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실리콘밸리의 거품을 말하는가

입력 2011.09.03 03:01

'버블2.0' 논란 링크드인 CEO 제프 웨이너“우리에겐 꾸준한 수익모델 있다”
"충성 고객 1억명잠재 고객 33억명… 1초에 2명씩 가입하고 있다"
링크드인 생존 공식은 '집중'
페이스북이 친목 회원 모을 때 우린 비즈니스 네트워크 한우물

지난달 18일 실리콘밸리.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업체인 링크드인(Linkedin) 본사에는 수십 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온 스탠퍼드·MIT 졸업생들이 복도와 휴게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빈자리가 있는 곳마다 원형 탁자를 놓고 4~5명이 둘러앉았다. 4층짜리 건물은 확장 공사로 일부 벽이 뚫려 있고, 인터넷 연결선인 랜선과 전기선이 굴러다녔다. 홍보부장 하니 더지는 "2009년 500명이던 직원이 1500명으로 늘었다. 확장 공사가 끝날 때까지 빈 공간마다 책상을 놓고 사무실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NS기업 링크드인의 CEO 제프 웨이너와 창업자 리드 호프만(왼쪽 세번째₩두번째)이 지난 5월 19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링크드인이 상장되자 박수를 치며 자축하고 있다. 이날 링크드인의 주가는 공모가의 두 배까지 올랐다. / 블룸버그

링크드인에서 차로 10~20분 거리에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세계 최대 SNS업체), 징가(온라인게임업체) 본사. 낮 12시 대학생 인턴들이 쉼터에 나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스탠퍼드대, 하버드·컬럼비아대 등 미국 전역에서 온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월세 800~1300달러짜리 다세대 주택을 빌려 출퇴근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집값이 2003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던 올해 2월, 실리콘밸리 집값은 1년 전보다 10~20% 뛰었다. 이곳 기업들이 쉼없이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올해 6000명이 넘는 신규채용 계획을 발표했고, 징가는 1500명 직원을 내년까지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링크드인은 세계 경제에 '버블 2.0(1990년대 후반에 이어 다시 시작된 IT 거품)' 논란을 일으킨 기업이다. 기업과 개인 회원들을 연결해 구인·구직을 돕고 인맥을 관리하도록 하는 링크드인의 작년 매출은 2억4300만달러. 지난 5월 SNS 기업 중 처음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한 당일, 시가총액은 89억달러로 2배 뛰어올랐다.

18일 링크드인 본사에서 WeeklyBIZ가 만난 CEO 제프 웨이너(Jeff Weiner·41)는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과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지금 기업은 당시 기업에 없었던 것을 가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 세계 수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층이다."

웨이너 CEO는 워너브러더스 부회장, 야후 부회장, 벤처투자회사인 엑셀파트너스(Accel Partners)·그레이록(Greylock) 임원을 거쳐 2008년 12월 링크드인 2대 CEO에 취임했다. 그는 "1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며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그것은 '차별적 집중(exclusive focus)'"이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비즈니스 SNS 기업 링크드인 CEO, IT 버블 2.0을 해명하다

2011년 2분기 실리콘밸리에 투입된 벤처캐피탈의 투자액은 30억달러. 작년 말에 비해 50% 늘었다. 링크드인 창업자이자 1대 CEO(2003~2009) 리드 호프만(Hoffman)이 보유한 링크드인 주식 가치 역시 상장 직후 17억달러(1조8000억원)로 평가됐다.

올 하반기부터 징가(온라인게임업체·예상 시가총액 200억달러)와 페이스북(SNS·800억달러), 그루폰(소셜커머스업체·200억달러) 등 IT 공룡들도 상장을 앞두고 있다. 닷컴버블(1995~2000) 이후 15년. 다시 찾아온 IT붐을 주도하는 것은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다.

8월 31일 링크드인 주식의 종가는 84달러. 상장 직후보다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공모가의 두배에 가깝다.시가총액은 80억달러다. 링크드인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935. PER은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어느 정도 높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높을수록 고평가된 것이다. 현재 애플구글의 PER은 각각 15와 19정도. 과거 닷컴버블 때 IT기업들의 PER 도100~300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링크드인은 "2차 IT 거품의 진원지"라는 비판을 듣는다.

하지만 링크드인의 CEO 제프 웨이너는 "우리는 탄탄한 수익구조를 가졌다. 이것이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로 무너진 기업들과 우리의 차이다"라고 말했다. 링크드인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대부분의 SNS기업들이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사이, 링크드인은 '채용 솔루션(Hiring Solution)'이란 제품을 개발했다. 기업들이 연 8000달러를 내고 자신이 원하는 맞춤 인력을 링크드인에서 찾는다. 예를 들어, 기업이 '만다린(중국 표준어)을 하는 소프트웨어 보안 전문가'를 요청하면 이 조건에 맞는 회원을 제안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든다. 포천 100대 기업 중 73개 기업이 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 기업이 모이니 개인 회원이 늘고, 후보 집단이 늘어나니 기업 가입이 증가한다. 선순환이다. 우리 매출의 절반이 채용 솔루션에서 나온다. 우리뿐 아니라 지금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당장 내년에 수익이 얼마 날지 예상할 수 있는 진짜 사업(real business)을 굴리고 있다."

