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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거실로 이사 나온 카길 수뇌부

윤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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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3 12:30


카길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정확한 카길의 본사 주소가 나오지 않습니다.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우편물 사서함 주소만 나와 있죠. 알고 보니 본사 건물이 여러 채랍니다. 데이비드 매클레넌 회장을 만나기로 한 본사는 와이제타라는 곳에 있는 '레이크 오피스(lake office)'. 미니애폴리스에서 차를 타고 30여분 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주변에 카길 말곤 볼 게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상상했죠. 옥수수밭 촤르륵 펼쳐진 벽지에 속을 알 수 없게 생긴 잿빛 건물이 아닐까. 뭐, 건물이 잿빛일 이유는 없지만 괜히 느낌은 그랬습니다. 제일 많이 들은 수식어가 '은둔의 곡물 거인' '소리없는 밥상의 지배자'였으니까요.


하지만 잿빛은 무슨. 인터뷰를 위해 찾은 카길 본사 앞의 잔디밭은 카길 로고색처럼 초록빛이었습니다. 건물 외관만 보면 리조트 같은 느낌이었죠. 내부야 여느 회사와 다를 것 없었지만, 창 밖만 보면 나가고 싶어서 '이런 곳에서 일이 될까' 싶었습니다. 데이비드 매클레넌 회장은 "전에 일하던 곳보다는 딱딱한 분위기"라며 "이곳에서 회장을 만나는 아시아 매체 기자는 당신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1940년대부터 카길 수뇌부는 일반 직원들과 떨어져 고풍스런 프랑스식 맨션에서 일했답니다. 'the chateau'란 별명이 붙은 건물에 벽난로만 13개인 저택에서요. 하지만 2015년 취임한 매클레넌 회장은 "직원들과 가까이에서 일하고 싶다"며 본사 이전을 결정했고, 직원들만 근무하던 이 건물을 고쳐 들어온 겁니다.건물만 옮긴 게 아닙니다. 매클레넌 회장은 전임 회장들에 비해 소셜미디어 활동 등 대외적으로 카길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때도 "점점 '투명성'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죠.  

**카길 수뇌부가 1940년대부터 일하던 프랑스식 맨션 / Wikicommons, Bobak Ha’eri



극적인 변화는 아닙니다. 직원들과 함께 일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일반 소비자에겐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숨어 있는 거물 기업으로 보입니다. 안방에서만 살던 사람이 거실로 나온 정도의 변화일까요. 하지만 비상장 기업에 늘 붙었던 '은둔' '베일' 같은 수식어를 벗고싶다는 의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비상장기업이 매분기마다 실적을 발표하는 건 물론 주주서한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으니까요. 감미료 등 식품사업에 더 박차를 가하는 카길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더 다가갈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매클레넌 회장은 매일매일 운동을 하는데, 꾸준히 한 가지만 하기보다 새로운 운동을 이것저것 시도하는 걸 즐긴답니다. 아래 그림은 "최근 제일 신기하고 재미있는 운동은 뉴욕에 있는 선생님의 지도에 맞춰 하는 화상 스피닝"'이라고 설명하던 그의 진지한 얼굴입니다(손동작이 포인트). 그날따라 매클레넌 회장이 "이 동네를 걷다보면 야생 칠면조가 자주 출몰한다"고 너스레를 많이 떨었는데, 얼마 전 카길이 칠면조 산지 추적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힌트를 준 거였나... 괜히 움찔했지만 제 생각이 과한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