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outside] "탐욕은 선하다"던 게코가 돌아왔다

    •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뉴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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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0.08.21 03:00 | 수정 2010.08.21 08:00

      위기 국면 때마다 나오는 금융시장의 공통적 태도

      1987년 개봉된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주인공 고든 게코는 이렇게 선언했다. "탐욕은 선하다(Greed is good)."

      그의 신조는 당시 월스트리트를 이끄는 정신이었지만, 이런 신조도 1980년대 말 정크본드 시장의 붕괴와 저축대부조합 파산 사태로 막을 내렸다. 영화 속에서 게코는 결국 감옥에 갇힌다.

      한 세대가 지나,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월스트리트' 후속편에서 게코는 감옥에서 풀려나고 다시 금융가로 돌아온다. 영화 속에서 그가 등장하는 시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생긴 주택 버블이 터져 세계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경제 위기를 겪기 일보 직전이다.

      "탐욕은 선하다"는 주장은 금융위기 때마다 나타나는 공통적인 태도다. 그렇다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낳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주역(트레이더와 은행가)들은 1980년대 게코들보다 더 탐욕적이고, 거만하며 비도덕적이었나? 그렇지 않다. 도덕관념이 없고 탐욕스럽다는 점은 모든 세대를 걸쳐 금융시장에 나타나는 공통점이다.

      경영대학원에서 도덕과 숭고한 가치를 교육한다고 해서 이런 행태를 길들일 순 없다. 하지만 단기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금융계 사람들로 하여금 지나친 모험을 부추기는 현재의 보상 체계를 바꾼다면 가능하다. 어쩌면 최근 위기의 주범으로 찍힌 은행가, 트레이더 역시 보상 체계에 따라 이성적으로 움직인 셈이다. 그들에게 더 큰 보너스를 약속하지만, 결국 많은 금융기관을 도산에 이르게 하는 그런 보상 체계 말이다.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와 감독만으로 부족하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똑똑하고 탐욕스러운 은행가와 트레이더들은 언제나 새 규칙을 피해갈 방법을 찾는다. 둘째, 정부 감독 당국은 말할 것도 없고 금융회사의 CEO와 이사회 이사들조차 회사 안에 서로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수천 건의 수익·손실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감독할 수 없다. 셋째, 금융회사 CEO와 이사회 이사에게는 이해 상충 문제가 있다. 이들은 주주들의 이해를 정확히 대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새로 도입되는 규제나 감독 제도는 금융시장에 또 버블이 생기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첫째, 규제를 통해 금융계의 보상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은행들은 경쟁업체에 우수한 인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스스로는 보상 체계에 손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규제를 통해 리스크가 큰 투자의 경우 단기 성과에 따라 지급됐던 보너스를 보다 장기 성과에 따라 지급되도록 바뀌어야 한다.

      둘째,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했던 글래스-스티걸법을 폐지한 것은 실수였다. 과거 투자은행의 파트너들이 서로 무모한 투자를 하지 않도록 감시하던 파트너십 모델은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경쟁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장기업 모델로 대체됐다. 그런데 그런 높은 수익률은 과도한 차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 은행의 업무가 단순 여신에서 여신을 증권화해 유통시키는 쪽으로 변하면서 막대한 리스크 이전(移轉)이 일어난다. 결국 거듭되는 증권화 과정의 맨 마지막에 있는 사람은 막대한 위험에 노출되고 나머지는 그저 높은 수수료를 챙겨간다.

      셋째, 현재 금융시장과 금융회사는 이해 상충의 집합장이 됐는데, 이는 해소돼야 한다. 이런 충돌은 처음부터 내재해 있다. 금융회사들은 상업은행으로서의 업무, 투자은행 업무, 자기자본매매, 보험, 자산관리, 사모투자, 헤지펀드 등 여러 업무에 있어서 거래 양측 모두의 당사자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리인(agency) 문제도 심각하다.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려는 대리인(CEO나 임원, 트레이더, 은행가 등)의 활동을 주주들이 적절하게 감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중(二重) 대리인 문제도 있다. 최후의 주주인 개인 주주들은 금융회사의 이사회나 CEO를 직접 감독하지 못한다. 이들 개인 주주들은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대표되게 되는데, 문제는 이들 기관투자자의 이해관계가 금융회사의 CEO나 임원과 일치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금융위기는 이처럼 실패한 기업 지배구조의 결과이기도 하다.

      넷째, 도덕이나 숭고한 가치로는 탐욕을 통제할 수 없다. 탐욕은 오로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공포로 통제돼야 한다. 그리고 이 공포란 무모한 금융기관이나 대리인이 절대 국민 세금으로 구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다. 최근 위기 동안 이뤄진 구제조치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심화시켰다. 대형 금융회사는 망하지 않고 구제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인수를 통해 금융 회사들이 몸집을 불림으로써 시장의 왜곡 현상은 더 커졌다. 만약 기업이 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다면, 지나치게 큰 기업은 쪼개야 한다.

      이런 급진적인 개혁 없이는 또 다른 고든 게코와 찰스 폰지(Ponzi)가 나타날 것이고, 이들은 영화 '월스트리트' 속편에 등장하는 고든 게코처럼 더 악랄하고 탐욕스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