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진피해 공장 60% 복구… 그러나 風評(소문)이 경제 발목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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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1.04.30 03:07

      '지진 그날 이후' 중간점검
      일부 국가 "일본산 車도 방사능 노출" 수입 막아
      공장 복구 순조… 10곳중 1곳만 대책 못세워
      전력난도 대책 착착… 여름 사용량 15% 줄이겠다

      일본 경제가 대지진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대규모 복구 수요로 내년부터 회복될 것이란 전망은 여전히 유효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런 낙관은 일본이 3가지 리스크를 극복한다는 전제를 기초로 하고 있다. ①지진·쓰나미로 와해된 제조업 공급망(supply chain)의 복구 ②원전 중단으로 인한 전력난의 해결 ③방사선 오염으로 인한 풍평(風評·소문) 피해의 극복이다. 지진 발생 50일이 지난 지금, 문제①은 확실한 정상화의 길로, 문제②는 완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③은 점점 더 낙관이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3가지 리스크를 기초로 일본 경제의 '그날 이후(the day after)'를 중간 점검한다.

      Q 1. 제조업 공급망 언제 복구?

      대지진 피해로 조업이 중단된 동북지방의 주요기업은 순조롭게 정상화되고 있다. 큰 타격을 입은 도요타 등 자동차 공장은 지난 18일까지 모두 가동을 재개했다. 현재 가동률은 50% 수준. 1차 부품업체 대부분이 정상화됐지만 2차 부품업체는 아직 복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차 업체 역시 늦어도 연내에 정상화될 전망이다. 도요타와 혼다는 7월부터 가동률을 높여 연말까지 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동북지방의 주요 피해 공장 60%가 이미 복구됐고 30%는 7월까지 공장을 재가동한다. 직접 쓰나미 피해를 당한 공장이나, 방사선 오염 지역에 있는 공장 등 10% 정도만이 정상화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조업 중단으로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 제조업에 영향을 미친 공장들도 상반기 이전에 가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아이폰 4의 액정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던 도시바는 5월을, 자동차 제어 마이크로컴퓨터 시장의 30%를 점유하는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은 6월을 공장 재가동 시기로 설정하고 있다. 리튬이온 전지용 접착제 시장의 70%를 손에 쥐고 있는 후쿠시마현의 크레하 공장은 5월 재가동에 들어간다.

      물론 동북지방 피해 공장이 연내에 모두 회복된다고 해도, 일본 제조업이 바로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 기업은 물론, 일본 기업 역시 동북지방의 피해 공장이 회복될 때까지 마냥 기다려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주요 완제품업체의 70%가 이미 일본 내 다른 지역, 중국·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대체 조달처를 확보했다.1995년 한신(阪神)대지진 당시 완전 복구에 2년이 걸린 고베항(港)의 경우, 복구 기간 한국 부산항에 빼앗긴 물동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계 삼류 항만으로 추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Q 2. 전력난으로 인한 악영향은?

      지난 28일 일본 정부는 최대 사용전력의 삭감 목표를 작년 여름 대비 15%로 설정했다. 쉽게 말하면 원전의 가동 중단으로 인한 전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과 가정 모두 전력 사용량을 15%씩 줄이자는 것이다. 이런 목표치는 지난 8일 발표한 목표치(대규모 공장 25%, 중소 공장 20%, 가정 15~20%)보다 완화된 것이다.

      수도권과 동북지방의 여름 최대 소비전력은 6000만㎾. 대지진으로 인한 전력 공급 부족으로 당초 예상한 최대 공급 목표는 4650㎾에 불과했다. 소비 전력이 공급 전력을 한순간이라도 넘어설 경우 ‘블랙아웃(blackout)’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난다. 수도권에서 이런 사태가 3일만 이어져도 일본의 GDP는 0.3%포인트 하락한다. 일본 정부는 이를 피하기 위해 25% 감량 목표를 세웠으나 이번엔 “25%를 감량하면 7~9월 산업생산이 전년 대비 7.2% 줄어든다”는 전망이 나왔다. 과도한 절약이 경제를 망칠 수 있다는 ‘자숙(自肅)무드 경계론’도 제기됐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일본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전력난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4월2일 자 Weekly BIZ

      그러자 일본 정부는 노후 화력발전소까지 총동원해 7월 말 최대 공급전력을 5200만㎾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기업과 가정이 15%만 절전을 해도 ‘블랙아웃’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이번 여름을 극복하면 일본은 내년 여름까지 전력 복구의 시간을 벌 수 있다.

      Q 3. ‘소문 피해’ 어디까지 이어질까?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 물질 유출에도 일본에선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후쿠시마 농산물 구매 운동처럼 피해지역 농수산물을 보호하고 편견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해외. 한국·중국 등 30개국·지역이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생산된 농산물 수입을 중단했다. 중동에서는 모든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중단한 극단적인 경우도 나왔다. 10개국·지역은 일본산 자동차와 전자제품 수입도 규제하고 있다. 농수산물은 물론, 공산품까지 원전의 영향이 미치는 것이다. 공산품은 농산물과 달리 일본의 주요 수출품이다.

      세계 각국에서 일본산의 이미지는 고품질에서 경계 대상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서 들어온 선박과 항공기를 대상으로 방사선 검사를 시행하고 있고, EU는 가맹국에 ‘시간당 0.2 마이크로시버트(μ㏜)’라는 검사 기준을 제시했다. 독일은 일본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대상으로 표본 검사를 실시 중이고, 대만은 ‘시간당 0.2μ㏜’을 넘는 제품을 반품하는 기준도 마련했다. 그러자 외국 선박 가운데 일본 입항(入港)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은 각국의 이런 조치를 “일본 배척(日本外し)”이라며 비판하고 일본 정부도 각국 정부에 “규제가 부당하다”고 항의하고 있지만, 원전 사태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프랑스 정부는 일본 정부의 항의에 대해 “일본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프랑스 언론의 일본 관련 보도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현재 ‘소문’의 가장 큰 피해 산업은 관광산업이다. 일본 관광국에 따르면, 대지진이 일어난 지난 3월 방일(訪日) 외국인은 전년 대비 50.3% 줄어든 35만명에 머물렀다. 비즈니스 방문을 감안하면 순수 관광객은 전년 대비 10~20%에 머물 것이란 추정이다. 여기에 일본 관광객 감소까지 더해 일본 호텔과 료칸(旅館·전통 숙박시설)의 3월 예약 취소자는 56만명에 달했다. 피해지역인 동북지역과 관동지역이 39만명, 지진이나 원전 사태와 상관이 없는 다른 지역도 17만명이 예약을 취소해 일본 숙박업은 지금까지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원전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어 소문 피해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직은 동요하지 않는 일본 국민 역시 장기적으로 방사성 물질이 더욱 확산되면 자국 농수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거부 반응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일본 경제는 80%를 내수(內需)에 의존하고 있어 일본 소비자가 흔들릴 경우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는다. 제조업 공급망 문제, 전력난 문제를 신속히 극복한다고 해도 마지막 복병인 ‘소문 피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일본 경제의 회복 시나리오는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