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수후 통합 잘하려면

    • 안동순·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

입력 2011.09.24 03:01

정보와 의사 결정 이끄는 지위에 인수 기업 핵심 인재를 앉혀라

안동순·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
대부분의 비즈니스 현장은 교과서와 많이 다르다. 인수 후 통합(PMI·Post Merger Integration)도 이론과 실제의 차이가 큰 대표적인 주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조사에 따르면 M&A 성공률은 평균 50%를 넘지 못한다. 그만큼 PMI 실행이 어렵다는 뜻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보면 많은 경영진이 PMI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이론과 프로세스만 습득하고 안심하는 경향을 보인다. PMI를 딜 종결 후 진행하는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프로세스로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합'은 '프로세스'가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다. 통합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접근 방식과, 궁극적으로 통합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전략과 전술을 '누가'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아무리 PMI 과정을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통제하려 해도 리더십이 없으면 실패 확률이 높다. 성공적인 PMI의 해법은 '리더십'에 있다.

정보와 의사 결정 흐름을 장악하라

리더십을 논의하기 전에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시기'다. 일반적으로 PMI를 이야기할 때 인수 후 '초기 100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기간은 변화에 대한 조직원의 수용 범위가 가장 넓을 때다. 인수 기업과 피(被)인수 기업의 중요 기능이 약화되거나 핵심 인재들이 조직을 가장 많이 떠나는 기간이기도 하다. 새로운 조직을 창조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 만만치 않고, 개별 조직원의 마음을 움직여 신뢰를 갖게 하는 일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M&A 성사 후 초기 100일을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일종의 '준비 운동' 기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리더십도 이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준비 운동'에 들어가기 앞서 대다수 경영진은 결론부터 내린다. '새 조직의 수장으로 누구를 앉힐까'부터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경영진 인선 자체는 통합의 취지와 M&A에 따른 새로운 기업 문화를 알리는 강력한 신호로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 중 하나다. 가령 비용 절감에 유능한 사람들로 경영진을 구성하는 것과 신사업 진출 성공 경험이 있는 이들을 고위직에 앉히는 것은 직원들에게 다른 메시지를 준다.

그러나 올바른 PMI 리더십은 그 바탕이 되는 지배구조 재설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M&A 성공 사례들을 보면 '정보와 의사 결정 흐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지배구조 문제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그 흐름을 관장하는 핵심 지위에 인수 기업의 핵심 인재를 파견한다(만약 대형 인수 건이나 대형 투자 계획이 있다면 의사 결정 라인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그 핵심 인재는 최고재무책임자(CFO)나 최고운영책임자(COO) 같은 C-레벨의 임원일 수도 있고, 실무진일 수도 있다. 피인수 기업의 문화나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들을 통해 인수 기업은 핵심 정보를 놓치지 않고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성공적인 인수 기업은 새로운 조직에서 최소의 인원으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차원에서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①리더십의 축을 설정하라

우선 성공적인 인수 기업은 피인수 기업의 경영·관리 체계부터 정립한다. 이는 지배구조의 두 축인 이사회와 경영진 사이에 힘의 배분점을 찾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인수 기업이 새로운 조직의 의사 결정, 특히 대규모 투자 결정과 같은 중대한 일에 어느 정도 참여할지를 미리 결정해 놓아야 어떤 레벨의 경영진이 어느 부문을 관리 또는 관찰할지를 논리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사회든 경영진이든 최고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는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빈틈이 생긴다면 새로운 조직을 운영할 리더십을 가져갈 수 없다. 반면, 점령군처럼 이사회와 경영진 모두를 장악하면 피인수 기업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가령 한 기업이 이종(異種) 산업 부문의 다른 기업을 인수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종 산업에 대한 M&A는 주로 신(新)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활발히 이뤄진다. 이 경우 인수 기업 입장에선 잘 모르는 산업 부문에 자기네 직원을 섣불리 파견하는 것이 꺼려질 수 있다. 자칫 인수 기업의 의도가 곡해돼 핵심 인재가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기존 조직원의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해 C-레벨 경영진의 파견은 지양하면서, 대신 이사회를 통해 주요 경영 사안을 관리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공백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리더십의 균형점을 찾는 방법이다.

