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어, 같은 소주인데··· 이 술은 왜 이렇게 담백해? 예, 비결은 감압증류죠

Interview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입력 2020.07.10 03:00

[박순욱의 술술기행] (9) '화요' 문세희 대표의 '감압 증류 예찬론'

감압 증류 방식으로 내린 화요 주요 제품들. 왼쪽부터 화요 XP, 화요 25, 화요 41, 화요 17. / 화요
"감압 증류한 화요는 도수가 높아도 부드러워요."

국산 쌀로 만든 증류주 화요의 '고공 질주'가 지속하고 있다. 출시 11년 만인 2015년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더니, 작년엔 4년 만에 두 배인 2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기업 주류업체를 제외하고 전통소주 업체로서는 독보적인 실적이다. 전통주 업체 중 화요를 빼고는 연간 매출 10억원을 올리는 사례도 드물다. 화요는 최근에 프리미엄 제품인 화요XP 제품을 브랜디(과일 증류주)의 본고장인 프랑스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주류업계 최초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스마트팩토리(지능형 생산공장) 공정도 진행 중이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한 병에 1000원대인 '인공 감미료' 소주에 가려 쌀로 만든 증류식 고급 소주 대부분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유독 화요만 선전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화요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고도주임에도 불구하고 향과 맛이 담백하고 부드럽다는데 대부분의 소비자가 의견을 같이한다. 이뿐 아니다. 다른 증류주에서는 여전한 누룩취나 탄내가 없는 것도 고도주를 싫어하는 젊은 소비자들까지 모으는데 크게 효과를 봤다.

대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일수록 향이 독해 마시기가 부담스럽다. 그런데 화요는 어떻게 만들길래 독주임에도 맛과 향이 깔끔하면서도 부드러울 수 있을까? 화요 문세희 대표는 "대부분의 국내 증류주가 상압 방식을 택한 반면, 화요는 감압 방식을 택한 것이 술맛의 차별화 전략"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화요 초창기부터 화요의 모든 술을 직접 만든 화요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40년 주류 회사 경력 대부분을 증류주 개발에 쏟아온 국내의 대표적인 '증류주 전문가'다.

상압 증류와 감압 증류의 차이

―화요가 택한 감압 증류 방식은 어떤 건가?

"쌀로 만든 증류주는 우선 발효주인 막걸리를 만든다. 막걸리에 다시 열을 가해 내린 술이 증류주다. 이때 증류를 상압식으로 하느냐, 감압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향과 맛에 차이가 생긴다. 흔히 '소주고리'라고 알고 있는 전통 증류 방법인 상압 증류는 대기의 압력과 동일한 압력 상태에서 증류를 하는 것이다. 반면에 감압 증류는 감압 펌프를 이용해 증류기의 압력을 대기압보다 훨씬 낮추어 낮은 증류 온도에서 증류를 하는 방법이다.

상압 증류는 대부분 섭씨 80~95도 이상에서 증류해 고비점 화합물(높은 온도에서 생기는 미량 물질)의 함량이 높고, 열에 의한 반응물(탄내)의 생성이 많은 특징이 있다. 반면에 감압 방식에서는 섭씨 40~50도 정도에서 미리 증류를 하기 때문에 탄내가 거의 나지 않고 맛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다만 상압 증류에 비해 고비점 성분의 함량이 적어 다양한 향은 상압 방식보다 못하다."
경기도 여주 화요공장에서 문세희 화요 대표가 감압증류 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 박순욱 기자
―감압 증류를 하면 누룩취도 비교적 쉽게 없앨 수 있는데, 그 원리는?

"누룩은 공기 중의 여러 가지 미생물을 이용해 제조한다. 누룩취는 단일 성분에 의한 향기 성분이 아니고 여러 성분이 합쳐진 향기 성분이다. 감압 증류를 하면 낮은 온도에서 증류가 진행돼 누룩취의 원인 물질 중 고비점 성분들이 거의 생기지 않기 때문에 누룩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흔히 숙취의 원인이라고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 성분도 감압 방식에서 적게 생긴다는데.

"아세트알데히드는 증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성분 중 하나다. 아세트알데히드가 감압 증류 제품에 적은 것은 아세트알데히드의 비점(21도)이 낮기 때문이다. 증류 초기에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는 응축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압 펌프에 의해 외부로 빨려나가 버린다.

감압 증류 술 맛이 상압 제품보다 훨씬 부드러운 이유 중 하나가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적기 때문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자극성의 과일 향이 나서, 술에는 부정적인 요소를 가진 성분이다. 우리가 과음했을 때 다음 날 어김없이 찾아오는 숙취의 원인도 바로 아세트알데히드다. 그런데 이때의 아세트알데히드는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체내에서 생기는 물질이라서 감압 제품과 상압 제품 중 어느 방식이 현격하게 숙취가 많다, 적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성·젊은 층, 담백한 감압 증류주 선호

―하지만 상압 증류한 술은 향과 맛이 짙고 깊은 반면, 감압 술은 다소 가볍지 않나?

"술의 향미는 주성분인 에탄올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300여 종에 달하는 소량의 미량 성분들이 결정한다. 상압과 감압 증류의 본질적인 차이는 증류 온도다. 고온으로 증류하는 상압 증류는 이러한 미량 성분들이 저비점에서부터 고비점 성분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반면에 감압 증류는 증류 온도가 낮기 때문에 고비점 성분이 적게 나온다. 그래서 상압 증류 술은 향미가 농후하고, 감압 술은 소프트하고 담백한 특징을 갖게 된다.

고비점 물질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해서 감압 제품의 향이 상압보다 못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저비점 물질이 많아 오히려 술맛이 깨끗하다는 긍정적 반응도 많다. 일반적으로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의 개성이 도드라지는 술을 만들려면 상압을 선택하면 되고, 알코올 도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향과 맛이 부드러운 술을 만들려면 감압이 좋다."

―화요를 상압으로도 증류해봤는가?

"화요 역시 개발 과정에서 상압 증류도 해봤다. 하지만 '감압 방식 술이 더 낫다'는 소비자 반응이 많아 감압으로 증류하고 있다. 만약에 나중에 주류 소비자의 음주 취향이 상압 증류주의 농후한 향과 맛으로 변한다면 당연히 화요도 상압 증류를 고려하겠지만, 시장 흐름은 그 반대다. 최근 술의 메인 소비층 연령이 낮아지고, 여성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감압 증류주의 소프트하고 담백한 향과 맛을 더 선호하고 있다."

문세희(66)

1980 연세대 식품공학과 졸업
1980 진로 생산담당 이사
2003 화요 부사장
2020 화요 대표이사

화요

창립 2003년
공장 경기도 여주
주요 제품 화요 17, 25, 41, XP, 53
직원 84명
매출 213억원(2019년)

화제의 People 뉴스

"지금은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 연구개발에 더 쏟아붓겠다"
코로나로 쑥쑥 커지는 협업 도구 시장… 경쟁도 피말려
슬랙+트렐로+먼데이닷컴… 실리콘밸리에 돌풍을 일으키다
코로나 뚫고 훨훨 날다, 별 5개 달고
어, 같은 소주인데··· 이 술은 왜 이렇게 담백해? 예, 비결은 감압증류죠

오늘의 WEEKLY BIZ

알립니다
아들을 죽여 人肉 맛보게한 신하를 중용한 임금, 훗날…
'암흑의 숲'으로 들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유럽 기업 빈부격차 줄이려면 '범유럽 주식형 펀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인들이 코로나 위험 무릅쓰고 직장에 복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