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0.11.06 03:00
| 수정 2010.11.06 21:56
내수비중 60%… 수출은 15%에 불과
'소비 벌레' 젊은 중산층 2억명 힘입어
금융위기속 연 7% 이상 '쾌속 질주'
모간스탠리 "2013년 중국 앞지를 것"
인도 뭄바이의 상업 중심지 말라드(Mallad)에 있는 이노비트 몰(Inorbit Mall). 인도의 최대 신흥 쇼핑몰인 이곳은 평일 낮 시간인데도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외국 유명 브랜드 의류의 가격은 최하가 8만7000원(3500루피)이고, 보통 12만원. 대졸 전문직 초임이 30만~37만원, 버스 운전기사의 한 달 임금이 2만50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비싼 옷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캘빈클라인 매장의 직원 요간데라(Yogandera)씨는 "올 들어 매출이 20% 성장했다"고 말했다.
최고의 인기인 스마트폰 코너는 수십명의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 발디딜 틈이 없었다. '빈곤층이 국민의 60%를 넘는 나라' '1인당 국민소득 1031달러'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연평균 7% 이상 고속성장하고 있는 인도의 경제적 변화를 보여주는 듯했다.

■민간 주도 경제로 중국 성장세 추월한다
인도의 최근 성장세는 눈부시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인도 경제는 2008년에 6.7%, 작년엔 7.4% 성장했다. 올 1·2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각각 8.6%와 8.8%에 달했다.
모간스탠리는 인도가 2013년부터 9~10%씩 성장, 성장률에서 8%대의 중국을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인도의 경제 규모는 아직 중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인도 경제 규모가 2015년부터 평균 5년 간격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일본을 차례로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하는 구매력 평가지수(PPP) 기준으로 볼 때 작년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다.
인도는 민간 주도형 경제다. 중국이 국가 주도형인 것과 대비된다. 인도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큰 상처 없이 질주하는 것도 민간소비 등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 덕분이었다. GDP 대비 민간소비의 비중이 60%에 달하는 반면, 수출은 15%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도엔 글로벌 금융위기가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인도의 민간소비 증가는 젊은 중산층의 구매력 향상과 소비 패턴 고급화에 기초하고 있다. 인도의 중산층은 2008년에 2억명을 넘었고, 2015년에는 3억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젊고 적극적인 소비 계층을 '소비 벌레(spend bug)'라 부르기도 한다.
고도의 경쟁력을 갖춘 인도 기업들 또한 성장의 중요한 축이다. 타타와 리라이언스, 인포시스 등은 이미 인도를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기자가 찾아간 인도 기업들은 하나같이 최첨단·친환경 시설과 함께 인재 경영과 복지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바로 벽 너머 '후진국 인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낙후된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기업들은 비상발전기와 정수처리장, 통근버스를 자체 운영하고 있었다.
"인도라는 나라는 약해도 인도 기업은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느림보 코끼리에서 벵골 호랑이로
인도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은 자동차를 필두로 하는 소비재 산업이다.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자동차와 TV, 냉장고, 에어컨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작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0.3% 줄었지만, 인도 시장은 57% 급증했다. 고급 가전 시장은 25% 성장했다. 인도 내 자동차 생산은 작년 262만대로 전년 대비 13.5% 늘었다.
지난달 20일 찾아간, '뭄바이의 월스트리트' 격인 반드라 쿠를라 금융중심지구에는 벤츠와 BMW, 도요타, 혼다 등 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강유선 주임연구원은 "미니·콤팩트급 소형차 생산은 일본에 이어 2위"라고 전하면서 "소비 면에서도 머지않아 세계 최대 소형차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IT산업은 인도의 미래다. 연평균 35% 이상 급성장하고 있고,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MS와 인텔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IT업체들이 인도에 소프트웨어 개발기지를 두고 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방갈로르 IT산업단지의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에선 3000명의 인도 IT 전문가들이 휴대폰과 반도체칩 설계 등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었다. 천방훈 연구소장(전무)은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 임무가 이미 한국에서 인도로 넘어왔다"고 했다.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인프라 분야는 최근엔 신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10년 3월까지의 1년 동안 교통·통신·에너지 등 3대 핵심 인프라 분야에 총 2조6700억루피(약 68조원)를 투자했다. 이 분야에 외국인 투자도 작년 58억달러나 몰렸다. 인도 당국은 "앞으로 10년간 1조7000억달러(약 1870조원)의 인프라 투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 경제인들은 "이제 인도는 느린 코끼리가 아니라 달리는 벵골 호랑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호랑이처럼 도약, 조만간 나는 용(龍·중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G20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5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 양국 간 협력을 강화키로 한 것도 높아가는 인도 경제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재가 넘치는 가장 젊은 나라
물론 인도 경제가 장밋빛 일색인 것은 분명 아니다. 5㎞ 거리를 가는 데 1시간이 걸리는 부족한 인프라, 공장 하나 짓는 데 도장을 수백개 찍어야 하는 느리고 복잡한 업무시스템, 증명서 하나 떼는 데도 급행료 없이 안 되는 부패와 정경 유착은 비즈니스엔 치명적이다. 기업인들에게 "인도나 중국 중 어디서 사업할래"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중국을 택할 것이다.
