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中 기업은 베끼기만 한다? 옛날 얘기입니다

Analysis 남민우 기자
입력 2019.09.27 03:00

[Cover story] 중국 3세대 IT기업 돌풍 1980~90년대 1세대 선진국 제품 베끼기 2000년대 2세대 BAT 모방품 개량 단계 최근 3세대 IT기업은 개별 분야 독자 기술… 서구서 오히려 베껴

중국 타오바오의 라이브 커머스를 참고한 아마존 라이브에서 사용자들이 립스틱을 소개하고 있다. /아마존
중국의 IT(정보기술) 산업은 1980~90년대에는 선진국 제품을 베끼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모방품을 개량하는 수준으로 올라섰고, 이제는 거꾸로 영미권 IT 기업이 중국의 제품과 서비스를 모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올해는 특히 이러한 경향이 짙어졌는데, 올해 영미권 IT 기업이 주목했던 중국 기술 분야는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 '쇼트비디오(short video)' '수퍼앱(super app)' 등 크게 세 가지이다.

이 가운데 올해 모방 경쟁이 가장 뜨거운 분야는 라이브 커머스다. 알리바바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 스타트업 모구 등 주요 인터넷 상거래 기업들은 3~4년 전부터 1인 라이브 방송을 통한 상품 리뷰·판매 콘텐츠를 선보였다. 재치 있는 말솜씨를 가진 왕훙(網紅·소셜미디어 유명인)들이 마치 국내 TV 홈쇼핑 호스트처럼 화장품 등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2017년 무렵부터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단순히 제품 정보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상품을 만든 회사를 소개하고 현지 판매 매장 정보까지 전달해 판매사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라이브 커머스'가 홍보·마케팅 분야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키자 미국 IT 기업들도 최근 잇따라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를 따라 하는 서비스를 출시 중이다. 미국 아마존이 타오바오의 방송을 모방한 '아마존 라이브'를 올해 2월 출시했다. 이어 인스타그램이 올해 3월 인스타그램 태그로 물건을 구입하는 기능을 만들었다. 구글은 현재 계열사인 유튜브와 함께 올해 말쯤 쇼핑 추천, 광고 기능이 담긴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위챗, 알리페이, 메이퇀뎬핑 등 중국 상위권 인터넷 기업의 '수퍼앱' 역시 모방 대상이다. 수퍼앱이란 하나의 앱에서 30가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중국 최대 음식 배달앱인 메이퇀뎬핑의 앱에는 음식 배달은 물론, 음식점 후기, 영화 예매 등 다양한 기능이 담겨 있다. 영미권에서는 그동안 보통 심플한 디자인이 주류를 이뤘는데, 최근 점차 중국을 따라가는 기류가 생겨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은 중국의 이러한 '수퍼앱' 기능을 참조해 메시지앱에 챗봇, 모바일 결제, 게임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메신저 앱인 라인 역시 뉴스, 비디오, 만화, 결제 기능을 최근 새로 넣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사용률이 높은 10~15초짜리 쇼트비디오 콘텐츠도 출발점은 중국이었다. 세계 최대 유니콘 회사로 등극한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2012년부터 개척해온 분야이다.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이 '라쏘(Lasso)'라는 이름의 쇼트비디오 앱을 출시했고, 올해 초 미국 채팅앱인 스냅챗도 비슷한 형식의 동영상 서비스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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