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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의 詩에서 술 이름을 짓다

Analysis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0.03.06 03:00

15도 탁주 '濁如賢' 탁주는 현자 같아 약주 '淸比聖'은 청주는 성인에 비유 이백 '월하독작' 인용

인산가 술들은 인공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았다. 사진 왼쪽부터 적송자(72도), 월고해(42도), 청비성, 청비성 골드, 탁여현. / 인산가
인산가 양조장은 경남 함양의 삼봉산 해발 500여m 지점에 있다. 해발고도만 놓고 보면 전국의 양조장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양조장이 아닐까 한다. 미네랄 풍부한 물을 이용해 품질 좋은 찹쌀과 멥쌀, 직접 만든 누룩으로 술을 빚는다. 인산가의 술은 네 가지. 탁주 탁여현, 약주 청비성, 증류식 소주 월고해(42도)와 적송자(72도)다.

인산가의 술은 주선(酒仙·술의 신선)으로 유명한 중국 시인 이백과 관련이 깊다. 탁주 탁여현과 약주 청비성은 이백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달 아래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에서 이름을 따 왔다.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天若不愛酒]/ 술별은 하늘에 없었을 테고[酒星不在天]/ 땅 또한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地若不愛酒]/ 술샘이 땅에서 솟아났겠는가[地應無酒泉]/ 하늘도 땅도 술을 사랑한 것이니[天地旣愛酒]/ 술 좋아하는 게 하늘에 부끄러울 일일까[愛酒不愧天]/ 청주는 성인에 비유한다 들었고[已聞淸比聖]/ 탁주는 현자 같은 존재라 하더라[復道濁如賢]/ 성현이 모두 술을 즐기니[聖賢旣已飮]/ 무엇 때문에 따로 신선 되기를 바랄손가[何必求神仙]/ 석 잔 술에 대도를 통하고[三盃通大道]/ 한 말 술에 자연과 하나 되나니[一斗合自然]/ 이 모든 건 취해서야 얻는 즐거움이라[俱得醉中趣]/ 술 깬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소[勿謂醒者傳]."

이 시는 소위 애주가의 궤변이자 술의 덕을 찬양하는 주덕송(酒德頌)이라고 할 수 있다. '술을 좋아하는 것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다'고 했으니, 애주가로서 이보다 더한 '술 예찬론'은 동서고금을 다 뒤져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약주 청비성은 삼양주(세 번 담근 술)와 오양주(다섯 번 담근 술·청비성 골드)가 있다. 45일간 발효를 거친 뒤 또 영상 5도 저온에서 90일간 숙성으로 완성된다. 증류주 월고해는 오양주인 청비성 골드를 증류해 2년 숙성 기간을 거쳐 병입한다.

그럼 인산가 술맛은 어떨까. 탁주 탁여현은 높은 도수(15도)에도 걸쭉하지 않아 목 넘김이 아주 부드러웠다. 약주 청비성은 누룩 향이 좀 도드라져서 마시기가 약간 불편했다. 42도 증류식 소주 월고해는 뒤끝이 없는 깔끔함이 특징이었다. 물론 다음 날 숙취도 전혀 없었다.

알코올 도수가 무려 72도인 적송자는 왜 만들었을까. 김윤세 인산가 회장은 "알코올의 살균 소독 효과가 가장 좋은 농도가 70도 내외"라며 "해외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제품으로 만든 귀한 술"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쌀을 원료로 한 곡주를 발효시킬 때 약재를 넣은 신제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그는 "등소평이 즐겨 마셨다는 십전대보주, 북한의 유명 술인 단군장주(된장을 넣은 술) 같은 약재 술을 세계 명주로 내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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