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미래, 16세기의 '라쿠이치·라쿠자'에 달렸다"

입력 2011.05.28 03:01

통일 토대 다진 오다 노부나가 정책
정규직 없애고 모두 비정규직으로…능력있는 사람, 시장 진입 자유롭게

'라쿠이치·라쿠자(樂市·樂座)'에서 '樂'은 규제완화를 뜻한다. 즉 라쿠이치·라쿠자는 봉건 영주의 보호 속에 점포 독점권을 유지하던 특권적 동업자단체인 이치자(市座)의 특권을 폐지해 시장을 자유롭게 한 조치다.

전국시대 일본 통일의 기초를 다진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1534~1582)는 기존 상공업자의 기득권이던 독점판매권, 비과세 등 특권을 폐지하고 이치자를 해산시켜 능력 있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일본의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전국 통일의 물적 토대를 이뤘다. 이 조치는 요즘 노동시장이라면 노동조합을 해산하고 정규직을 폐지해 모든 직업을 비정규직화하는 혁명적 조치에 해당한다. 농업에 비유하면 경작권과 농지소유권을 기업에 허용해 대자본의 농업 진출을 유도하는 조치다.

파소나그룹 본부 건물 안에 있는 논에서 어린이들이 모내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 마이니치신문
'현대판 라쿠이치·라쿠자'를 주장하는 난부 야스유키 파소나그룹 사장은 일본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기득권을 가진 노동과 농업 분야에 진입해 대기업을 만들어낸 이단적 경영인이다. 효고(兵庫)현 출신인 그는 간사이(關西)대학을 졸업하기 직전, "가정주부의 재취업을 응원하고 싶다"며 '템포러리 센터'란 인재파견회사를 만들어 주부들의 취업을 도왔다. 당시(1976년) 일본 경제는 오일쇼크로 인해 고도성장을 멈춘 상황이었다. 종신고용을 전제로 한 정규직 고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일본 기업의 적극적인 동조로 난부 사장의 인재파견 사업은 크게 성장했다.

그의 주장은 다소 과격하게 들린다. "정사원에겐 구조조정과 정년이 있지만 프리타(일본의 파트타임 노동자)에겐 그런 것이 없다. 프리타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종신고용이다. 지금은 불안정한 직업의 대명사이지만 곧 가장 안정적인 노동자의 대명사가 될 것이다." "정사원이 안정적인 노동 형태라는 상식은 20년 뒤 비상식이 될 수 있다. 사람이 기업과 일을 찾는 시대가 아니라 기업과 일이 사람을 찾는 시대가 온다. 그러면 고용이란 개념 자체가 사라진다." 실제로 그의 주장은 고이즈미 정권 당시 단행된 노동개혁으로 연결됐다. 난부 사장은 고이즈미 정권에서 노동개혁을 주도한 다케나카 헤이조 전 경제재정정책 담당 장관을 2009년 파소나 회장으로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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