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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야나이 다다시 회장 겸 사장의 뉴욕 인터뷰 후기입니다.

최원석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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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0 18:42

위클리비즈 11월18일자 야나이 다다시(68) 회장 인터뷰 기사에 대한 후기를 올려 봅니다.


야나이 회장은 유니클로의 지주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창업자이죠. 그리고 현재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이자 CEO 겸 사장입니다. 사실상 유니클로의 전부이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역입니다. 내후년이면 칠순인데 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극명한 장단점이 있습니다. 야나이 회장을 직접 만나면서, 그리고 유니클로의 역대 행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는 이번 뉴욕 행사에 참가해 유니클로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가지를 경험하면서 느낀 유니클로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세계와 한국의 어패럴산업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참고로 인터뷰 당시의 사진과 인터뷰 이후 야나이 회장, 니카쿠 도레이 사장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도 올려 봅니다. 첫번째 사진은 뉴욕 소호에서 가진 유니클로 회장과의 인터뷰 당시 모습입니다. 앞쪽에 야나이 회장이 보이고 제 뒷모습이 살짝 보이네요. 노트북을 켜놓고 있지만 질문을 보는 용도일뿐 실제로 그 앞에서 자판을 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노트북 왼쪽으로 제가 인터뷰때 항상 사용하는 태스캠(TASCAM) DR-5 스테레오 보이스레코더가 어렴풋이 보이네요. 두번째 사진은 인터뷰 이후 찍은 기념사진입니다. 맨 왼쪽이 니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 가운데가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의 지주회사) 회장 겸 사장, 그리고 저입니다. 저도 큰 키가 아닌데, 비교해보시면 야나이 회장이 꽤 단신임을 알 수 있습니다. 키는 경영에 전혀 중요하지 않죠. 하지만 어릴 때 단신이라는 것이 약간 콤플렉스여서, 훗날 사업을 크게 일구는데 그런 컴플렉스가 좋은 쪽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성사가 쉽지 않았습니다. 6개월 넘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요청을 하고 기안서를 보냈었는데요. 반복해서 보낸 기안서의 핵심은 ‘나는 유니클로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유니클로 기사를 한국에서 가장 잘 쓸 수 있다(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기안서를 보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야나이 회장은 나랑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걸 증명하기 위해 그동안 제가 썼던 여러 커버스토리 기사를 보냈고, 올해 7월에 위클리비즈에 한면 용으로 쓴 유니클로 분석기사도 보냈죠. 그리고 이를 본사 홍보실이 번역해서 회장에게 올려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여러 차례 요청에서 “어렵다”는 반응이 오기는 했는데요. 유니클로 일본 본사 홍보실 반응이 완전히 절망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이 사람이 유니클로라는 기업을 모르지는 않는구나’라는 쪽으로 생각이 좀 바뀌는 것은 인지했으니까요. 그래서 위클리비즈의 인지도와 영향력 등을 강조하고, 또 왜 내가 인터뷰를 하는 것이 유니클로에도 도움이 되는지를 반복해서 설명했죠. 그 사이에 많은 이메일이 오갔고 국내 유니클로 담당자분들과의 대화도 많이 있었습니다. 결국 10월 초쯤 인터뷰가 확정됐습니다. 도쿄에서 하기를 원했는데, 유니클로 측에서는 “뉴욕에서 야나이 회장이 유니클로로서는 아주 중요한 행사를 여니까, 이 때에 인터뷰를 했으면 한다”는 최종 연락이 왔습니다. 제 입장을 고수할 수는 없었죠. 당연히 뉴욕에서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뉴욕 행사에는 유니클로가 매장을 낸 나라들 중심으로 해외 기자들이 40~50명 정도 왔더군요. 알아보니 야나이 회장의 단독인터뷰는 저희 위클리비즈와 월스트리트저널 딱 두군데였습니다. 위클리비즈는 격주간이기 때문에 월스트리트저널이 인터뷰기사를 먼저 냈는데요. 다행히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는 미국시장 중심으로만 물어봐서 제가 쓸 내용과 중복되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뉴욕 행사는 소호에 있는 ‘스프링스튜디오’라는 한 독립된 전시공간을 빌려 열었습니다. 덕분에 인터뷰 뒤 잠시 여유시간을 이용해 주변 소호와 차이나타운 구경도 했습니다.

