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노르웨이의 고등어 수출 업체 펠라지아(Pelagia)의 가공 공장에 들렀다가 공장 옆에 정박 중인 어선에 올라탔다. 작은 어선 위에서 그물로 끌어올린 고등어를 바로 회 쳐 먹는 장면을 상상한 기자는 입이 쩍 벌어졌다. 3600t짜리 배 안에 들어가니 마치 크루즈를 탄 것 같았다. 실내는 깔끔했고 조타실은 비행기 조종석처럼 생겼다. 영화관도 있다. 난방은 엔진 열을 활용해 돌린다. 엔진은 영국 롤스로이스에서 만들었다.
선장인 페테르 스마달씨는 터치패드를 들더니 "이것 하나로 배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조종할 수 있다"고 했다. 고등어를 저장하는 탱크도 클릭 한 번으로 청소할 수 있다. 세척할 때 뿌릴 물의 종류도 선택할 수 있다. 선원은 10명뿐이다. 대부분 시설이 자동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등어 떼의 위치를 파악하면 그물을 내려 에워싼 뒤 진공청소기처럼 생긴 '피시 펌프(fish pump)'를 그 속에 넣어 쫙 빨아들인다. 북해를 자유롭게 헤엄치던 고등어는 순식간에 바닷물과 함께 배 안의 탱크로 들어오게 된다. 고등어를 공장 라인으로 옮길 때도 피시 펌프를 이용한다. 사람 손 갈 일이 별로 없는 것이다. 탱크 안 물의 온도는 영하 2도. 고등어는 입수하자마자 숨이 끊어진다. 이 배엔 3층 건물 높이의 탱크가 10개 있다.
노르웨이는 쿼터제(어획량 할당 제도)를 철저하게 운영한다. 이 배는 1년에 2000t까지만 잡을 수 있다. 이날은 영국 근해까지 나가 고등어 850t을 잡아왔다. 건조한 지 4년 된 이 배는 노르웨이에서도 첨단이다. 건조 비용만 320억원이 들었다. 스마달씨는 "이 정도 수준의 고등어 배가 노르웨이에 80척 정도 있다"고 했다.
스마달씨는 노르웨이가 이런 배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합의 결과라고 했다. 노르웨이에선 1960년대 남획으로 주식처럼 먹었던 청어의 씨가 말랐다. 위기감에 정부와 어업인들은 함께 고민했고 영세한 어선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어선 수를 줄여 덩치를 키우니 먼바다까지 나갈 수 있게 됐고 수익성도 높아졌다. 기술 투자를 할 여유도 생겼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를 두고 "선박 산업과 수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