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과거 성공, 혁신 없이는 미래 보장 못해"

Analysis 최종석 기자
입력 2020.02.21 03:00

[Cover Story] 미래 100년 이렇게 준비하라 佛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모르텐 벤네드센 교수

"한국에 '부자는 삼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죠? 이런 말이 신기하게도 세계 곳곳에 있어요. 미국에선 '셔츠 차림으로 시작해서 삼대 만에 다시 셔츠 차림으로(shirtsleeves to shirtsleeves in three generations)'라고 하고, 이탈리아에선 '마구간에서 별로 갔다가 다시 마구간으로(dalle stalle alle stelle alle stalle)'라고 해요. 하지만 세상엔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수만 개가 넘지요. 왜 그럴까요?"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모르텐 벤네드센 교수(경제학)는 WEEKLY BIZ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오랫동안 전 세계 가족기업, 장수기업을 연구해온 그의 대답이 궁금했다. 인시아드에는 가족기업을 연구하는 웬델 국제센터가 있는데 그가 원장을 맡고 있다.

벤네드센 교수는 이런 저주를 깬 장수기업들의 장수 비결로 세 가지를 꼽았다. 그들은 모두 ①민첩한 비즈니스 전략 ②장기 플랜 ③객관적인 경영 승계 모델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가족기업이라고 하면 전통을 굳게 지키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데 100년 이상 세기를 뛰어넘는 회사들은 오히려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변화와 혁신 의지가 무엇보다 강합니다. 그들은 과거의 성공이 현재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장수기업 CEO들에 대한 기억도 더듬었다. 벤네드센 교수는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들의 모임인 에노키안 협회의 기업들을 연구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만나본 장수기업 CEO들은 대부분 겸손했습니다. 그리고 바통을 쥐고 있는 릴레이 선수처럼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했습니다. 다음 세대에 좀 더 나은 회사를 물려줘야 한다는 책임감 말이죠. 그들의 DNA 속에는 이미 기업의 성장을 위한 장기 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장수기업들의 미래에 대해 그는 "비즈니스 환경이 매우 빨리 변하고 있어 장수기업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일부는 살아남아 오히려 번창할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시장의 변화를 얼마나 빨리 알아채고 적응하느냐라고 했다. 그는 1526년 설립된 이탈리아의 총기 회사 베레타를 예로 들었다. "그들은 변화의 흐름을 읽으며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습니다. 포켓 쌍안경 업체를 인수했고, 밤에도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나이트-비전' 고글에도 투자했죠. 그들은 이미 미래로 가고 있습니다."

그는 장수기업이 적은 한국에 대해 "높은 상속세가 경쟁력 있는 장수기업이 나오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실태조사 결과, 중견기업의 69.5%가 가업 승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상속세·증여세 부담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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