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BT에서 배우려는 것은…

입력 2010.07.24 03:04 | 수정 2010.07.24 11:09

1.소매 통신 시장에서 기업 대상 IT서비스로
2.인터넷+TV+전화 결합상품 비즈니스
3.거대 조직의 슬림화 더 유연하고 빠르게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왜 KT는 화상전화나 컨퍼런스콜을 적극 활용하지 않느냐"면서 역정을 냈다고 한다. 화상전화와 컨퍼런스콜 같은 가상회의는 KT가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용 IT 솔루션 중 하나다. 다른 회사에는 "이 솔루션을 채택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마케팅하면서 KT 스스로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보유한 IT·통신기술을 자기 조직 혁신에 활용한 BT의 사례에서 자극받은 것이다.

이 회장의 지시 이후 요즘 KT에선 가상 회의가 곳곳에서 열린다. 본사와 지방, 해외에 흩어져 있는 여러 부서 직원들이 공통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즉각 회의를 열어 의견을 교환하고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이를 통해 회사를 부서 중심이 아닌 이슈 기반의 기능적 조직으로 바꿔 놓겠다는 것이다.

요즘 KT의 달라진 모습에서는 BT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초고속인터넷을 중심으로 전화·휴대폰·IPTV를 결합한 번들링 상품 출시, 공격적인 요금정책, 아이폰 출시 등 앞장서 시장 분위기를 바꿔나가며 경쟁사들을 몰아붙이는 모습은 통신시장의 큰형님을 자처하며 점잔을 빼던 과거의 KT가 아니다. 2000년 이후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통신 공룡에서 굶주린 맹수로 거듭난 BT가 주문처럼 되뇌왔던 "기득권을 포기해야 살아남는다"는 모토를 실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일영 KT 부사장은 KT가 BT에서 배우려고 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라고 말했다.

첫째, 기업 고객 대상의 비즈니스, 이른바 B2B다. KT는 개인 대상의 소매 통신 서비스시장에서는 당분간 출혈 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BT처럼 기업 대상의 종합 IT서비스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둘째, 번들링 비즈니스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초기 투자는 KT가 BT를 앞선다. 하지만 BT와 달리 KT는 번들링 사업에 뒤늦게 참여했다. 상당 기간 초고속인터넷과 전화를 따로 마케팅해왔다. 규제당국(과거 정보통신부)이 허용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KT 스스로 통신업계의 '맏형'이라는 착각에 빠져 가격 경쟁과 통신업계의 수익 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 결합상품 출시를 꺼려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셋째, '스마트 워킹'이다. KT는 BT의 스마트 워킹을 벤치마킹해 3만5000여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을 슬림화하고 쉽게 낭비되는 내부 비용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BT처럼 조직 내의 관료주의를 무너뜨리고 마치 벤처기업처럼 유연하고 빠른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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