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의 '건축 세계'

    • 서정일·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건축학)

입력 2010.06.19 03:13 | 수정 2010.06.19 03:15

차가운 콘크리트 속 자연과 인간의 공생(共生)

서정일
안도 다다오가 자신의 설계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벌이기 시작한 1970년대는 서양과 일본의 건축가들이 모더니즘(modernism)의 가치를 의심하면서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길을 모색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안도 다다오는 20세기 초·중반을 수놓았던 모더니즘 건축에 다시 천착해 자신만의 엄격한 모더니즘 스타일을 완성했다. 오늘날 많은 건축가가 확고한 원칙 없이 창작 활동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건축물의 목적과 재료, 공간, 주변 환경과 관계 맺는 방식을 새롭게 이해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는 강철이나 유리, 콘크리트와 같은 현대 건축의 대표적인 재료들을 자신의 논리와 감수성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구사했다. 특히 벽과 바닥과 천장을 노출 콘크리트로 에워싸서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요소들은 모두 없앤 채 극도로 단순하고 절제된 공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공간 안에 자연광이 미묘한 활기와 아름다움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가 빛의 교회(光の敎��·1990)다. 폭 6m, 길이 18m의 거대한 콘크리트 상자가 기본인 아주 단순한 구조인데, 앞쪽 벽에 낸 십자가 모양의 틈새로 빛이 들어오면서 풍부한 종교적 상징과 분위기를 빚어낸다. 콘크리트라는 가장 현대적 재료로 된 공간이지만, 안도 다다오는 "그 안에 유럽 로마네스크 수도원의 작은 예배당이 지닌 아름다움이 들어 있다"고 했다.

그는 건물 안에 물이나 바람을 끌어들이거나, 건물을 바깥의 자연으로 열어젖히는 식의 방법으로 인공과 자연의 조화를 모색했다. 현대 건축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건물과 자연과의 통일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안도 다다오의 작품들은 개인 주택에서부터 상업 건축, 종교 건축, 공공시설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건물이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는 법을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건축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안도 다다오는 늘 건물 하나 하나가 삭막하고 거대한 도시에 어떤 의미를 불어넣을지를 고민했다. 그래서 채택한 것이 이른바 '게릴라적 방법'이다. 즉 어떤 의미 있는 건물들이 하나 하나 연쇄적으로 지어지면 도시의 모습에도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이런 신념을 갖고 스미요시나가야(1976) 같은 초기 주택 작품에서 도시에 뿌리내려 생존하려는 개인의 저항을 표현하더니, 최근에는 고층 건물 꼭대기를 관통하는 도발적인 주택 디자인도 내놓고 있다.

안도 다다오는 20세기 이후 모더니즘 건축이 던진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건축의 공공적 가치에도 주목했다. 그는 건축의 공공성을 "사람들이 일상의 삶에서 자신이 있는 장소와 시간을 느끼고, 서로 만나서는 함께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2차 대전 이후 일본의 자유방임 경제체제에서 이러한 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한 채 사라졌다"고 비판하고, "나는 그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분투해 왔다"고 했다.

안도 다다오는 일본의 성장 일변도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점점 황폐해지는 도시 공간을 다양한 건물 디자인을 통해 회복시키려고 노력했다. 또 일본의 버블경제 시대에 지방자치단체의 건설 사업들에 자신이 생각하는 건축의 공공성을 불어넣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했다.

그는 지금도 놀랍도록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작품들을 내어놓으면서 현대 건축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그가 이룬 성과는 현대 건축의 전통에 대해 누구보다 진지하게 되물은 노력의 결과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