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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와 이백의 글쓰기

Culture 김기훈 경제부 부장
입력 2019.09.27 03:00

[Editor's note]

김기훈 경제부 부장
중견 업체 L회장은 대략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 강남의 한 인문학 강좌에 참석, 동양 고전 강의를 듣는다. 그는 "수십 년 동안 회사 경영을 하면서 숫자만 따지다 보니 정서가 메말라서 인간에 대한 옛사람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 고전을 인용한 멋진 연설문을 쓰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L 회장이 멋진 '고전 연설문'을 쓸 수 있는 효과적인 학습법은 무엇일까. 고전학자들은 옛 문호들의 학습법과 글쓰기 방법을 연구해 볼 만하다고 말한다. 특히 중국 송나라 문호 소동파(蘇東坡·1036~1101)와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701~762)의 사례를 추천한다.

동파는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독서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조카사위 왕상(王庠)에게 쓴 편지에서 예전에 갈고 닦은 과거시험 합격 요령을 알려준다. 그는 "나의 젊은 시절에는 인명과 지명, 각종 숫자, 연대기, 책 제목 등을 달달 외워 썼다"며 독서할 때 암기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어 "책을 읽을 때는 핵심을 잘 파악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책은 풍부함이 바다와 같아서 온갖 내용을 다 갖고 있다[書富如入海, 百貨皆有之]"며 "책을 읽을 때에는 매번 목표 하나를 먼저 정한 뒤에 그것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每次作一意求之]"고 말했다. 인용할 만한 고사·전례를 찾을 때도 이 방식을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독서로 지식이 풍부해진 뒤에는 좋은 글을 써야 한다. 좋은 글은 어떤 글일까. 동파는 '사민사에게 답하는 편지[答謝民師書]'에서 사민사의 글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구름이 떠돌고 물이 흐르는 것 같다[行雲流水]. 고정된 형식은 없지만 가야 할 곳에서는 가고, 멈추지 않을 수 없는 곳에서는 멈춘다."

당나라 시인 이백은 자신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자연물에 비유하는 작법을 많이 썼다. 달, 술, 그림자, 강물, 배, 산은 그가 주로 사용한 수단들이었다. 혼자 술을 마실 때에는 '그림자를 벗 삼아' 마셨고, '내 술잔에 비친 달은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같은 달인데 옛 사람들은 다 어디 갔나'라고 한탄하곤 했다. 이백은 특히 자연물을 묘사하며 숫자를 동원한 과장법을 많이 썼다. 예컨대 중국 강서성 여산 폭포에서는 '물이 삼천 척을 수직 낙하한다(飛流直下三千尺)'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 폭포의 낙차는 3000척(1㎞)은커녕 155m밖에 안 된다. 배 타고 떠나는 친구에 대한 아쉬움의 크기를 과장된 숫자의 강물 깊이나 길이로 대신했다. 후대의 작가들은 심정을 표현할 때 이백의 이 '숫자 과장법'을 모범으로 삼아 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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