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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 모두 천재다 - 김홍국 하림 회장

안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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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4 09:22

안녕하십니까. 저는 조선비즈 산업부 안재만 기자라고 합니다.

저는 위클리비즈 소속은 아닙니다만 가끔 위클리비즈에도 기사를 씁니다. 깜냥은 안됩니다만 국내 대기업 경영자들의 경영 철학을 소개하곤 합니다.

저는 지난 6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을 만났고, 기사를 썼습니다. 하림을 평가절하하는 분들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만 김 회장이 두손으로 30대 그룹을 이뤄낸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항상 느끼지만.. 사업 하시는 분들은 확실히 일반 직장인들과는 다른 구석이 있습니다.

저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찾아갔으나 그날 김 회장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란 직업의 장점은 '월급을 받으면서' 동시에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많다는 점입니다.


김홍국 회장 인터뷰는 지면에는 약 15매 정도로 실렸으나 원문은 그보다 훨씬 풍성합니다. 실은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인터뷰가 3시 가까이 되어 끝났습니다. 모든 내용을 다 전달할 수는 없지만( 다 읽기엔 너무 지루하기도 하겠죠..) 지면에는 실리지 않았던, 초고를 여기에 남겨볼까 합니다.

인터넷의 장점은 지면과 달리 공간을 신경쓰지 않고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좋은 기사들이 묻히고 있을까 생각하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조선비즈는 기사를 구글 문서에다 작성합니다. 이 때문에 히스토리를 보면 기사의 원본과 데스킹을 거치는 과정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래 덧붙인 문서는 초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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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엔 순환 배치가 없다...적성 맞는 일하면 모두 천재>

-이런 신화를 쓴 성공 비결이 궁금하다.
“신화니 비결이니 하는 표현은 과찬이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자산이 10조원을 넘어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외할머니가 선물로 준 한마리 7원 하던 병아리가 큰 닭이 되자 마리당 250원에 팔았다. 당시 쌀 한가마니가 3000원 하던 시절이다. 그냥 재미있었다. 남들이 사양산업이라고 하는 농업분야에서 사업을 키워 온 노력을 평가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자부심도 느낀다. 이것을 성공이라고 한다면 그 비결은 상식적인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좋아하는 일에 도전한 결과물이다"

-초등학교 도덕교과서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인가.
“경영은 기본과 상식의 실천이다. 초등학교 도덕책 맨 앞엔 어른에게 90도로 인사하는 그림이 실려 있다. 이를 기업에 접목하면 소비자에게 잘하라는 뜻이다. 도덕책엔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정직하라, 약속을 지켜라, 질서를 지켜라 등등. 초등학교 도덕시간에 배우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회사가 크건 작건, 스타트업이건 글로벌 기업이건 상관없이 기본원리는 같다. 하림그룹의 경영철학은 상식을 바탕으로 단순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단순함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단순함이란 군더더기 없는 본질, 핵심이다. 인간의 세포 하나하나는 단순하지만 세포 50조~60조개가 모여 인간이 된다. 기업에 이를 접목시키면 직원 한명 한명을 적성에 맞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성에 맞는 일을 맡기면 인간은 모두 천재다. 적성에 맞는 문항을 내주면 모두 IQ(지능검사) 150이상 나온다. 적성대로 뽑으면 인재를 뽑는 것이다."

-직원을 적성에 맞게 배치하는 비결이 궁금하다.
"신입사원 모집할 때 성품 검사와 적성 검사를 하고 나서 적성에 맞게 배치한다. 뚜렷한 노하우나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검사와 면접, 상사와의 상성, 감을 고려해 결정하면 얼추 맞는다. 적성대로 배치됐다고 판단하면 그 곳에서 계속 근무한다. 하림그룹엔 순환 근무가 없다. 전문성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다. 전체 직원의 80~90%가량이 처음 배치받은 부서나 분야에서 근무 중이다."

김 회장은 적성 경영을 CEO(최고경영자)에도 적용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게 지론이다. 그 자리에 맞는 CEO라면 계속 믿고 맡긴다. 실제 하림그룹은 장수 CEO가 많다. 이범권(60) 선진 대표는 16년째, 이문용(68) 하림 대표는 15년째, 윤하운(62) 제일사료 대표는 12년째, 도상철(71) NS쇼핑 대표는 11년째, 변부홍(64) 올품 대표와 정학상(65) 팜스코 대표는 9년째, 이강수(69) 부회장 대표는 8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 CEO의 평균 근속연수는 3~4년 정도다.