뉴욕 행사는 유니클로와 일본 화학소재회사 도레이의 공동개발로 나온 히트텍 15주년을 기념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습니다. 오전 9시쯤 야나이 회장과 도레이 니카쿠 아키히로 사장의 기조연설, 그리고 이후 인터뷰 세션이 있었고요. 이 때에 야나이 사장, 니카쿠 사장을 인터뷰 했고, 이 외에 유니클로 라이프웨어 마케팅전략의 입안자인 존 제이 유니클로 크리에이티브 총괄, 유니클로와 도레이의 실질 업무 파트너인 핵심 임원 두명도 인터뷰했습니다. 이후 유니클로와 도레이의 상품 전시장 견학이 있었고, 저녁에는 야나이 회장이 참석하는 간단한 스탠딩 파티가 상품 전시장 안에서 열렸습니다.


다음날 오전에는 MoMA에서 열리는 특별전 ‘Items: Is Fashion Modern?’에 갔습니다. 유니클로는 ‘유니클로 프리 프라이데이’라고 해서 매주 금요일 오후 3시 이후 MoMA에 입장하는 관객의 입장료를 대신 내주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의 후원기업 중 한 곳이기도 했고요. 여기에는 하나 타지마가 유니클로와 협업해 만든 히잡이 전시되기도 했는데요.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니클로의 모토 중 하나인 ‘Made for All’에 잘 부합되는 것 같았어요. 무슬림 여성까지 생각해서 이들이 더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신경 썼다는 것이 아주 좋아 보였습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그럼 야나이 회장을 직접 만나보고 느꼈던 유니클로의 장단점을 써보겠습니다. 장점은 ‘세가지의 자세’로 나눠 설명드리겠습니다. 단점은 꼭 단점만이라기 보다는 유니클로의 고민이자 우리기업들도 함께 생각해볼 문제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유니클로의 장점-세가지 자세>


1.자기 일을 꿰뚫고 솔선수범하는 경영자의 자세
 야나이 회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가 아주 기본적인 것을 철저히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선 그는 일 얘기를 할 때 눈이 빛납니다. 자기가 모든 일을 장악한 상태에서 얘기한다는 인상을 깊이 받았습니다. 그것은 카리스마 같은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나만을 파면서 일해온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죠.


미국의 왕년의 유명한 야구선수인 미키 맨틀은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매일같이 하는 일에 대해 놀라울만큼 무지하다”라고요. 정말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해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는거죠. 야나이는 자기 일에 대해 충실한 사람이이었습니다. 그는 단어 하나하나에 성심을 담아서 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얘기했습니다. 난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일단 “음… 어떨까요.”라는 식으로 깊이 생각을 한 뒤에 답을 했습니다. 대단히 멋진 말을 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말 하나하나를 나중에 곱씹어보면 거기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그런 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표정이나 눈빛이… 뭐랄까요. 어떤 자만심이나 자부심, 자신감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인터뷰가 있기 한주 전에 유니클로의 8월 결산(유니클로는 8월 결산법인입니다) 실적이 나왔는데요. 어패럴 산업이 세계적으로 과당 경쟁과 온라인회사들의 침식으로로 어려운 상황인데도, 매출, 영업이익 모두 사상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자축할 만도 한데, 그런 표정이 전혀 아니더군요. 그가 낸 책 중에 ‘성공은 하루만에 잊어라’는 제목의 책이 있는데요. 독선적이라는 평가를 일부에서 받기는 하지만, 창업자이면서도 자기도취형은 전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의 솔선수범의 자세입니다. 그냥 겉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드러나는 것 말입니다. 인터뷰를 한 날의 저녁 때 그는 유니클로 스탠딩 파티에도 잠시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이 때 유니클로와 협업을 하는 외국인 디자이너들도 몇 명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야나이 회장이 내빈들과 얘기 나누다 말고, 급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나가는 겁니다. 저는 야나이 회장이 무슨 회장 수행 비서인줄 알았습니다. 민첩하더군요. 알고보니 유니클로의 중요한 협업 디자이너 중 한 명이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야나이 회장 급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나가 그 디자이너에게 인사를 했던 겁니다. 보유 재산만 20조원에 일본에서 1~2위를 다투는 부자이고 일본을 대표하는 경영자이지만, 당시의 민첩함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저는 이 장면 하나에서 그가 일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자신의 사업을 얼마나 절박하게 생각하는지를 느꼈습니다.


