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나는 참모다'… 리더를 빛낸 역사적 인물11명 + 4가지 유형
①분업형: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
벤처기업에 불과하던 페북, 샌드버그 합류 후 저커버그와 업무 나눠
샌드버그, 광고 맡아 수익화에 성공
미국의 한 IT(정보기술) 전문 매체는 지난 2008년 흥미로운 기사를 냈다. 셰릴 샌드버그(Sandberg·49) 구글 부사장이 신생 기업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을 것이란 단독 보도였다. 그 무렵 샌드버그는 구글의 광고출판영업을 총괄하는 IT 업계 거물급 인재로, 미디어 업체인 워싱턴 포스트로 이직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보도는 사실로 드러났다. 샌드버그는 그해 3월 페이스북의 COO로 취임했다. 페이스북의 2인자이자 실질적인 경영자 자리였지만, 샌드버그가 신생 기업인 페이스북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놀라워했다.
샌드버그가 합류하던 2008년 당시 페이스북은 유망 스타트업이었다. 그 무렵 사용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초기 투자자들이 흥분한 상태였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수익 기반은 상당히 취약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와 샌드버그는 각자 다른 영역을 맡는 방식으로 업무를 협업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제품과 인스타그램, 와츠앱 인수를 추진했고, 샌드버그는 데스크톱과 모바일 뉴스 피드에 광고를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소셜네트워크의 광고 판매 시스템을 총괄했다. 당시 실리콘밸리 내에는 섣불리 수익화를 시도했다가 낭패를 보는 벤처기업이 한둘이 아니었다. 페이스북도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벤처기업에 불과했을 뿐, 사업 계획도 변변치 못했다. 그렇게 벤처기업으로 남을 뻔했던 페이스북의 수익화를 성공시키고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으로 이끈 것이 바로 샌드버그다.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의 인사 구조를 개혁하고 광고 수익 모델을 개발한 끝에 적자 상태였던 회사를 1년 반 만인 2009년 9월에 흑자로 돌려놨다. 저커버그는 "샌드버그가 없었으면 우리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녀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저커버그 자리 비운 동안 엄청난 성과
사실 샌드버그가 페이스북의 2인자로 자리를 잡기까지에는 저커버그의 배려도 한몫했다. 샌드버그를 영입한 후 저커버그는 배낭여행을 가기 위해 회사에 안식월을 신청했다. 그런데 저커버그가 잠시 회사를 떠나 있기로 한 결정에는 다른 의도가 있었다. 페이스북의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샌드버그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샌드버그가 2인자 자리에 오르면서 이사회 임원이나 간부들 사이에서 소위 말하는 텃새나 알력 같은 게 보이고 있었다. 샌드버그가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선 회사 구성원들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얻어야 했다. 그것을 가장 빨리 얻는 방법은 페이스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저커버그 자신부터 샌드버그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저커버그가 독일과 터키, 인도, 일본 등 여러 나라로 배낭여행을 간 1개월 동안 페이스북은 엄청난 성과를 냈다. 샌드버그와 페이스북 임원들은 매일 저녁 사무실에서 배달 음식으로 식사하며 새로운 광고 콘셉트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소비자 참여형 광고'라는 새로운 방식의 획기적인 광고 콘셉트를 만들어냈다. 저커버그가 원하던 페이스북의 정신이 살아 있는 새로운 방식의 광고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고, 적자 상태였던 페이스북의 재무구조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외신들은 저커버그와 샌드버그에 대해 "'젊은 천재'와 '노련한 경영자'의 만남"이라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의 비전을 만든 것은 저커버그이지만 그런 페이스북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셰릴 샌드버그의 공이 절대적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