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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랙+트렐로+먼데이닷컴… 실리콘밸리에 돌풍을 일으키다

Interview 새너제이(미국)·서울=류현정 조선비즈 실리콘밸리 특파원
입력 2020.07.10 03:00

[류현정의 New Innovators] 이주환 스윗 공동창업자 겸 CEO

"한국에서 건너온 팀이 슬랙(업무용 메신저)·트렐로(프로젝트 관리)·먼데이닷컴(시간표 시각화) 등 3대 협업 도구를 통합한 제품을 내놓겠다고 하니, 처음엔 아무도 안 믿었죠. 3대 회사는 모두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신생 기업)이거든요."

지난 2월 미국 레드우드시티의 폭스 시어터에서 스윗(Swit)이라는 이름이 불린 이후, 스윗은 협업 도구 회사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올랐다. 샌프란시스코에 직원 5명, 서울에 직원 40여 명을 둔 회사가 세계 최대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타트업 그라인드(Startup Grind)' 행사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성장 스타트업'으로 꼽힌 것이다. 이주환 스윗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뒤늦게 시상 무대로 뛰어나갔다. 미국 IT 전문 잡지 'CIO리뷰'도 스윗을 슬랙, MS팀스, 먼데이닷컴과 함께 유망한 원격(remote) 업무 도구라고 평가했다. 이 CEO는 "코로나 여파로 생각지도 못했던 신규 고객들이 들어온다"면서 "부동산업과 같은 비(非)IT 기업의 제품 구매 문의 비율이 10%에서 35%까지 치솟았다"고 했다.

스윗이 실리콘밸리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사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창업 멤버들은 10년이 넘는 도전과 성공, 실패 경험을 갖고 있다. 언어학 이론에 능통했던 이 CEO는 어학원과 학습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지니어스팩토리)을 창업했고, 옥션 창업 멤버인 임상석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회사를 미국 이베이에 매각한 후 필리핀에서 IT 기업을 만들었다. 이들은 2014년 시작한 학습 관리 소프트웨어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2017년 협업 도구 서비스 회사 '스윗'을 새로 만들었다.

스윗
메신저와 프로젝트·스케줄 관리를 통합

―3년 전 피봇(pivot·사업 전환)에 나선 이유는.

"교육 시장은 기존 제도와 얽혀 있어 변화를 일으키기가 쉽지 않았다. 시장을 공부해 보니 협업이 대세였다.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는 협업 도구를 절실하게 원했다. 이 바람에 올라타야겠다는 결단을 내린 데는 가트너(Gartner·IT 시장조사 기업)의 리포트를 2년 넘게 독파하듯 읽은 영향이 컸다. 우리는 그동안 경험한 모든 것을 '갈아 넣어' 협업 도구를 만들기로 했다. 성공하면 크게 성공하고 망할 것이면 빨리 망하는 실리콘밸리식 검증을 받아보자는 게 새 계획이었다. 개발 담당 한 팀이 통째로 나갔을 때, 지난해 초 제품 출시를 앞두고 직원들 사이의 긴장도가 높아졌을 때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기도 했다."

―후발 주자인 셈인데,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가.

"메신저 앱 따로, 프로젝트 관리 앱 따로, 시간표 앱 따로 쓰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 앱을 왔다 갔다 할 때 앱 전환 비용과 피로도가 생각보다 크다. 스윗은 3가지 협업 도구를 한데 모아둔 최초의 '올인원(all-in-one)' 제품이다. 앱이 통합돼 있으면 생산성이 올라간다. SAP 선임 엔지니어가 이 점을 극찬하는 리뷰를 공개적으로 올렸다. 실제로 스윗의 사용자 수 증가 속도는 경쟁사(슬랙) 초기보다 2배 이상 빠르다."

―2019년 초기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80억원에 이르는 첫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들에게 가볍게 시작하는 '린스타트업'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는 점, 협업 도구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설명했다. 린스타트업이란 최소 요건만 갖춘 제품(시제품)을 만든 뒤 시장 반응을 얻어 계속 제품을 혁신해 나가는 방법론이다. 린스타트업이 유행하던 모바일 초기 시장과 달리 지금은 경쟁이 치열하고 거대 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특히,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제품 완성도가 특정 수준에 이르지 않고는 의미 있는 피드백을 얻기 어렵다. 초기 투자 비용이 올라가는 이유다. 다행히 지난해 나온 스윗 1.0의 반응이 좋아 투자자들이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전 세계인들이 쓰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직원들의 자부심도 커졌다."

스윗의 제품 철학은 서로 다른 앱을 왔다 갔다 하는 데서 오는 피로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스윗은 구글 드라이브, 줌 등 다른 회사 앱과 연동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스윗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라

―내년에 나올 스윗 2.0에 대해 설명해달라.

"스윗 2.0은 경쟁사들은 감히 상상하지 못할 제품이 될 것이다. 스윗을 업무 환경에 맞게 변경해서 쓸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 코드를 몰라도 설정 값만 바꾸면 해당 기업이 원하는 업무 도구로 바뀐다는 뜻이다. 요즘 잘나가는 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즈포스도 제품을 맞춤형으로 고쳐 쓸 수 있도록 한 덕분에 한번 고객을 영원한 고객으로 만들었다."

―대학 때부터 창업을 했다. 후배 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고 실력으로 겨룰 수 있다. 제품 기획에 필요한 제대로 된 피드백도 얻을 수 있다. 본사가 클 필요는 없다. 스윗 직원도 대부분 본사가 아닌 지사인 서울 오피스에서 근무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이버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리적으로 항상 실리콘밸리에 있을 필요도 없다. 실리콘밸리는 이미 그 세상까지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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