2.이익을 추구하되,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으로 보는 자세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과거 얘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지난번 도쿄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을 인터뷰할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뛰어난 경영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본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유니클로는 일본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큰 성과를 냈고, 지금은 중국에서 아주 잘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시장의 영업이익은 거의 20% 수준에 육박합니다. 앞으로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더 커지면 유니클로의 중국매출은 점점 더 커지겠지요. 현재 연매출이 17조원 정도이고, 조만간 3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야나이 회장은 미국시장에 대한 도전을 얘기했습니다. 아직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시장은 아직까지도 흑자반전을 못하고 있으니까요. 이번 행사를 뉴욕에서 연 것도 앞으로 더 잘해야 할 지역에서 결전의 의지를 다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뉴욕 거리의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이 앞으로 어떤 옷을 입을지를 생각하면 흥분된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앞으로 입을 옷에 대해 고객의 변화에 맞춰가면서 최선의 옷을 제공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위해 유니클로는 지금 IT를 기반으로 한 물류개혁, 조직개혁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야나이 회장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부분입니다. 야나이 회장은 인터뷰에서 “유니클로는 패스트패션기업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조소매기업(SPA)에서 정보제조소매기업으로 바뀌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니클로는 기본적으로 ‘모노즈쿠리(물건만들기)’에 기반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제 ‘모노(物,물건)’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고토(事,무형의 가치나 체험 등)즈쿠리’를 향한 기업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야나이 회장의 지향점입니다. 이런 개혁을 왜 하냐는 거죠. 결국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야나이 회장이 처음에 유니클로의 SPA 모델을 만든것도 일본의 예전 옷판매 관행을 깨기 위한 것이었죠. 중간 유통 단계가 너무 많아 결국 소비자만 비싼 값에 옷을 사는 것을 바꾸겠다는 거였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지에서는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자 판매가는 그대로인 경우가 많죠. 그걸 왜 못고치느냐는 문제입니다. 야나이 회장은 유통과정을 뜯어고쳐 소비자가 싼값에 질좋은 의류를 사게 만들겠다고 마음먹었고, 결국 실행에 옮김으로써 성장했습니다. 결국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의 옷을 제공했기 때문에, 당시 일본 업계의 반발과 일본 의류업계의 유니클로 죽이기를 물리치고 지금의 성공을 이뤘을 겁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섬유산업으로 일어선 나라인 한국에서는 왜 유니클로 같은 기업이 만들어지지 못했을까? 또 최근에 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한국기업들은 왜 그럴까에 대한 답도 다 여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물건을 내거나 무엇을 바꾼다고 해도, 그것이 실은 소비자보다는 생산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경우가 많다는 거죠. 이익을 내고 싶더라도 그것은 반드시 소비자의 이익을 기반으로 한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기본을 잃으면 결국에는 이익을 높이려는 목표도 이루기 어렵다는 거죠. 유니클로가 일본에서 사양산업이라 불렸던 어패럴산업에서 아시아 1등, (자라, H&M에 이어) 세계 3위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철저한 소비자 관점의 이익을 추구려는 자세, 미래시장, 소비자의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을 견지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3.경쟁을 통해 자기개선을 이루려는 자세
 경쟁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보통 대기업 경영자들은 경쟁자를 어떻게든 무력화시키려 합니다. 상대가 막 커나가는 기업이라면 그 사업을 베낀다든지 하는 식으로 무력화시키기 쉽죠. 무조건 탓할 문제는 아닙니다. 더 커서 큰 위협이 되기 전에 싹을 자르는 건 전쟁의 기본 전략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유니클로가 지금까지 커 온 이유에는 경쟁을 통한 자기성찰의 면이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내부적으로나 글로벌 시장에서나 경쟁이 워낙 치열했던 거죠. 다시 말하면 유니클로는 상대적으로 매우 척박한 환경에서 스스로 살아남으면서 커온 기업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경쟁력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잘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을 이겨내면서 여기까지 온겁니다. 그런 자세를 이번 야나이 회장의 인터뷰에서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가장 힘든 일 고민스러운 일 하나만 꼽아달라”고 했더니 그는 “매일매일이 힘든 일의 연속이라 하나만 꼽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정말 매일같이 전세계 사업장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지고 이런 일을 해결해야 하는 나날의 연속”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면서 기업을 생존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엄살은 아니죠. 야나이 회장은 과거에 “일본에는 적수가 없다”고 말한 적도 있는데요. 이제는 일본 내수도 변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백화점 의류판매 모델은 유니클로의 적수가 안되는게 맞지만요.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는 일본 온라인 의류판매업체 ‘조조타운’의 경우는 현재 시가총액이 일본 백화점업계 1위인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의 배가 될만큼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의류판매 중심의 온라인 중고장터인 ‘메리카리’ 같은 곳도 극도의 합리성을 추구하는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지요. 시마무라 같은 일본 의류업체는 유니클로보다 더 낮은 가격에 좋은 품질의 의류를 제공하는 업체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조차 유니클로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자라, H&M 같은 기존 1,2위 업체의 지위가 굳건하고요. 게다가 아마존이 패션 쪽을 급속도로 불리고 있습니다. 특히 아마존재팬의 의류가 급성장 중이라서 유니클로의 안방시장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웨어업체도 최근 기능성 생활의류 쪽으로 침식해 들어오고 있지요.