②4대 핵심 부문에 정예 요원을 투입하라

성공한 인수 기업은 핵심 경영진의 선별 및 배치와 관련해 돈·계약·사람·운영 부문에 대한 확실한 통제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조직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각 부문은 재무 조직(돈), 기획 조직(계약), HR 조직(사람), R&D·생산·영업·마케팅 등 사업 조직(운영)에 대응된다. 현재 살림 상황이 어떤지, 향후 투자 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내릴 것인지, 조직 안에서 누가 어떠한 역할을 맡을지, 조직 전체가 어떤 분위기 속에서 돌아가는지 등이 그 내용이 될 것이다.

인수 기업이 '되도록 인재를 적게 파견한다'는 원칙을 세웠더라도 이 4대 핵심 부문만큼은 정예 요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때 반드시 임원급을 파견할 필요는 없다. 팀장급 실무진을 파견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현장 장악력이다. 앞서 언급한 이종 산업에 대한 인수 건의 경우, C-레벨 파견을 지양한다면 4대 핵심 부문에서 현장 정보를 파악하는 실무 팀장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③100일간의 소통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라

새로운 지배구조의 안착을 위해선 공감대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M&A 직후엔 내부적으로 인수 기업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인수 의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새로운 조직이 자리 잡은 후에라도 인수의 전략적 의미와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기업 안팎으로부터의 신뢰와 공감대 확보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때 이사회·경영진·실무진에서 인수 기업의 핵심 인재들이 중추가 될 수 있다. 인수의 목적과 비전에 대한 공감대 형성뿐 아니라 새로운 조직의 임직원 의견을 청취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체육대회나 1대1 미팅 같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활용된다. 이러한 노력을 낮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지만, 체계적인 지배구조와 리더십을 갖춘 뒤라면 그 결과는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지난 2005년 아디다스와 리복이 통합된 사례는 리더십 구축을 위한 3가지 차원의 노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회사는 브랜드 고유의 특징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 개발과 마케팅은 별도로 유지하기로 했으나, 지원 조직과 기업 문화의 경우 인수 기업인 아디다스의 가치를 중심으로 통합을 시도했다. 리복 직원이 이전과 같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섣불리 임직원을 바꾸는 일은 피했다.

아디다스와 리복은 동종 산업이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직장 분위기가 서로 다른 두 기업이었기 때문에 직원 융합 차원의 관리도 중시했다. 단일 문화를 구축하고 양사(兩社)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일하기 위해 전 임직원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영상편지 상영, 주요 지사에서의 타운홀 미팅, 이메일을 통한 새 소식 전달 등을 새로 시행했다. 또 매월 전 세계 직원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직원들의 관심사를 파악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정하고, 조직 전체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리더에게 1대 1로 브리핑했다. 이 리더들 중에는 PMI 작업을 주도해온 아디다스의 핵심 인재가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의견 청취를 통해 리복의 가치와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도 인수 기업의 가치와 비전을 전달했고, 이것이 큰 마찰 없는 PMI의 비결로 작용했다.

실사 시점부터 정예 요원을 준비시켜라

성공적인 인수 기업들은 최적의 타이밍과 타깃을 찾는다. 그리고 딜 성사 후엔 최적의 PMI 전략을 구사한다. 물론 어느 기업에나 적용되는 만병통치약 같은 PMI 전략은 없다. 하지만 최적의 PMI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접근 방법'은 있다. 실사 시점부터 PMI 전담 정예요원을 선발해 준비시키고 딜이 종료되면 리더십 구축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다.

리더십의 구축은 성공적인 PMI 실행의 우선 과제다. PMI 프로그램을 세우기 전 먼저 올바른 PMI를 가능케 하는 '리더십'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리더십 설계'라는 말이 다소 추상적일 수 있지만 인수 기업의 목적에 부합하는 지배구조를 확립함으로써 현실화할 수 있다. 동시에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면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 이 리더십을 바탕으로 보다 장기적인 성장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대다수가 실패하고 어려워하는 PMI에 성공한 소수의 비결은 곧 리더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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