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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 통째로 올린 후 입소문 퍼뜨리는 넷플릭스… "리눅스 사랑해" 적과의 동침 불사한 마이크로소프트

Analysis 최종석 기자
입력 2019.06.21 03:00

[Cover Story] 흥하는 마케팅 망하는 마케팅 좋은 마케팅 소비자 철저 분석한 넷플릭스 마케팅, 190개국 1억5000만가구를 회원으로 외부와 단절 벗은 MS, 특허까지 개방해

2018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한 시민이 넷플릭스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블룸버그
①넷플릭스: 대중문화 트렌드를 따르다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업체다. 월 정액을 내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을 무제한 볼 수 있다. 유료 회원은 전 세계 190여 개국 1억4800만 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157억9000만달러(약 18조7000억원). 우리나라 전체 면세점 매출과 맞먹는다. 성장세도 빨라 매출이 2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불었다.

고속 성장의 비결로 전문가들은 철저한 소비자 분석과 '입소문' 마케팅을 꼽는다. 넷플릭스는 소비자의 소비 행태나 행위 패턴을 분석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07년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하면서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 TV 드라마를 통째로 올린 것도 그런 분석의 결과다. 당시 방송사들은 시리즈물을 1~2편씩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시청자를 TV 앞에 붙잡아두려고 했다. 그러나 시청 행태를 분석해 보니 의외로 드라마가 끝난 뒤 자기가 편한 시간에 몰아서 보는 사람이 많았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시리즈물 전편을 동시에 공개했다. 예상은 적중해 쉬는 날 여러 편을 '정주행(몰아보기)' 하는 소비자들이 넷플릭스에 몰렸다. 동영상을 폭식한다는 '빈지 와칭(binge watching)'이란 말이 유행어가 된 것도 이쯤부터다. 넷플릭스는 2013년 자체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출시했는데 이 드라마 역시 한 시즌을 통째로 공개하는 등 정주행용으로 만들었다.

2010년쯤엔 '넷플릭스 앤드 칠(Netflix and chill)'이란 말이 SNS(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됐다. 우리 식으로 옮기면 '라면 먹고 갈래?'이다. 우리 집에서 넷플릭스를 같이 보며 데이트하자는 뜻이다. 넷플릭스는 이런 새로운 대중문화 트렌드도 SNS 마케팅에서 적극 활용했다. 신조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까지 만들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넷플릭스가 사회적인 현상 내지 삶의 일부가 됐다"고 평가한다.

넷플릭스는 SNS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면서 '입소문' 마케팅의 명수로 발전했다. 무차별적으로 광고를 뿌리는 대신 재미있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올려 소비자들이 스스로 소문을 내게 한 것이다. 방송사들이 SNS에 드라마의 줄거리를 올리는 정도로 소극적인 마케팅을 한 반면, 넷플릭스는 꽤 잘 만든 맛보기 영상을 올려 클릭을 유도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영상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영상은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파됐다.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은 "영상 콘텐츠 업계의 후발 주자인 넷플릭스는 다른 업체와 점유율 격차를 줄이는 데 집착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소비자 트렌드와 대중문화의) 변화 흐름을 짚고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로이터
②마이크로소프트: 적과의 동침도 불사

IT 업계 관계자들은 소프트웨어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MS는 사티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14년 사티아 나델라가 MS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그만큼 변화의 폭이 크다는 것이다.

클라우드(가상의 저장 공간) 사업부 수석 부사장 출신인 나델라는 MS의 주력 비즈니스를 윈도와 MS오피스 등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로 바꾸었다. 기업 고객들에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를 적극 판매했다. 한 번에 정가로 팔던 엑셀·워드 등 MS오피스 프로그램도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해 매달 일정한 요금을 내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구독(subscription)' 방식의 '오피스 365' 제품이다.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기업 고객들은 클라우드로 몰렸다. 개별적으로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보다 구독 방식의 애저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MS가 기존 윈도·MS오피스 고객들을 상대로 집중 마케팅을 펼친 효과도 있었다.

MS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수입원이 생겼다. MS의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2014년 217억달러에서 지난해 322억달러로 48% 늘었다.

MS는 과거 PC 운영체제에 의존해 있을 당시 외부와 단절된 독점기업이었다. 그러나 클라우드로 주력 상품을 바꾼 이후에는 선두 주자인 아마존을 따라잡기 위해 경쟁사들과도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을 시작했다. 화룡점정은 지난달이었다. MS는 지난달 일본 소니와 차세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콘솔(가정용 게임기기) 시장에서 20년 가까이 라이벌 관계였던 두 회사가 손을 잡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AI(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아마존과도 손을 잡았다. 아마존의 AI인 알렉사에서도 MS의 AI인 코타나를 쓸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MS는 폴크스바겐, 그랩(동남아의 차량 공유 업체), 월마트 등 다양한 산업을 넘나들며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다.

개방성을 강조하는 오픈소스에 대한 접근 방법도 달라졌다. 스티브 발머 전 CEO는 오픈소스를 '암'에 비유할 정도로 적대적이었지만 나델라는 오픈소스 운영 체제인 '리눅스'를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다.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리눅스 운영체제를 적극 도입했다.

작년엔 오픈소스 공유 서비스인 깃허브(GitHub)를 75억달러에 인수했고 갖고 있던 특허 6만개를 무료로 개방하기도 했다. 자기 노하우를 공개하며 기업 고객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윈도 마케팅에, 현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클라우드 마케팅에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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