김홍국 회장은 적성을 찾은 계열사 CEO로 도상철 대표를 꼽았다. 김 회장이 지난 2007년 NS쇼핑 대표에 1946년생인 도 대표를 앉힌다고 했을 때 안팎에서 '홈쇼핑은 나이 어리고 감각 있는 CEO가 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현재 NS쇼핑은 방송 프로그램의 60%를 식품으로 편성해야 하는 악조건 아래 있음에도 영업이익률이 18%(2016년 영업이익 790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적이 좋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도 대표는 월남 참전 용사 출신으로 사람 관리에 탁월하다"고 말했다. 

-임원진에 자주 당부하는 것이 있다면.
"15도의 경사길을 궁리하며 오르라고 말한다. 15도인 이유는 15도는 쉬지 않고 계속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은 15도 경사의 무대에서 연습해 실력이 더욱 탄탄해졌다. 혁신이라는 것은 어느 한순간 생기고 마는 것이 아니다. 40도, 90도 높이를 한번 올라갔다가 계속 쉬면 의미가 없다. 물론 15도 높이를 그냥 걷기만 하면 안 되고 궁리를 하면서 걷는 것이 중요하다. 궁리는 창의성을 말한다."


<스무 살 때 접한 통합경영...하림에 날개를 달다> 

김 회장은 만 20살이던 1977년 대전 유성의 신용협동조합 연수원에서 미국곡물학회에서 일했던 고(故) 박영인 박사와 한 일본인 박사의 통합경영 강연을 듣고 “바로 이거다"라며 무릎을 쳤다. 통합경영은 계열화시스템(기업이 개별 농장과 제휴해 도축, 유통, 판매를 일괄 운영하는 것)부터 시작해 가공업, 사료업, 물류업 등으로 확장하면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수직계열화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 때 하림그룹의 근간인 ‘삼장(농장-공장-시장)통합경영'이 싹텄나.
“그렇다. 당시 닭, 돼짓값이 폭락했음에도 가격이 그대로인 소시지를 보며 '나도 소시지나 만들어 팔까'라고 고민하던 찰나 통합경영이론을 접했다. 복음과 같은 소리였다. 유통 원리를 깨닫고 그다음부터 사업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 

김 회장은 강연을 듣고 박영인 박사를 찾아가 더 배우고 싶다고 사정했고, 얼마후 같이 미국엘 갔다. 당시 미국에서 본 공장이 알칸소에 있는 타이슨 사료공장이었다. 당시 타이슨 사료공장은 18명의 인원으로 60만톤의 사료를 생산하고 있었다. 3교대로 닭 사료만 생산하다 보니 능률이 높았다. 당시 국내 모 기업이 운영하던 4개의 사료공장에서 수백가지 사료를 40만~45만톤 생산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김 회장은 대전의 한 중고 공장을 고철값만 주고 인수해 타이슨 사료공장과 같은 형태로 닭사료 공장을 돌렸다. 또 국내 양계업계 최초로 병아리 위탁사육 시스템을 도입해 사업을 키웠다. 병아리 위탁 사육 시스템은 하림이 농가에 사료 등 재료를 공급하고 다 자란 닭을 넘겨받는 시스템이다. 농가는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고 하림은 부지, 인건비 부담 없이 닭을 공급받을 수 있다. 하림은 전국 600여개 육계 농가를 비롯해 1200개 농가와 제휴하고 있다. 

“저희가 추산하는 바에 따르면 하림과 계약을 맺은 육계 농가는 평균 1억1000만원대의 소득을 얻고 있습니다(매출 - 평균 경비)”(문경민 하림그룹 경영지원실 상무)

<팬오션 인수로 수직계열화 큰 그림 완성…..미래 먹거리는 바이오에너지·제약>

김 회장은 총 9건의 인수합병(M&A)을 모두 성공작으로 만들었다. 천하제일사료(사료 생산업체·2001년), 한국쎔벧(동물 의약품업체·2001년), 주원산오리(오리업체·2002년), 선진(돈육 가공업체·2007년), 팜스코(돈육 사육업체·2008년), 한강씨엠(급식업체·2008년), 알렌패밀리푸드(미국 닭고기업체·2011년), 팬오션(해운업체·2015년), 양재동 파이시티(부지·2016년)를 인수했다. 2001년 설립한 NS쇼핑은 방송 프로그램의 60%를 식품으로 편성해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영업이익률이 18%(2016년 영업이익 790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적이 좋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팬오션에 대해 “하림그룹의 기존 사업을 완전하게 만드는 반석”이라고 표현했다. 팬오션을 인수함에 따라 가축 사육, 식품 가공, 유통과 같은 기존 사업의 기반이 되는 곡물 분야에 본격 진출하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하림그룹은 우리나라에서 곡물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기업이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210만톤(1800억원) 규모의 곡물을 수입했다.