야나이 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도 이런 모든 위협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이종격투기장’처럼 변하는 글로벌 의류업계에서도 유니클로가 더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유니클로가 작년부터 IT 물류개혁과 전사조직 개혁을 하는 것도 이런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야나이 회장은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는데 능한 인물입니다. 지금까지의 유니클로 성장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요. 유니클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해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유 역시 위기를 오히려 성장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기 때문일 겁니다. 야나이 회장을 만나보니 알 것 같았습니다.


<유니클로의 단점 혹은 고민>


1.디지털
 유니클로의 가장 큰 고민도 역시 디지털이라고 해야할 겁니다. 보통 온라인 구매에서 의류 판매는 제한적이었는데요. 전세계적으로 아마존이, 일본 내에서도 조조타운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디지털 판매가 급성장하게되면 글로벌 어패럴업계에서도 전세계에 매장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 반드시 그 회사의 힘이 아닐 수도 있는 시대가 올겁니다. 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많은 매장수가 부담이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겁니다. 이미 미국 갭이나 랄프로렌은 글로벌 매장수를 줄여나가고 있죠. 아메리칸어패럴은 올해 파산했습니다.


유니클로의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6%인데요. 이를 30%까지 올리려 하고 있지만 아직 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기업들은 여기에서 기회가 있을지 모릅니다. 어차피 자라나 유니클로처럼 전세계에 매장을 깔지 못했으니, 이제와서 이들을 따라간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승산이 적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얘기가 다를 수도 있죠. 어떻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조화시켜서 매출을 키워내느냐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매출이 절반이 넘는 SPA 브랜드를 만든다든가, 지금까지의 SPA 모델과는 다른 디지털에 특화된 SPA를 만들어낼 수는 없을지 하는 것입니다.


2.원맨 경영
 유니클로는 야나이 회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니클로 조직을 접하면서 그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창업자이자 CEO인 야나이 회장이 조직 전체를 장악하고,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불어넣고, 결정을 내립니다.


