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고민하는 CEO에겐…

입력 2011.04.09 03:34

등잔 밑이 어둡다… 인재 두고도 외부인만 찾지 말라
전문가 도움 받아라… 기업 내엔 CEO 안 뽑아본 사람 많아
과거에 집착은 금물… 회사 미래 전략·산업 전망 따져야

기업 승계는 CEO 코칭과 함께 스티븐 마일즈 부회장의 전문 분야다. 그는 CEO 후보군에 대한 360도 평가(상사, 동료, 부하직원을 상대로 비공개 면접과 설문조사를 하는 것)를 진행했다.

―승계 전략이 왜 필요합니까?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위험관리입니다. CEO가 아프거나 버스에 치여서 내일 당장 새로운 리더가 필요할 수 있죠. 둘째는 기업의 장기적인 인재 전략 차원입니다. 이와 관련해 제가 하는 일은 두 가지예요. 첫째, CEO 후보군을 관리·평가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지 현재까지의 성과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가 그리고 있는 5~10년 이후의 경영 전략과 각 후보의 경험을 대조 평가하게 됩니다. 둘째는 당장 CEO 후보자는 아니지만 향후 기업의 리더가 될 만한 사람을 육성하고 회사의 인력 풀을 튼튼히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업의 경영 전략에 따라 임원 A는 이런 경험, 임원 B는 저런 경험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회사는 그에 따라 '잘 다듬어진' 인재 풀을 만들어갑니다."

―그런데 왜 기업들은 승계 전략을 안 세울까요?

"다들 고민은 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게 이런 의견에 부딪힙니다. '우리는 위대한 CEO가 있기 때문에 CEO 승계 계획 같은 것은 세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은 모르지 않습니까? 주주 입장에서도 위험관리와 전략관리 측면에서 CEO 승계는 아주 중요한 이슈입니다. 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은 뭔가요? 바로 사람입니다."

―CEO 승계 계획을 짤 때 기업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첫째, '우리는 적어도 우리 내부 후보자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기 때문에 임직원들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오히려 정보가 부족한 외부 인사들이 더 그럴듯해 보이게 됩니다.

둘째 실수는 CEO 승계 계획에는 외부 조언이 필요없다는 생각입니다. CEO를 뽑으려는 사람들은 회계·IT·위험관리 같은 각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들이지만 승계 문제에 있어서는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합니다.

셋째 실수는 CEO를 뽑으면서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보는 태도입니다. 새로 CEO를 뽑겠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 있는 CEO는 정말 잘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회사에 아무런 득이 안 됩니다. 고개를 들고 산업의 전망, 우리 회사의 위치와 전략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는 몇년 안에 기업 경영권이 그룹 창립자의 손자들에게 승계될 예정입니다. 이런 가족소유 기업의 승계에서 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두 가지입니다. 첫째, 3세대 경영자 주변에 훌륭한 팀을 갖춰야 합니다. 각 경영자의 장점과 약점을 파악해서 그를 보완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창업 가문 멤버들의 조언입니다. 가족기업에서 경영권이 승계되면 기존 경영에서 퇴장하는 가족 구성원들은 배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가 미래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지혜도 필요합니다. 회사의 역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가족 구성원이 '과거에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조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빌 게이츠는 CEO가 되고 몇년에 걸쳐 7~8명의 COO를 영입했습니다. 그중 존 셜리는 빌 게이츠의 멘토로서 그를 세계적인 경영자로 성장시켰죠. 마이클 델이 컴퓨터회사 을 세웠을 때, 그는 모토로라에서 26년간 일했던 몰트 토플러(Topler)와 한 팀을 이뤘고 그의 조언을 받으며 진짜 기업가가 됐습니다. (한국 기업의) 3세대 경영자들이 아무리 준비가 된 리더라도 출근 첫날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분야를 20~30년간 경험한 사람들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뽑는 입장에서 좋은 CEO감의 특징이 있습니까?

"첫째 경험은 어려움에 처한 조직을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수익이 나도록 만든 경험입니다. 기존의 잘못된 사업 모델을 과감히 폐기하고 주어진 시간에 조직을 움직여본 경험이죠. 그나 그녀가 현장지휘관으로서의 자질을 갖췄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좋은 것(the good)을 더 나은 것(the better)으로 만들어본 경험입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사업 모델을 폐기하지 않으면서 팀원들을 이끌어 혁신을 이뤘다는 뜻이죠. 사실 이미 잘 돌아가는 사업의 매출을 올리고 더 나은 사업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셋째 경험은 부하 직원이 없는 참모(staff job)로 일해본 경험입니다. 제가 후임 CEO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조언을 하면 그들은 처음에는 '직원을 부리며 실제 운영하는 경험이 중요하지 참모 경험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참모직은 CEO가 되기 위한 최상의 교육 과정이에요. 이런 직위는 대체로 기업의 본사에 있기 때문에 실제 기업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자기 밑에 부하직원이 없기 때문에 수평적인 관계에서 다른 부서와 일을 해야 하죠. 이런 직위에서 좋은 명성을 쌓았다는 것은 나중에 CEO가 되었을 때 더 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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