제조업의 기초 체력 부족도 문제다. 금융·건설·무역·관광 등 서비스 산업이 전체 GDP의 60%인 반면, 제조업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제조업 강국인 중국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뭄바이의 국제세무위원회 의장인 히네시 도시(Doshi)씨는 "정부 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수시로 바뀌는 것이 기업 투자를 막는 요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만난 대부분 기업인들은 "인도 경제의 미래는 밝다"고 했다. 가장 큰 힘은 인적자원, 넘쳐나는 젊은 전문인력이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로 꼽힌다. 12억명의 인구 중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이고, 영어를 할 줄 안다. 매년 300만명 이상의 대학 졸업생이 배출된다. 모간스탠리는 이 숫자가 2020년엔 72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포럼의 2008년 세계경쟁력 보고서에서 인도의 과학자 및 기술자의 능력은 조사 대상 104개국 중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전문직 기술자의 연봉(2007년 기준)은 미국이 약 7만달러, 한국 4만달러, 중국 9000달러인데 비해 인도는 7500달러였다.
인도의 강점은 글로벌 경제가 지식경제로 바뀔수록 더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2000달러 자동차와 초저가 심장수술, 글로벌 아웃소싱 사업을 만들어낸 창의력과 세계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영어 소통 능력이 최대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도에 세계의 여러 은행과 여행사, 법률사무소, 기업·세무 컨설팅, 의료 등 서비스 산업이 몰려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라즈니시(Razneesh·25)라는 젊은이를 만났다. 대학 졸업 후 외국계 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우리는 '성공의 욕구'가 강합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경제적 성공을 위해 외국어와 기술을 배우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경제 주역으로 떠오를 10여년 후 인도는 '경제 마라톤'의 최후 승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은 자동차를 필두로 하는 소비재 산업이다.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자동차와 TV, 냉장고, 에어컨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작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0.3% 줄었지만, 인도 시장은 57% 급증했다. 고급 가전 시장은 25% 성장했다. 인도 내 자동차 생산은 작년 262만대로 전년 대비 13.5% 늘었다.
지난달 20일 찾아간, '뭄바이의 월스트리트' 격인 반드라 쿠를라 금융중심지구에는 벤츠와 BMW, 도요타, 혼다 등 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강유선 주임연구원은 "미니·콤팩트급 소형차 생산은 일본에 이어 2위"라고 전하면서 "소비 면에서도 머지않아 세계 최대 소형차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IT산업은 인도의 미래다. 연평균 35% 이상 급성장하고 있고,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MS와 인텔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IT업체들이 인도에 소프트웨어 개발기지를 두고 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방갈로르 IT산업단지의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에선 3000명의 인도 IT 전문가들이 휴대폰과 반도체칩 설계 등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었다. 천방훈 연구소장(전무)은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 임무가 이미 한국에서 인도로 넘어왔다"고 했다.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인프라 분야는 최근엔 신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10년 3월까지의 1년 동안 교통·통신·에너지 등 3대 핵심 인프라 분야에 총 2조6700억루피(약 68조원)를 투자했다. 이 분야에 외국인 투자도 작년 58억달러나 몰렸다. 인도 당국은 "앞으로 10년간 1조7000억달러(약 1870조원)의 인프라 투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 경제인들은 "이제 인도는 느린 코끼리가 아니라 달리는 벵골 호랑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호랑이처럼 도약, 조만간 나는 용(龍·중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G20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5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 양국 간 협력을 강화키로 한 것도 높아가는 인도 경제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재가 넘치는 가장 젊은 나라
물론 인도 경제가 장밋빛 일색인 것은 분명 아니다. 5㎞ 거리를 가는 데 1시간이 걸리는 부족한 인프라, 공장 하나 짓는 데 도장을 수백개 찍어야 하는 느리고 복잡한 업무시스템, 증명서 하나 떼는 데도 급행료 없이 안 되는 부패와 정경 유착은 비즈니스엔 치명적이다. 기업인들에게 "인도나 중국 중 어디서 사업할래"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중국을 택할 것이다.
제조업의 기초 체력 부족도 문제다. 금융·건설·무역·관광 등 서비스 산업이 전체 GDP의 60%인 반면, 제조업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제조업 강국인 중국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뭄바이의 국제세무위원회 의장인 히네시 도시(Doshi)씨는 "정부 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수시로 바뀌는 것이 기업 투자를 막는 요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만난 대부분 기업인들은 "인도 경제의 미래는 밝다"고 했다. 가장 큰 힘은 인적자원, 넘쳐나는 젊은 전문인력이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로 꼽힌다. 12억명의 인구 중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이고, 영어를 할 줄 안다. 매년 300만명 이상의 대학 졸업생이 배출된다. 모간스탠리는 이 숫자가 2020년엔 72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포럼의 2008년 세계경쟁력 보고서에서 인도의 과학자 및 기술자의 능력은 조사 대상 104개국 중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전문직 기술자의 연봉(2007년 기준)은 미국이 약 7만달러, 한국 4만달러, 중국 9000달러인데 비해 인도는 7500달러였다.
인도의 강점은 글로벌 경제가 지식경제로 바뀔수록 더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2000달러 자동차와 초저가 심장수술, 글로벌 아웃소싱 사업을 만들어낸 창의력과 세계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영어 소통 능력이 최대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도에 세계의 여러 은행과 여행사, 법률사무소, 기업·세무 컨설팅, 의료 등 서비스 산업이 몰려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라즈니시(Razneesh·25)라는 젊은이를 만났다. 대학 졸업 후 외국계 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우리는 '성공의 욕구'가 강합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경제적 성공을 위해 외국어와 기술을 배우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경제 주역으로 떠오를 10여년 후 인도는 '경제 마라톤'의 최후 승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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