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needs'<니즈·기능적 필요>보다 'wants'<원츠·심리적 욕망>를 자극하라

    • 한양대 경영대 교수

입력 2010.07.17 03:07 | 수정 2010.07.21 18:58

홍성태 교수
'필요'만 따지면 수요창출에 한계
심리적 욕망 '원츠'에는 한계 없어
필요 없어도 사고 싶게 만들어야 해


20세기 마케팅의 핵심 용어(key word)가 '니즈(needs)'였다면, 21세기 마케팅의 핵심은 '원츠(wants)'로 바뀌었다. 오늘날 마케팅에 있어, 이 용어들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니즈는 '필요' 또는 '욕구'라고 해석돼 왔다. 말하자면 꼭 필요한 것을 가지려는 욕구라는 의미다. 반면 원츠는 기본적 욕구에 지장을 받지 않는, 즉 없어도 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 마케팅은 니즈 충족의 경쟁을 벗어나 원츠를 자극하는 아이디어 게임으로 변해가고 있다.

두 용어의 차이를 더 쉽게 이해하려면, 니즈는 기능적 필요(functional needs)의 약자이고, 원츠는 심리적 욕망(mental wants)의 줄임말이라는 점을 숙고해 보기 바란다.

사람들이 왜 넥타이를 매는 걸까. 다시 말해 넥타이의 기능은 무엇일까. 추워서 매는 것도 아니고, 나온 배를 가리려는 뜻도 아니다. 실상 넥타이 자체의 기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다만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심리적 욕망이 있을 뿐이다.

여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기능적 필요'로만 보면 수요와 가격에 한계가 생기지만, '심리적 욕망'의 관점에서 보면 수요나 가격의 한계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고전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넥타이를 몇 개나 가지고 있을까. 아마 적어도 열 개 이상은 될 것이다. 그런데 가령 넥타이를 또 선물로 받는다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만족도가 떨어질까? 아니다. 새로 받은 넥타이가 아주 멋지다면, 이미 가지고 있는 넥타이의 숫자와 상관없이 매우 만족할 것이다. 이처럼 심리적 욕망을 자극하면 수요의 제한이 없어진다.

그래서 수요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휴대전화가 고장 나지 않았는데도 아이폰4나 갤럭시S 등 새로운 기종이 나오면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바꾸려 한다. 인구 숫자와 니즈를 중심으로 잠재 수요를 예측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원츠의 세상에서는 수요를 얼마든지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욕망을 자극하면 가격의 한계도 없어진다. 노키아의 최고급 휴대전화 브랜드 '버투(Virtu)'는 MP3나 디지털카메라가 내장되어 있지 않은 단순한 기능의 휴대전화이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소재에 디자인도 세련되어 누구라도 갖고 싶은 생각이 든다. 버투는 3만2000달러를 호가하지만, 중동이나 동남아에서는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있다.

니즈만을 생각하면 매출이 답답해지고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 이른바 레드 오션이다. 그러나 원츠의 세상으로 눈을 돌리면 수요와 가격의 한계가 사라진 블루오션이 펼쳐진다.

선글라스의 기능은 태양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멋쟁이들은 볕이 없는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낀다. 그리고 막상 햇빛 아래에서는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쓰곤 한다. 말하자면,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한다는 선글라스의 기능 때문에만 착용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의 필요(needs)보다 자기의 개성을 나타내기 위한 욕망(wants)이 더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선글라스를 여러 개 가지고 있어도 멋진 선글라스를 보면 또 사고 싶어한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중에 〈Why People Buy Things They Don't Need〉라는 책이 있다. 즉 사람들은 앤티크 가구나 크리스털 컵처럼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왜 사려는 걸까라는 질문이다. 그 대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들이 원하기 때문(Because they want)'이다. 꼭 필요하지 않아도, 뭔가 마음이 원하도록 자극하면 수요가 생긴다는 말이다.

아들 녀석이 졸라대서 어른의 구두보다도 비싼 24만원짜리 나이키 농구화를 사준 적이 있다. 비싼 나이키 신발을 신는다고 점프가 두드러지게 잘 되거나 슛이 더 정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친구들과 농구 코트에 들어섰을 때 나이키를 신어야 주눅이 들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소속감'이라는 원츠를 충족하도록 해준다. 같은 브랜드를 쓰는 사람들끼리 마음속에 암묵적으로 생기는 소속감은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다.

값비싼 명품시계 중에는 숫자판에 '수백m 물속에서도 방수가 된다'고 쓰인 제품이 있다. 천안함 사건에서도 보아 알겠지만, 인간은 50m도 잠수하기 힘들다. 그러니 명품시계를 차고 바다 속 수백m까지 들어갈 일은 절대로 없다. 그런데 이 방수기능 때문에 가격이 무척이나 비싸다. 왜 쓸데없는 기능 때문에 가격을 더 치르려고 할까? 그냥 기분이 좋아서다. '자기만족'의 욕망이 충족되는 것이다.

수십만원짜리 명품 볼펜이라고 '볼펜 똥'이 안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똥 나오는 볼펜을 사람들은 왜 비싼 돈을 주고 사가는 걸까. 거꾸로, 똥이 나오는 볼펜을 어떻게 하면 수십만 원을 받고 팔 수 있을까.

그렇게 비싼 볼펜을 자기가 쓰려고 구매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 선물용으로 사는 것이다. 선물을 줌으로써, 즉 남을 기쁘게 함으로써 얻게 되는 '즐거움을 누리려는 욕망', 그것은 이미 기능의 문제가 아니다.

니즈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망,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망, 자기만족을 얻으려는 욕망, 기쁨을 나누고자 하는 욕망 등, 수많은 심리적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 그 욕망을 자극하는 원츠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수요와 가격의 제한이 없어진다. 시장을 끝없이 넓혀갈 수 있는 블루오션이 여기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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