그런데 이것에는 단점도 있죠. 직원들, 특히 중간간부들이 자발적으로, 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이번 그런 분위기를 약간 느꼈습니다. 야나이 회장 겸 사장은 2002년 사장직을 젊은 간부에게 물려주고 회장으로 물러난 적이 있었는데요. 이 때에도 CEO타이틀을 그대로 갖고 있었죠. 일본에서 회장은 통상 명예직이나 대외용 성격이 강한데요. 당시에도 야나이는 CEO 타이틀을 유지하는 회장이었고, 젋은 사장은 COO 겸 사장이었습니다. 그나마다 3년 뒤에 다시 야나이 회장이 회장겸 사장으로 일선 복귀하면서 없던 일이 됐죠. 창업자이다 보니 회사가 위기에 처하는 모습을 보면 본인이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한 겁니다.


최근 몇 년간 영업이익률이 계속 떨어지면서 유니클로 위기론이 제기되기도 했었는데요. 올해 다시 사상최대 실적을 올린 것을 보면 어쨌든 야나이 회장이 대단한 경영자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야나이 회장은 70세가 되는 2년 후에 사장직을 회사 내부 임원에게 물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의 여러 급변하는 사업환경에서 조직을 재정비한 다음에 물려주겠다는 마음이 강한 것 같습니다. 물론 2년 뒤에 가봐야 결과는 알 수 있겠지요. 그 때에 가서도 만약 ‘사장은 물려주고 회장만 하는데 CEO 타이틀은 유지하겠다”고 해도, 지금 분위기라면 막을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장단점을 떠나 하나 생각해볼 문제가 있습니다. 야나이 회장은 ‘창업자로서’ 원맨경영을 하고 있고, 적어도 더 이상 원맨경영으로 회사를 지속성장시키기 이렵다는 자각은 충분히 하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그가 사실상 창업자 1세대(40여년전에 아버지의 양복점을 물려받긴 했지만, 아버지를 창업 1세대라 보기엔 무리가 있죠)라는 것은 한국 재벌기업들의 오너가문 경영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즉 야나이는 본인이 직접 세운 회사에 대해 모든 것을 장악한 상태에서 경영적 판단을 내리는 창업 1세대라는 것이죠. 한국 재벌기업들은 현재 3세, 4세가 기업의 ‘오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권한은 많은데 그 권한에 걸맞는 기업 장악력이나 능력을 보유하기가 쉽지 않죠. 유니클로의 경우 창업자가 경영자이다보니 본인 책임 아래 빠르게 결단을 내릴 수 있지만, 현재 한국의 재벌기업들은 (최근까지의 삼성 정도를 제외하면) 권한은 창업자 가문에 집중돼 있는데 그에 걸맞는 강력하고 빠른 의사결정은 잘 내려지지 않는, 즉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의 안좋은 점만을 모아놓은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어패럴 기업이 많고 재벌그룹 계열의 브랜드도 있는데, 유니클로와 같은 기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 유니클로는 현재 본사를 롯폰기에서 도쿄 항만지역인 아리아케로 옮기고 본사 기능과 핵심 물류센터로 하나로 엮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본사 인력 1000명을 하나의 거대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도록 함으로써 사내 각 부서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하는 작업도 함께 하고 있지요. 모든 것은 직원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시스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3.패션성
 야나이 회장은 유니클로 제품을 ‘라이프웨어’라고 지칭합니다. 옷이 아니라 사람을 빛내는 옷, 옷 자체가 아니라 옷의 조합을 통해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기본적이면서도 품질이 좋은 은근한 멋을 드러낼 수 있는 옷들을 만든다는 주의입니다. 하지만 역시 자라(ZARA) 등에 비해 패션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자라는 젊은이들의 유행을 실시간으로 포착해서 당일에 디자인부서로 그 정보를 보내고 이후 2주 내에 실시간 유행을 반영한 옷을 전세계 매장에 깔 수 있습니다. 유니클로처럼 대량으로 기본 제품을 만드는 것이 원가절감에 유리할 것 같은데, 실은 영업이익률 지표에서는 유니클로보다 자라가 월등히 높습니다. 자라의 영업이익률이 17~18% 정도인 반면, 유니클로는 9~10% 정도이니까요. 이유는 자라가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조금씩만 빨리 만들어 빨리 팔고 끝내는 방식인데 비해, 유니클로는 수요를 미리 예측한 뒤 기본 품목을 많이 만들어 까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예측이 잘못되면 재고가 대량으로 남을 수 있고 그러면 깎아팔거나 폐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이를 줄이기 위해 유니클로는 최근 모든 소비자 정보를 사내 전 부서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식으로 IT시스템을 바꾸고 전사 조직개편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품 사이클을 현재의 최장 6개월에서 10일로 크게 앞당기겠다는 매우 야심찬 계획이죠. 이건 아마 성공할 수 있을겁니다. 야나이 회장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또 조직 내에서도 시스템적으로나 사내 직원들의 의식적으로도 위기의식과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패럴산업의 본질 중 하나인 패션성에 있어서는 유니클로가 앞서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인터뷰에서 야나이 회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자라 모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오프라인 매장이든 온라인 매장이든(특히 온라인에서는 그렇죠) 소비자가 집어들고 싶어할만한 매력적인 제품을 많이 만들어야 할텐데요. 그런 면에서 유니클로도 과제가 많습니다. 특히 온라인 판매에서 아주 잘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죠. 이번 기사를 계기로 유니클로의 스마트폰 앱을 살펴봤는데요. 글쎄요. 저라면 앱의 환경부터 완전히 뜯어고칠 것 같습니다. 그리 만족스러운 사용자 환경은 아니더군요.


