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이익' 은 회사를 좀먹는다

    •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아시아태평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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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1.04.09 03:34

      전화 비용 왕창 물린 호텔… 신용불량자에 묻지마 카드발급
      당장은 수익내고 좋아한다… 그러나 결국 회사가 위험해진다
      눈앞의 수익 그 유혹을 물리쳐라

      몇 년 전 이탈리아 출장 중 묵었던 부티크 호텔에서 겪은 일이다. 필자는 긴요하게 해외 연락이 필요해 객실에서 전화와 팩스를 사용했다. 이틀 동안 전화회의 한 시간을 포함해 다섯 통의 전화를 걸었고 전화회의 중에 10페이지의 회의 자료를 팩스로 보냈다. 그런데 체크아웃을 하면서 사용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숙박료는 600달러 정도였지만 전화와 팩스 비용이 2000달러가 나왔기 때문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매니저에게 왜 처음부터 서비스 요금 등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냐고 항의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필자는 그 호텔의 팩스 비용이 장당 10달러이고, 비싼 전화 요금에 더해 부가수수료까지 붙는다는 사실만 확인한 채 씁쓸한 마음을 안고 한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호텔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호텔의 수익구조를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객실 투숙만으로는 수지를 맞추기 힘들어 식음료나 기타 서비스를 통해 보충하는 부분이 제법 높다는 설명이었다. 아마 필자가 묵었던 호텔은 전화나 팩스가 주된 수입원이었던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 호텔은 필자와 같은 고객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호텔은 필자로부터 한 차례 수익을 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는 오히려 손해를 볼 것이다. 근거는 이렇다. 필자는 그날 이후로 누군가가 이탈리아로 출장을 간다고 하면 그 호텔에는 절대 머물지 말라고 강력하게 조언할 것이다. 필자의 나쁜 경험을 들은 사람들은 다른 소비자들한테 같은 이야기를 퍼뜨릴 것이다. 문제는 이 호텔 매니저는 필자가 이런 행동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필자의 평가에 동의하는 잠재 소비자가 10~20명이 생긴다면 이 호텔은 필자에게서 올린 수익의 10~20배에 달하는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근시안적인 단기 목표 때문에 회사의 브랜드와 자산을 희생하는 꼴이다. 필자는 이를 '나쁜 이익'이라고 정의한다. 단기적으로는 재무제표에 도움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서서히 퍼지는 독약처럼 회사 사업과 평판을 해치는 이익인 것이다.

      기업의 수익 창출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기업이 사업으로 거두어 들이는 모든 수익이 회사의 발전과 번창에 기여하고 유익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첨단 디지털이나 자동차 산업에도 이런 예가 있다. 일반 소비자라면 전자제품 매장에 부품을 구입하러 갔다가 부품 값이 너무 비싸 아예 새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한 수입차를 구입한 뒤 교환해야 할 부품이 생각했던 것보다 2~3배 더 비싸다는 점을 알고 나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결국 고객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 때문에 나쁜 소비 경험을 갖게 되고 결국에는 해당 기업을 불신하게 된다.

      금융산업에서 대표적인 것이 신용조건이 좋지 않은 개인을 대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것이다. 신용카드 회사는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들이 카드를 사용하면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수익을 얻고, 현금서비스나 연체 이자 수익도 올린다. 그런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용카드 회사들이 고객 기반을 넓히고자 혈안이 되어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행했다. 그러자 지불 능력이 없는 고객들까지 카드를 발급받아 마구 쓰는 바람에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카드대란'이라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를 낳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졌고 일부 카드 회사들은 문을 닫아야만 했다. 이 또한 나쁜 이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파산으로 치닫는 전형적인 사례다.

      일러스트= 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생명보험산업도 그렇다. 부적격자를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문제는 베테랑 경영진과 현대적인 경영 기법으로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보험 설계사들은 자신의 수당이 영업 실적에 따라 높아지기 때문에 '무조건 팔고 보자'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렇게 판매한 상품은 첫 12개월 동안은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지불한다 하더라도 일단 매월 보험료가 회사로 들어온다. 그래서 회사는 수익을 내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것이 좋은 이익인지 나쁜 이익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고 위험이 높은 고객이거나 또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한 상해나 사망에 대해 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보험금 지급대상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보험사는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물론 보험료를 납입하는 기간에 발생한 이익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처음 계약을 체결한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구별할 수 있다는 점에 어려움이 있다. 확실한 것은 수익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나쁜 이익을 좋은 이익으로 착각할 경우 기업의 생존 자체가 큰 위협에 처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상시적으로 적절한 리스크 관리 방법을 수립해 나쁜 이익과 좋은 이익을 구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업계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나 베인앤컴퍼니의 분석에 따르면 회사 이익의 15~25%는 나쁜 이익이다. 이는 회사의 기반을 서서히 갉아먹고 재무 상황을 악화시켜 회사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많은 기업들이 나쁜 이익을 버리지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쁜 이익은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측정하기가 쉽지만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경영진의 관점에서는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쁜 이익을 근절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객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피드백 체계를 구축하고, FGI (Focus Group Interviewㆍ표적집단면접)를 통해 허심탄회하고 직접적인 의견을 청취하며, 이들의 의견을 서비스와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다. 핵심은 주요 고객의 NPV(Net Present Valueㆍ순현재 가치)를 산출해, 단골 고객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연구 결과 단골 고객이 10% 늘어나면 고객의 생애에 걸친 NPV가 50%에서 많게는 90%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 수익의 유혹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 한 발짝 물러나 이것이 과연 좋은 이익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