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와 삼성전자, 엎치락뒤치락 30년

    • 0

    입력 2011.01.08 03:08 | 수정 2011.01.08 10:50

      두 회사 모두 조명·의료기기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

      필립스삼성전자는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비교가 되는 기업이다. 세계 전자업계에서 각각 네덜란드와 한국을 대표하는 이 두 기업의 입장이 10년을 주기로 교차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 삼성전자는 필립스의 뒤를 쫓는 기업이었다. TV와 VCR, 오디오 등 가전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일본 소니나 마쓰시타(松下)와 경쟁하던 필립스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반도체 역시 1950년대에 트랜지스터 생산을 시작한 필립스에 비해 삼성전자는 20여년 늦게 출발했고, 64K D램을 처음 개발한 1983년에야 궤도에 올랐다. 또한 막 디자인 경영에 눈을 뜬 삼성전자에 비해 필립스는 이미 로버트 블라이크(Blaich)라는 디자이너의 리더십 아래 세계 15개국에 제품 디자인 연구센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필립스는 삼성전자의 뒤를 쫓는 신세로 전락했다. 2002년 필립스는 삼성전자에 처음으로 매출을 역전당했고, 2004년도부터는 전체 매출이 삼성전자의 통신과 반도체 부문을 합한 것에도 미치지 못하는 굴욕을 겪는다. 2009년 삼성전자의 매출은 707억달러로 필립스(323억달러)의 두 배를 가뿐히 넘어섰다. 필립스가 전통적인 우위를 보였던 가전 분야조차 필립스 118억달러, 삼성전자 104억달러로 거의 대등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거둔 수익을 바탕으로 디지털 가전제품의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는 사이 필립스는 거센 구조 조정 회오리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 삼성전자가 차세대 수종 사업으로 LED(발광다이오드) 조명과 의료기기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필립스는 약간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삼성전자가 필립스의 성장 전략을 뒤따라가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클라이스터리 회장이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키워온 필립스의 고효율 조명과 의료기기 사업은 지난 6년간 약 1.6배 성장해 지난해 필립스 전체 매출의 62%를 차지하는 핵심 비즈니스가 됐다. 지난 3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10년 안에 대부분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업과 제품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대로는 필립스가 앞으로 10년, 20년을 버틸 수 없다"며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조명과 의료기기 분야에 집중 투자한 클라이스터리 회장의 10년 전 결심과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