따라서 한국 어패럴 산업이 아직 기술력과 저변을 보유하고 있을 때에 유니클로와 승부하려면 역시 디지털과 패션성에서 차별화하는 방법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의 어패럴 기업들은 유니클로처럼 도레이(소재), 시마정밀기계(홀가먼트 니트 제작), 다이와하우스(물류) 등 일본 내 일류기업들과의 강력한 협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도 못합니다. 이제와서 유니클로의 강점을 정면으로 공격해봐야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물론 품질이나 서비스 면에서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을만큼의 신뢰도를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일테지만요. 전략적으로 현재 잘하고 있는 기업들이 충분히 못하고 있는 부분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은 왜 유니클로가 단지 옷 하나 팔아서 현대자동차(35조원)보다도 높은 시가총액(42조원)을 보유하게 됐는지, 어떻게 연 매출 17조원을 올리고 있고 곧 30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나이 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어패럴 산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또 “70억 인구 중에 40억이 이제부터 옷을 본격적으로 사입기 시작했고, 아시아 소비자들이 특히 옷을 사입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창업자인 그의 의지가 살아있고 제품과 조직이 받쳐준다면, 유니클로는 지금까지 30년간 계속 잘해왔듯이 앞으로도 잘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아냐이 회장을 직접 만나보니, 지금의 상황에 안주할 생각은 전혀 없어보이더군요. 야나이 회장의 의도 대로 연매출 30조원을 넘어 그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겠지요.


한국의 기업가들도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디지털과 패션성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잡아서, 유니클로 같은 혹은 유니클로는 넘어서는 어패럴기업을 만들어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섬유산업으로 시작해 기반을 일군 나라 아닙니까. 4차산업 같은 폼나는 것만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어패럴 산업 같은 아주 기본적인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미래와 성장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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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2018.01.10 18:12 신고
Weekly Biz애독자 입니다. 기자님이 올리신 인터뷰 후기 잘 보았습니다.
솔직히 기자님이 쓰신 이 인터뷰 후기가 저는 Weekly Biz보다 더 와닿고 실제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한 기사가 디지털 시대에 매일 무수히 쏟아지는 기사 중에 살아남을 수 있는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최원석 차장
2017.11.20 19:00 신고
카페 개발자님께 말씀 올립니다. 글을 쓰거나 사진을 올릴 때 설정값을 쓰라든지 알수 없는 오류가 여러번 발생합니다. 글을 올린 뒤에 그냥 사라져버려서 다시 올렸고, 사진은 일반 JPEG파일인데도 계속 오류가 나서 그림판에 넣었다가 하는 식으로 수정한 뒤에 겨우 올렸습니다. 하마터면 사진을 못올릴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