."

      ―관리가 가능합니까?

      "관리는 물론 간단한 청소까지 합니다."

      ―점포가 어둡던데, 역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인가요?

      "편의점의 조명이 2000럭스 수준입니다. 우리 매장은 700럭스 정도이지요. 밤에는 시간에 따라 5단계로 밝기가 조정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그래도 어두워서 상품이 안 보인다는 의견은 없습니다."

      ―난방을 틀지 않는다고 하던데.

      "난방을 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난방시설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개점 당시 기상청의 과거 10년치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이 지역은 일본 남부 지역이기 때문에 난방이 필요한 날은 1년 중 2주 정도에 불과하더군요."

      반(反)매뉴얼주의

      난방시설만이 아니라 판매 관리 시스템인 'POS'도 도입하지 않았다. 직원이 경험과 감각으로 상품을 관리하고 조달한다. 판매가격도 스스로 결정한다. 경비 절감이 목적이 아니다.

      "A·Z에선 각 파트가 각각의 상점입니다. 매장 담당자가 상점 주인입니다. A·Z는 단지 이들 상점의 집합체일 뿐입니다. 사장이 점장에게 지시를 내리고, 점장이 현장에 지시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A·Z엔 전무, 상무와 같은 관리직 자체가 없어요. 전체 32개 분야의 '담당자'만 있습니다. 진정한 사장은 이들 32명입니다. 이들이 각자 관리하고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저는 그 밑에서 서포트하는 존재일 뿐입니다."

      ―서포트란?

      "경영 이념과 전략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자' '원가가 올라도 가격 인상은 최대한 억제하자' 뭐, 이런 뻔한 이야기들입니다. 저는 뱃길 안내인이지요."

      A·Z는 직원들이 지켜야 할 업무 매뉴얼도 없다. '매뉴얼사회' 일본에선 사례를 찾기 어렵다. 사내 교육도, 경영회의도, 영업회의도 하지 않는다. 매장 직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할 뿐이다.

      "업무 매뉴얼을 만들면 매뉴얼에 의지해 스스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도 어렵지요. 정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