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를 해킹하다: Superfront저자 김상찬 편집 임보라가구에도 액세서리 시장이 있다휴대폰 액세서리의 시장 규모가 얼마인지 알고 있는가? 휴대폰 케이스, 보호필름 등을 판매하는 휴대폰 액세서리 시장은 2016년 한 해 동안 자그마치 65조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이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14% 수준에 이르는 놀라운 규모이다. 글로벌 단위의 인프라 투자와 기술 개발이 요구되는 스마트폰 사업과 달리, 단순히 휴대폰을 '장식'하는 플라스틱 필름과 케이스를 판매하는 시장이 이 정도로 거대한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참고: Global Mobile Phone Accessories Market Size, Demand, Opportunity & Growth Outlook 2023 (Research & Markets, 2017.07) 가구 업계에서도 액세서리 시장을 새롭게 발굴하여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이 존재하니, 바로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하는 스웨덴의 스타트업 Superfront(슈퍼프론트)이다. 2013년에 스웨덴에서 설립된 Superfront는 중고가 가구 제조 스타트업이지만, 완성된 가구를 다루지 않는다. 대신 이케아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상판, 옆판, 문, 문고리 등의 일부 가구 부품을 고급화하여 판매하는 회사이다. 물론 모든 제품은 이케아의 규격에 맞춰 제작되며, 이케아 제품을 조립할 때 Superfront의 제품과 함께 조립할 수 있도록 제공된다.
고객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대리석 상판에 차별화된 색상의 앞문, 고급스러운 가죽 손잡이를 가진 '고객 맞춤형 이케아 서랍장'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탈리아 및 북유럽의 진짜 고급 브랜드 가구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말이다.우리 가구는 프라다를 입고 있는 이케아와 같습니다. 럭셔리 가구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가구보다 멋지고 품위 있는 가구를 고객에게 삼분의 일, 또는 그 이하의 가격에 제공합니다. - Mick Born, 공동 창업자
가구 시장의 해커들대형 공룡 가구 사업자인 이케아의제품을 '해킹'하여 제공하는 업체들을'이케아 해커'라고 부른다스웨덴에는 Superfront 외에도 소파 커버나 천 등에 특화하여 스스로를 이케아 해커로 자처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알고 있듯이, 이케아는 합리적인 가격에 가구를 대량 생산하여 전 세계 시장으로 판매하는 독보적인 세계 최대 가구업체이다. 이케아의 시그니처 제품들은 단일 모델만 한 해에 수천만 대 이상 팔린다. 고객들이 최초 구매 이후에도 지속해서 부품을 추가 구매하여 직접 조립 및 조합하는 만큼, 많은 부품의 규격이 표준화되어 있다. 즉, 이케아는 타 업체들이 자신만의 맞춤형 상품을 제작할 수 있는 '오픈 소스'를 제공하는 셈이다.이케아는자신들의 제품에 기생하는해커들을 방치할까?이러한 해커들의 등장은 이케아에게 손해일까? 이케아 부품 대신 해커들의 부품을 구매하며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우려하여 소송을 걸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이케아는 이러한 기업들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 이케아에 근무하는 내 지인들은 다양하고 우수한 제품의 이케아 해커들이 이케아 제품을 더 다양하게 즐길 기회를 준다는 긍정적 의견을 주었다. 이케아가 중고가 럭셔리 가구 시장까지 고객을 확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비즈니스 파트너인 셈이다. Superfront 역시 이케아의 해커 기업인 걸 숨기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이케아를 기반으로 삼은 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물론 이케아는 중고가 시장에 대한 확대를 위해 자체적으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Hay, Tom Dixon 등 유명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개발하여 고객에게 더욱 고급스럽게 디자인된 이케아 상품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이케아의 이름으로는 부여하기 어려운 높은 가격과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타사와의 협력을 통해 확보함으로써 상호 윈-윈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Superfront 역시 자재, 파트너십 구축 등에 힘써온 결과 유명 디자이너 제품들과 대등한 수준의 자재 퀄리티와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함으로써, 고객 경험 확대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이케아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Superfront는 어떻게 차별화했을까?우수한 품질의 가죽과 금속을 사용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가구에 개성이 부여될 것입니다. 일반적인 이케아 제품과는 다르게. - Tove Greitz, 스톡홀름 쇼룸 매니저첫째, 이들은 사업 초기부터 합리적인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에 집중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웨덴에 이케아 해커가 Superfront만 있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 액세서리 시장처럼 유사 시장에 집중하는 소규모 저가 업체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하에 글로벌 시장까지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가구 액세서리 업체는 아직까지 Superfront가 유일하다.
