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애틋한 아내 사랑, 고령화 트렌드와 通했다

입력 2011.03.26 03:06

옥소(OXO)의 창업 스토리는 노(老)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포장돼 있다.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포착하고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핵심이다.

옥소는 1990년 미국인 샘 파버(Sam Farber)가 세웠다. 샘은 30년 동안 주방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다가 1988년 은퇴했다. 부인과 함께 요리를 취미 삼아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문제는 부인의 손 관절염. 감자깎기 칼을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였다. 당시 미국 내 주방용품은 싸구려가 많았다. 가늘고 좁은 손잡이가 특히 불편했다. 샘은 순간 무릎을 쳤다. "누구든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주방용품은 왜 없는 거야? 집사람을 위해 내가 만들어야지."

백전노장 샘은 최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았다. 그 가운데 한 명이 패트리샤 무어라는 노인전문 학자였다. 그녀는 80대 노인으로 분장하고 3년 동안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노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연구한 것으로 유명했다. 샘은 온종일 주방용품을 다루는 전문 요리사들, 일반 주부들에게도 주방용품의 불편한 점을 캐물었다.

2년의 준비 끝에 옥소의 히트 상품인 '굿 그립(Good Grip)'이 탄생했다. 관절염이 있는 사람도 편안하게 잡을 수 있는 고무 재질 손잡이를 붙인 감자깎기 칼이 대표였다.

옥소의 성공은 창업자 샘의 '아내 사랑'보다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풀이해야 한다. 샘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질병ㆍ장애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트렌드를 정확하게 잡아냈다. 당시 미국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2%를 넘어섰고, 관절염 환자 수는 6600만명에 이르렀다. 옥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고객층을 노인이나 관절염 환자로 국한하지 않는 '역(亦)발상' 마케팅 전략을 택했다.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 남자나 여자, 왼손잡이나 오른손잡이…. 누구든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선전했다. 틈새시장(niche market)에 그칠 뻔했던 상품을 대중시장(mass market)으로 내보낸 것이다.

샘은 1995년 옥소를 다른 회사에 넘겼다. 다음 해부터 알렉스 리가 사장을 맡았다. 이렇게 옥소는 샘 파버 시대와 알렉스 리 시대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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