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밀레니얼 세대 공략… 이렇게 하라
'칼스버그' 제시카 스펜스 CCO
RISE
칼스버그는 덴마크 왕실의 공식 맥주로서 안데르센과 더불어 덴마크의 '2대 자랑거리'로 꼽힌다. 칼스버그의 창업자가 개발한 발효법인 하면발효(라거) 방식은 현재 전 세계 맥주의 90%가 활용할 정도로 혁신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170년 기업' 칼스버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발발과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9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곤두박질쳤다. 경기 침체뿐 아니라 낡은 마케팅 방식에도 원인이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경영진이 여러 가지 밀레니얼 세대 대응책을 내놓고 나서야 2~3년 전부터 다시 성장세를 되찾았다. 칼스버그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제시카 스펜스(Spence) 최고상업책임자를 홍콩의 'RISE' 테크기업 행사장에서 만나 대응법을 들어봤다.
새로운 맥주 맛보려는 성향 강해
―밀레니얼 세대가 맥주 시장에 미친 영향은.
"밀레니얼 세대는 한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맥주를 맛보려는 성향이 강하다. 또한 다양한 브랜드 스토리에 관심이 있다. 10~15년 전의 와인이 진화했던 경로를 비슷하게 따라가는 모양새다. 다양한 수제 맥주가 인기를 끈 것도 이런 배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변화가 칼스버그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몇 년 전 경영진의 가장 큰 고민은 거의 모든 사람이 칼스버그의 광고를 인지하고 있는데도 매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었다. 누구나 브랜드를 알고 있었으나 브랜드 이미지가 낡아 버린 탓에 '90초짜리 완벽한 TV 광고'만으로는 젊은 층에 어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나.
"여러 가지가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다. 세대가 바뀐다고 마케팅의 기본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조건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기보다는 170년 역사의 브랜드 스토리를 다시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창업 스토리를 재조명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한 창업 후 첫 맥주를 만들 때 사용한 맥주 효모를 회사 창고에서 끄집어내 맥주를 만들었다. 수질부터 제조 방식까지 모든 것을 19세기 옛날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1000병만 파는 한정판이었는데, 젊은 층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 방식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장밋빛 광고 문구는 되도록 자제하는 게 좋다. 칼스버그의 경우 '아마도 세계 최고 맥주'라는 광고 문구를 오랫동안 써왔는데, 이런 자화자찬식의 광고 문구에 젊은 층은 반응하지 않거나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마도 세계 최고 맥주가 아닐 수도?'라는 식으로 기존 광고 문구를 살짝 뒤틀어 접근한 적도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미디어 소비 방식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과거에는 3주짜리 TV 광고 캠페인으로 타깃 소비자의 약 80%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가능했다. 이들이 광고 기간 중 최소 3~4회는 광고를 본다는 가정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상당수 젊은 층이 TV 광고는 물론 TV를 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볼거리가 많아지면서 미디어 소비 방식도 매우 세부적으로 쪼개지고 있는 추세다."
칼스버그는 리버풀 축구팬을 겨냥해 유니폼 색깔인 빨간색 맥주를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 칼스버그
친환경 제품에 친숙감… 포장지 바꿔
―이런 특징을 감안한 마케팅 전략은 어떤 것이 있는가.
"특정 계층에 어필하는 마케팅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영국 축구팀인 리버풀(Liverpool)의 팬을 겨냥해 리버풀 유니폼 색깔인 빨간 맥주를 출시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불특정 다수를 공략하는 판매 채널 대신 바텐더를 활용하기도 했다. 특정 바텐더에게 브랜드 스토리를 알려 이들이 자연스럽게 칼스버그의 맥주를 소비자에게 권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이 단 1분이라도 자발적으로 칼스버그 맥주를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제품 디자인에는 어떤 변화를 줬나.
"밀레니얼 세대는 친환경 제품에 더 친숙함을 느낀다. 따라서 겉포장지를 없애고 복수의 맥주를 접착제로만 잇도록 맥주 포장 방식을 확 바꿨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시도였다. 맥주가 운반 중에 떨어지지는 않지만 소비자가 쉽게 뗄 수 있을 정도의 접착력을 구현하려 무려 4000개의 접착제를 만들었다. 이런 시도가 젊은 층에 어필했고, 비교적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