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심리분석] 아이디어 3B(bathㆍbedㆍbus) 법칙 아십니까… 목욕·침대·버스에서 "아하"

    • 우종민·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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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1.10.01 03:03

      우종민·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
      30년 전, 의자에 등을 묶고 공부하던 친구가 있었다. 진득하게 오래 앉아있기 위한 목적이었다. 아마 본드로 붙일 수만 있다면 그는 기꺼이 엉덩이를 의자에 접착했을 것이다. 그의 분투는 눈물겨웠다. 시선을 옆에 빼앗기지 않도록 독서실 책상 주변을 가렸고, 심지어 안경 옆에 하얀 종이를 붙였다. 단어를 다 외우고 나면 사전을 찢어서 씹어 먹고, 네 시간 넘게 잔 날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의지력 결핍을 자책했던 시절, 그땐 그랬다. 정말 그게 살 길인 줄 알았다.

      이제 세상이 변했다. 고개 숙인 직원, 머리를 책상에 처박고 있는 직원이 많으면 그 조직은 비전이 없다. 최근 한국의 제조 업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좋은 기계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팔리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예측하고 거기에 녹아들어 가야 한다. 그런데 이런 건 앞만 보고 들입다 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사실 어려운 이야기이다. 스티브 잡스가 찾아온들 당신 회사는 그를 알아볼 수 있겠는가. 소비자에게 한국 제품은 불량이 적어진 괜찮은 물건일 뿐이다. 그러나 애플, 구글, 페이스북 이런 회사들은 인간의 존재 방식을 설계하고 소비하게 만든다. 남과 다른 나만의 존재를 사는 것이다.

      조지 쉐퍼(George Schaffer)가 창립한 OPI는 손톱 미용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다. 둔감한 나도 손톱에 한번 발라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상품 이름이 기가 막히다. 할리우드 여배우의 고혹적인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 선홍색은 '저는 웨이트리스가 아니에요'(I'm Not Really a Waitress) 느낌이 확 오지 않는가? 핑크색은 '코니 아일랜드 솜사탕'(Coney Island Cotton Candy), 도도한 자주색은 '사우스비치에서의 위험한 노출'(Overexposed in South Beach)이다. 매니큐어의 원가를 따져볼 여유가 없다. 그냥 나도 발라보고 싶어진다. 정신의학 용어로는 외부의 사물을 상징적으로 삼키고 동화하는 과정이다. 소비자는 단순히 울긋불긋한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에 담긴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소비하고 나와 일체화하는 것이다.

      2009년 12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보고서인 '혁신가의 DNA'를 보면, 혁신가의 20%는 타고나고 80%는 후천적으로 길러진다고 한다. 그렇다. 지금부터라도 기르면 된다. 최소한 창의성을 억압하는 잘못된 습관을 버리면 좋다.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려면 구성원의 뇌 구조와 행동 패턴도 바뀌어야 한다. 창의성은 나와 사물 간의 관계를 깊이 성찰할 때, '내가 지금 왜 이것을 하고 있을까'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질 때 잘 발동된다.

      세계 최고의 흥행 영화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은 "호기심은 당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호기심은 세상살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원죄일 뿐이었다. 나서지 말아야 했다. 그렇게 키워진 순둥이들 모아놓고 갑자기 무슨 창의성을 논하는가. '말 많으면 간첩'인 문화에서는 창의성이 나오기 어렵다.

      고개를 들어보면 어떨까? 앞만 보는 긴장 상태에서는 아이디어가 잘 생기지 않는다. 어깨 힘을 빼고 고개를 들어 두리번두리번할 때 창의성이 높아진다. 3B라는 말이 있다. 목욕, 침대, 버스(bath, bed, bus)의 약자인데, 기발한 아이디어는 목욕탕에서 몸을 담그고 고개를 들어 휘휘 돌리다가,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문득 버스나 기차를 타고 덜컹덜컹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다. 시선의 위치가 창의성을 좌우한다. 고개를 들면 시선이 변하고 보이는 사물과 각도가 달라지면 생각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주변에 개방을 하는 열린 자세가 된다. 창의성에는 시선의 위치가 중요하다. 고의로 반대 질문을 함으로써 더 좋은 방법을 빠뜨리고 있지는 않은지도 점검할 수 있다.

      오늘도 아침에 기업 특강을 다녀왔다. 누군가 손을 들고, "교수님, 방금 소개하신 연구 결과는 다르게 해석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0년 안에는 만날 수 있을까? 그래도 희망을 잃지는 말자. 우리는 변신의 명수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