Superfront는 타 고가 가구 브랜드처럼 고급 인테리어 잡지 및 유명 블로그 등에 자사의 상품을 노출하며 브랜드를 차별화했다. 타사가 이케아와 유사한 등급에서 선택의 폭을 약간 넓혀주는 데 그쳤다면, Superfront는 스웨덴의 유명 디자이너 Klas Ernflo와의 컬래버레이션 제품도 출시하며 경쟁사보다 한 단계 높은 급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통하여 잠깐 쓰고 버리는 트렌디한 일회용 가구 이미지의 이케아에,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세련된 멋을 보여주는 가구 이미지를 덧씌워 주는 데 성공했다. Superfront의 디자인 철학이기도 한 '세월을 초월한 모던함(modern timeless)'의 가치가 이케아의 이미지 변신을 통해 잘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둘째, 인테리어 업체와의 제휴이다. 스웨덴의 집 구매자는 대부분 Hemnet(헴넷)이란 부동산 중개 앱에 올라오는 집 판매 정보에 의존해서 집을 산다. 보통 구매자는 실구매 전에 약 수십~수백여 개 집 후보의 인테리어를 사진으로 둘러본다. 그 때문에 판매자는 최대한 좋은 가격에 집을 팔기 위해 고액을 들여서라도 인테리어에 투자할 이유가 생긴다. 인테리어에 수백만 원을 들여서라도 집을 수천만 원 더 비싸게 팔 기회를 만드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한국처럼 지역·평형·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집 가격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고, 쌍방 간 합의로 결정되기 때문에 구매자가 사고 싶게끔 집을 꾸미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집 판매 전 홍보사진 촬영 및 전시 행사를 위해 단기적으로 인테리어를 꾸며주거나 대여해주는 업체들이 많다. Superfront도 이러한 인테리어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여 중고가 주택거래 사이트 사진에 자사 브랜드 제품이 등장하도록 하였다. 아마 집 구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Superfront 제품으로 멋지게 꾸며진 집 사진을 수도 없이 보았을 것이다. 셋째, 탁월한 온라인 인터페이스와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가 빛을 발했다. Superfront는 다른 어떠한 경쟁사보다 직관적이고 우수한 웹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케아 제품과 함께 조립해야 하는 DIY 제품은 구매에 복잡성이 따른다. 만약 지나치게 구매과정이 복잡하다면 소비자의 거부감도 올라갈 것이기에, Superfront는 최대한 직관적인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쉽게 제품을 구성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필요한 제품을 선택하면 필요한 부품들이 제시되고, 고객은 원하는 색상과 무늬 등을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다. 아직까지 홈페이지가 스웨덴어 중심으로 되어있지만,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덕분인지 영어만을 구사하는 나 스스로도 제품 구성 및 주문을 할 수 있는 정도다.Superfront의 모든 제품은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그리고 스톡홀름 중심가에 플래그십 오프라인 쇼룸을 두어 구매 전 제품을 확인하고 경험할 수 있게끔 전시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대리석 상판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지 문의하니 직원이 대리석 공급업체의 공장을 직접 연결해주었고, 수백 가지 대리석 종류 중 온전히 내가 원하는 자재를 찾도록 지원해주었다. 보통의 스웨덴 기업들은 한국 대비 서비스 수준이 낮은 편인데 Superfront의 쇼룸은 이례적으로 높은 서비스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