그는 닷컴 버블의 대표적 예로 '페츠닷컴'을 들었다. '페츠닷컴'(pets.com)은 1999년 생긴 애견용품 판매 사이트다. 브랜드 마케팅에만 1억달러가 넘는 돈을 투입해, 아이콘인 강아지 모양 양말인형이 등장한 TV광고를 각종 황금시간대에 내보냈다. 이는 웹사이트 자체의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무리한 마케팅 비용 때문에 이 업체는 2000년 파산했다.

웨이너 CEO는 "가치는 회원 수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회원 수는 1억2000만명. 1년 만에 60%가 성장했다. 지금도 1초에 2명씩 회원이 늘고 있다. 월 방문자 수 기준으로, 링크드인은 회원 수가 5억명인 페이스북에 이어 미국 SNS 업계 2위다. 회원의 성격도 기존 SNS와는 다르다. 링크드인 회원들은 자신의 직장·직책 등을 자세히 공개하고, 회원끼리 특정 산업·직종별로 묶인다. 포천 500대 기업 임원들도 대부분 링크드인에 가입돼 있다.

"우린 2003년부터 비즈니스 인맥 관리, 한 길만 걸었다. 페이스북이 수억 명을 끌어모으고, 포털과 검색엔진들이 문어발식 사업을 벌일 때도 우린 흔들리지 않았다. 그 결과 검증되고 충성도 높은 양질의 회원을 보유하게 됐다. 링크드인에서는 거짓 정보도 돌기 어렵다. 전 세계 직장인(professional)이 6억4000만명, 노동 인구(work force)는 33억명이다. 버블이라고?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데?"

"현금이 없어 상장한 것이 아니다"

웨이너는 "실리콘밸리에 어떻게 돈이 돌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이제 상장 자체가 갖는 파급력은 1990년대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10~15년 전만 해도 다들 상장에 급급했다. 지금은 왜 굳이 상장을 해야 하느냐는 분위기다. 페이스북·트위터·징가 등은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스(DST·러시아 인터넷 투자그룹)에서 투자를 받아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도 이미 2008년 벤처투자사인 베서머벤처파트너스와 SAP벤처스 등으로부터 7600만달러를 유치했다. 그 돈은 거의 은행에 그대로 있다. 당장 쓸 현금이 없어 상장한 것이 아니다. 상장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했던 것은 더 강한 공신력이다.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우리를 믿고 구인·구직을 할 수 있도록."

물론 실리콘밸리에 부는 SNS붐을 타고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스페이스. 링크드인이 업계 2위(월 방문자 수 기준)로 올라섰던 지난 7월, 2008년 말에만 월 방문자가 7600만명으로 SNS 1위였던 마이스페이스가 헐값에 매각됐다.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2005년 5억8000만달러에 사들였던 이 업체의 인수 가격은 3500만달러(추정치).

마이스페이스는 광고 외에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었던 데다, 광고 구성도 산만했다. 아프리카 밴드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열면 금발머리 미녀가 등장하는 연애 사이트 광고가 뜨는 식이다. 구글·페이스북·링크드인의 공통점은 광고의 절제. 그리고 페이지 내용과 연결되는 광고 노출이다.

"1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일했다. 이곳에서 기업이 살아남는 법은 '집중(Focus)'이다. 소비자에게 집중하고, 자신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적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실행하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선 스피드가 생명이다. '채용 솔루션'을 개발한 것도 우리가 비즈니스SNS라는 본분에 집중한 덕이다. 사람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찾고, 그래서 본인과 가족이 행복해지도록 돕는 것. 이것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다. 친목 도모? 그건 페이스북이 하면 된다."

링크드인 CEO 제프 웨이너가 링크드인의 회원 연결망을 나타내는 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넥스트 플레이(Next Play)

1위 페이스북의 존재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지난 5월 기준 링크드인 사용자가 사이트에 머문 시간은 15분 4초였다. 페이스북은 374분 9초. 페이스북 사용자 수는 링크드인보다 4배 이상 많은 5억명이다. 이를 기반으로 브랜치아웃(BranchOut·직업검색 소프트웨어 제작사) 같은 업체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요한 건 우리 회원들이 사생활과 커리어를 따로 관리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회사 상사, 자신이 취업하기 원하는 회사 임원들에게 자기 사생활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우리는 오로지 비즈니스 인맥을 관리하는 유일한 SNS다. 기업들에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를, 개인에게는 가장 맞춤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1등 제품만 살아남는다."

'핵심가치에 집중하라'는 웨이너의 철학은 야후에서 일했던 경험에서 나왔다. 야후 부회장이었던 그는 잉크토미(Inktomi·검색솔루션 제공 업체)와 오버추어(Overture·검색광고 서비스)를 인수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그런 그가 2008년 당시만 해도 작은 기업인 링크드인으로 옮겼다.

