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스눕'의 저자 텍사스 오스틴大 샘 고슬링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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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무실 등 자기 공간에 '흔적' 남겨
자세히 살피면 성격·취향 등 파악 가능
방안 액자·이메일 주소… 모두가 단서
쓰레기통에서도 많은 정보 캘 수 있어"
만일 여러분이 영업사원이고 고객사를 새로 맡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그 고객사를 방문해 담당 간부와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여러분은 아마도 첫 만남을 어떻게 부드러우면서도 인상적으로 만들 것인지 많이 고민할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경쟁력 있는 제품과 그에 대한 뛰어난 설명 능력이겠지만, 고객의 성격까지 잘 안다면, 그래서 거기에 맞춰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다면 아마도 일은 훨씬 더 매끄럽게 풀려나갈 것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의 심리학자 샘 고슬링(Gosling) 교수는 바로 이런 때 그 사람만의 공간을 살피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고슬링 교수는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성향을 반영한 행동의 잔여물이나 취향이 담긴 물건을 두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책상, 사무실, 가능하다면 집 안까지 살펴보며 추론하라는 것이다.
고슬링 교수는 이런 주장을 모아 지난해 ≪스눕(Snoop)≫이라는 이름의 책을 냈다. 이 책은 미국을 비롯한 6개국에서 출간됐고, 국내에선 지난 6월 교보문고 집계 종합 3위, 인터파크 집계 종합 2위에 올랐다. '스눕'은 염탐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나 고슬링 교수는 누군가의 공간에서 흔적을 살펴 성격을 유추한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책장에 꽂혀 있는 CD나 책의 종류, 방 안의 사진이나 액자, 책상의 정리 상태 등 그 사람의 사무실이나 방에 있는 모든 것이 단서가 되죠. 이를 통해서 그 사람이 개방적인지, 성실한지, 외향적인지, 친화적인지, 아니면 신경과민인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셜록 홈스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당신의 흔적이 당신의 모든 것을 말해 준다
그는 "사람들이 어떤 공간 속에서 하는 행동들은 대부분 자기 성향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가령 제가 여기 제 책상 위에 메모지를 이곳저곳에 잔뜩 펼쳐놓은 것처럼 말이죠. (웃으며) 전 그렇게 정리를 잘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눈여겨보니 그의 책장의 책들도 그리 잘 정돈된 상태는 아니었다. 좁은 사무실 한쪽에는 평소 타고 다닌다는 자전거 두 대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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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실험자의 사무실은 전반적으로 거의 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벽에 그림도 없었고 방을 일부러 보기 좋게 꾸민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이걸 보고 방 주인이 굉장히 실용적인 걸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죠. 실제 금세 그 증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책상 전등 밑의 전선들이 굉장히 보기 흉하지만, 컴퓨터 등 책상 위 전자제품들이 작동되기에는 효과적으로 뒤엉켜 있었죠. 그리고 그의 책상 위 물건들 역시 굉장히 혼란스럽게 흩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한 번 더 생각했습니다. 피실험자가 본래 정리정돈에 무관심한 사람인지, 아니면 신경을 쓰지만 워낙 바빠서 어쩔 수 없이 그런 건지 말이죠. 가만 살펴보니 그는 흔히 다른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리 도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러 종류의 탁상용 다이어리, 연필꽂이, 최신 스타일의 스티커형 메모지들을요. 결국 이 모든 상황이 그가 정리정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현실에 밀려 이를 실천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고슬링 교수는 자동차나 이메일을 통해서도 그 사람의 성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는 보통 차 안의 라디오를 켜서 미리 세팅된 라디오 채널을 살펴봅니다. 가령 재즈음악 채널인지, 하드록 계열의 음악을 주로 트는 방송이었는지 말이죠. 시트에 과자 부스러기가 굴러다니지는 않는 지, 차체에 긁힌 곳은 없는지를 봐도 그 사람의 성격을 엿볼 수 있습니다. 평소 그 운전자가 깔끔한 사람인지 아니면 다소 과격한 성향의 운전자인지를요.
이메일 주소도 그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cute-rabbit(귀여운 토끼)', 'love-and-smile(사랑과 미소)' 이런 아이디를 쓰는 사람들은 대개 사교적이고 외향적이었습니다. 반면 내성적인 사람들은 이메일 주소에 특별한 의미 없이 숫자를 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메일 주소이면서도 개인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숫자의 나열은 다른 사람과의 결속감 부족을 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심지어 'setting sun(지는 해)'이나 'dictortional addict(왜곡된 중독)'같은 침울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고슬링 교수는 쓰레기통에도 많은 정보가 있다고 했다. 쓰레기통 안의 내용물들이야말로 실제로 일어난 행동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쓰레기통 안에서 구겨 버려진 구매 목록 리스트와 마트에서 실제 구입한 물건 영수증들이 나왔다고 칩시다. 둘을 비교하면 그 사람이 충동적인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좋은 단서가 됩니다. 계획적인 사람들은 대체로 사전에 짜놓은 목록 안에서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입니다."
영국 출신인 그는 미국으로 건너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8년 미국심리학회가 선정하는 '젊은 과학자들의 공헌을 기리는 과학상(Scientific Award for Early Career Contribution)'을 수상해 심리학계의 루키로 떠올랐다.
■일관성을 찾아내라
―스누핑을 할 때 주의할 점은 없나요?
"하나의 사실이나 물건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발견된 물건이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받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지급한 용품일 수도 있습니다. 방 안의 여러 사실을 충분히 관찰하고, 거기서 일관성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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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의 장식이나 메뉴 구성은 그 사람의 성격을 많이 반영합니다. 페이스북(facebook)에 본인이 쓴 프로필을 어떻게 꾸며놨는지도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또 평소 어떤 음악을 즐기고,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는 지도 그 사람의 성격을 짐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제대로 스누핑하면 직원 성과도 높일 수 있어
―스누핑을 경영에도 접목시킬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교수님이 팀의 리더라면 어떤 식으로 활용하시겠습니까.
"리더라면 동기 부여가 가장 중요할 텐데요. 이 점에서 스누핑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스스로에 대해 갖는 생각이나 실질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정확하게 알 수도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겉으로 말하는 것과 실제 속마음은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누핑은 속마음을 알아차리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책상에 비싼 자동차 사진을 붙여 놓은 직원에게는 아마도 자신이 하는 일이 재정적으로 어떤 이익을 안겨주게 될지 설명하는 게 효과적일 겁니다. 반면 가족이나 친구 사진을 많이 붙여놓은 사람들은 사회적 연결고리를 중요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크겠죠. 이들에게는 뭔가 그에 걸맞은 다른 기대 가치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의 책에서도, 그와의 만남에서도 스누핑에 대해 상식적인 수준 이상의 통찰력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은 기자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스누핑의 방법도 뭔가 새롭고 기발한 것을 기대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고 그와 만나고 나선 다른 사람들의 공간을 보다 눈여겨보는 습관이 생긴 건 사실이다.
고슬링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마지막으로 1시간 반 동안의 인터뷰를 끝냈다. "제가 여러분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물리적 공간이 갖고 있는 중요한 기능을 절대 놓치지 말라고요.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런 점을 잊고 삽니다. 한 사람의 공간이 그 사람을 반영한다는 너무 당연한 사실에서 대단히 중요한 단초가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