-대부분의 M&A가 성공했다. 원칙이나 기준, 철학을 공개해 달라.
"송아지를 큰 소로 키우려면 3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관리를 잘못해 병약해진 어른 소는 6개월만 잘 보살피면 건강을 회복해 정상적인 큰 소가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초체력은 좋은데 경영이 부실해서 허약해진 기업은 문제만 해결해주면 쉽게 정상을 찾고 기존 사업들과 좋은 시너지를 내게 된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만 인수한다."

-팬오션 인수할 때 ‘승자의 저주’니 이런 말도 나왔다. 
“경기가 좋을 때는 곡물 가격의 반 이상이 운임으로 나갈 정도로 곡물사업에서 해운 비중이 크다. 사료 부문을 확대하면서 7~8년 전부터 해운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했는데 팬오션이 때마침 매물로 나와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제일홀딩스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팬오션 인수와 관련해 남아있는 3300억원 차입금을 7월까지 모두 상환할 계획이다. 밖에서는 '승자의 저주'니 뭐니 이런 말들을 했지만 우린 내부적으로 안전한 딜이라고 판단했다. 우린 15도의 안전한 길을 걷는다."

-제2의 카길(Cargill, 세계 1위 곡물 메이저)을 목표로 하는 걸로 알고 있다. 
"팬오션을 통해 작년부터 곡물 운송업을 시작했고 곡물을 중심으로 향후 50년에 걸쳐 10단계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재는 3단계까지 와있다. 5년 내에 미국이나 브라질에 곡물 엘리베이터 등 곡물 선적 시스템을 갖출 예정인데 이 게 6단계쯤 된다. 최종 10단계는 섬유와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에너지, 제약 사업이다. 모두 곡물을 기반으로 한다."

<시장은 대대학(大大學)...나폴레옹 정주영 존경>

-대기업 폐해론, 중소기업 육성론에 대한 생각은.
"대기업은 악하고 중소기업은 선하다는 이분법적 사고부터 바꿔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나름의 역할이 있고 시장에서 생태계를 이루며 공존한다. 공존은 시장 기능에 의해 조절된다. 규제는 독과점과 사기, 폭력 등 시장자율을 해치는 행위를 막는 규제여야만 한다. 나는 시장을 대대학(大大學)이라고 부른다. 대학보다 크다는 뜻이다. 시장이 훨씬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시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나폴레옹 모자를 26억원에 경매받는 건 유명한 일화다. 
“나폴레옹은 '불가능은 없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긍정의 아이콘이다. 그는 서민의 아들로 태어났고 중학교 때 프랑스 말을 처음 배웠다. 키가 작아 군대에서 왕따를 당하며 시련을 겪었다. 시련을 이겨낸 덕에 그는 황제가 될 수 있었다. 도전 정신을 배우자는 측면에서 모자를 경매받아 판교시 NS쇼핑 건물 1층 나폴레옹 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다. 국내 경영자 중에서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존경한다. 경영은 지식이 아니라 성품과 혜안이라는 걸 보여주신 분이다. 조선소가 없는데 동전 하나(거북선이 그려져 있는 500원)로 선박을 수주했다."

-이리농고를 졸업하고 사업을 일으켰고, 뒤늦게 야간 대학을 나왔다. 
"대학에 간 건 어머니 뜻이었다. 6남매 중 나만 빼고 모두 대졸이다. 효도하는 마음으로 대학을 나왔다(호원대 경영학 94학번). 젊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긴 했지만 적성에도 맞지 않은 학과를 다니는 우리 대학 교육에는 큰 문제가 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도 재미가 없어서 대학을 중퇴한 것 아닐까 싶다."

-2세 상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상속은 경영 철학과 기업가 정신, 두려움과 리스크를 함께 넘겨주는 것이다. 오너가의 자녀들이 경영자로서 적성을 가지고 있고 훈련을 잘 받아 경영을 이어간다면 기업이나 국가 경제에도 바람직하지만 직접 경영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자신이 없으면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 나의 경우 아들(김준영씨)의 경영 능력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주식만 넘겨줄 것이다."


runman
2017.11.14 10:27 신고
지면에 못 다 쓴 내용을 보여주시는 것에 감사해요.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