"당시 야후는 검색과 광고뿐 아니라 이메일·뉴스 서비스에도 주력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정체성의 혼란이 컸다. 야후가 테크놀로지 기업인가 콘텐츠 기업인가." 이런 내부적인 혼란에 지쳐 그를 포함한 많은 직원들이 야후를 떠났다.

웨이너가 CEO 취임 후 가장 공들이는 것은 인재 확보다.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 간에 채용 경쟁이 붙으면서, 링크드인은 스탠퍼드, MIT, UC버클리 등을 찾아가 수재들을 입도선매하고 있다.

"1등 제품은 최고 인재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 규모가 작아도 (채용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다. 야후·구글에서 몇십만달러의 연봉과 복리후생을 박차고 링크드인 같은 비교적 작은 회사로 옮기거나 창업을 하는 인재들이 이곳엔 수두룩하다. 자기 능력이 조직의 거대함에 묻히는 것을 못 참고 배짱 좋게 도박을 하는 것이다. 리스크를 장려하는 것이 이곳의 문화다."

제프 웨이너 CEO는 지난 5월 19일 링크드인 상장 때 직원들이 맞춰 입은 검은색 티셔츠에 적힌 글귀를 소개했다. 그것은 '다음 플레이(Next Play)'다.

"듀크대의 유명 농구코치 마이크 크르지제우스키(Krzyzewski)가 선수들이 뛸 동안 쉼 없이 외친 주문이다. 현재의 승리와 실패에 주저앉지 말고 계속 다음 경기, 다음 패스에 집중하라는 거다. 실리콘밸리가 차세대 벤처의 메카로 성장한 힘이자 링크드인의 문화다."

모든 길은 실리콘밸리로

웨이너는 "1990년대 후반 실리콘밸리가 온라인이라는 판타지 속에 갇혀 가상의 비즈니스로 돈을 버는 것처럼 비쳤다면, 지금 이곳은 진정한 미국 벤처산업의 메카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오프라인상에서도 에너지·자동차·우주선 등 미국의 미래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대표적인 예다. 구글은 4000만달러를 투자해 아이오와주에 풍력 발전 설비를 만들었고, 여기서 생산된 전기에너지가 판매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있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는 1865억원을 쏟아붓기도 했다.

링크드인과 같은 해(2003) 생긴 실리콘밸리 기업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에서 독보적이다. 전기차 제조업체인 이 회사의 대표상품은 1억원이 넘는 스포츠카 '로드스터'. 지금까지 1500대 가까이 팔렸다. 내년에 나올 5만달러대의 전기차 '모델S'는 올해 초 3500대가 예약판매됐다. 지난해 6월 상장된 직원 500명의 이 회사에 도요타·제너럴모터스 같은 세계적 강자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기 위해 줄을 섰다. 전기차의 생명인 배터리 충전력(에너지 효율) 면에서 테슬라의 기술이 한 수 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민간 우주선으로는 처음으로 우주에 나갔다 지구로 돌아오는 데 성공한 스페이스X 역시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엘론 머스크(Musk)가 설립한 업체다. 머스크는 링크드인 1대 CEO 리드 호프만과 세계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PayPal)을 공동 창업한 유명 엔지니어다.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을 만든 것도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조스(Bezos)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스페이스X·블루오리진과 2015년 이후 지구 저궤도(300~1500㎞)를 오갈 '상용 유인 우주선 개발 프로그램' 계약을 맺기도 했다.

웨이너는 "실리콘밸리의 진짜 힘을 보려면 IT기업들 외에도 다양한 벤처 산업이 이곳에 어떻게 싹을 내려 성장하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상장 앞둔 페이스북, 예상 시가총액 800억弗… 진짜 버블 2.0은 내년?

링크드인은 지난 5월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두 배 뛰다. 이는 1996년 야후의 주가가 상장 첫날 150%, 1998년 인터넷 네트워크 게임업체 더글로브닷컴 주가가 열 배까지 올랐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동시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언론들에서 제2의 닷컴버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제이 리터(Ritter) 미 플로리다대 금융학 교수는 "1990년대 후반과 지금 모두, 투자자들이 IT기업에 너무 낙관적인 가치책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웹브라우저 넷스케이프 개발자이자 벤처 투자가 마크 앤드리슨(Andreessn)도 "지금 실리콘밸리 열기는 너무 뜨겁다, 머물 곳을 찾는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가 넘쳐난다"고 했다.

업계는 링크드인이 상장된 후 180일이 지난 후(올해 11월 말) 링크드인의 주가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규정상, 특정 기업이 상장한 후 180일이 될 때까지 그 기업 직원들은 자사 주식을 팔 수 없다. 만약 링크드인 내부자들이 상장 180일 후부터 주식을 팔게 되면,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의 예상 시가총액은 800억달러로 이는 뱅크오브어메리카(827억달러)에 맞먹는 수치지만, 영업이익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때문에 진짜 '버블2.0'은 링크드인이 아니라 내년 초로 예정된 페이스북의 상장 이후라는 전망도 있다. 넷스케이프 개발자인 로우 몬툴리(Montulli)는 "이번 버블은 진짜 매출과 엄청난 수의 회원을 가진 한 줌의 기업들에만 너무나 많은 돈이 몰려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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