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개방국가들 앞으로 1년은 경제충격 각오하라, 한국도…

입력 2011.09.10 03:05

암울한 미국, 올 성장률 1%P 하향 조정
연준 이번엔 돈 못찍을것
약화되는 유럽 그리스 넘어 계속 확산
유로존 붕괴도 생각해야
그나마 나은 중국, 국내 수요 커 낙관적
美·유럽 감싸안지는 못해

8월 한 달 동안 세계 경제는 큰 변화를 겪었다. 우리는 7월 말까지도 세계 경제가 소프트 패치(soft patch·경기 회복 중 일시적인 침체)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했었다. 일본 대지진이 있었고, 리비아 사태로 유가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이후에 발표된 경제 데이터는 완전히 다른 그림을 보여주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의 영향을 과소 평가했다. 실제로는 소프트 패치가 아니었고, 경기 회복이 크게 둔화된 것이었다. 이제 미국, 유럽, 중국과 같은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제 상황을 살펴봐야 할 때다.

첫째 미국을 보자. 사상 최초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큰 소란이 있었다. 그 무렵 발표된 암울한 데이터는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GDP 데이터를 갱신해 보니 과거 데이터로 평가했던 것보다 경기 하강은 훨씬 깊었고, 경기 회복은 훨씬 약했다. 생산이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보다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이 벌써 3년6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다. PMI(구매관리자지수)가 51 아래로 떨어졌다. PMI가 조금 더 떨어져 50 아래로 간다면 생산이 위축된 것이다. 1998년 이후 6차례의 글로벌 불황을 모두 예고한 지수가 PMI이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PMI가 51 아래로 갔다가 회복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소비자신뢰지수도 조사가 시작된 1977년 이후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를 제외하면 최저 수준이다. 실업률이 9.1%나 되는데, 8월 비농업 부문에서 신규고용 증가는 없었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최근 데이터를 근거로 우리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을 2.7%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도 3.4%에서 2.1%로 내렸다. 2년치 전망을 모두 하향 조정한 이유는 미국 경제에서 고용, 소비, 주택 건설이 악순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이 깨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실업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노동 능력이 상실되고 경제는 장기 하향에 빠지게 된다. 국가 신용등급 강등 탓에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수단을 동원할 여지도 줄었다.

연준(Fed)이 9월에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을 새롭게 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앞서 연준은 정책금리를 2013년 중반까지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번에 연준은 돈을 찍어서 돌리는 방식은 쓰지 않을 것 같다. 그 대신 단기 국채를 팔아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장기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둘째 유럽을 살피자. 상황은 빠르게 악화돼 왔다. 이미 7월에도 그리스는 파산 상태였다. 그리스에 추가 구제금융을 투입하지 않으면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위기가 전파될 상황이었다. 이후 그리스는 채무의 20%를 탕감받고, 2차 구제금융도 받았다. 유럽재정안정기구(EFSF)가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사들이고 은행의 자본을 확충해줄 수 있는 권한도 생겼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모두 실패했다. 그리스는 채무 탕감 이후에도 여전히 파산 상태다. 국가 채무가 아직도 GDP의 100%가 넘는다. 위기는 국경을 넘어 계속 확산 중이다. 그리스 채무 탕감 사례를 본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다. 4400억유로 규모의 유럽재정안정기구로는 힘이 약하다. 유럽 경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2분기에 유로존 GDP는 0.2% 성장했지만, 1분기와 비교하면 0.8% 떨어졌다. 8월 PMI는 49를 기록했다. 이미 생산이 위축된 것이다. 만약 성장둔화와 부채문제가 서로에게 자양분을 제공하고, 유로존 정책당국이 꾸물거릴 경우에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유로존이 붕괴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셋째 중국이다. 중국 경제는 낙관적인 상태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도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인플레이션 관리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본다면 개방경제라기 보다는 폐쇄경제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경제의 상당 부분이 국내 수요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중국의 국내 수요는 강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국내 시장이 크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동원됐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신용 버블에 올라타고 있고 그 버블이 결국엔 터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최근의 신용 공급의 상당 부분은 정부 기구와 인프라 스트럭처사업에 제공됐다. 겉보기엔 통화정책 같지만, 실제로는 재정정책이었다.

만약 은행을 통한 신용 제공에 문제가 생겨도 중국 정부에 의존할 수 있다. 공공부채 규모는 아직도 GDP의 35% 수준일 뿐이다. 3조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에 손을 대지 않아도 재정정책을 동원할 여력이 많다는 뜻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중국 경제가 미국과 유럽의 문제를 떠안을 만큼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개방경제 국가들은 앞으로 몇 분기 동안은 경기 둔화와 함께 경제 충격을 겪을 수밖에 없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