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8000개 매장 일제히 정신교육…

Analysis 남민우 기자
입력 2019.03.15 03:00

[Cover Story] 규율 속에 혁신하는 대기업 경영자들 ② 케빈 존슨 스타벅스 CEO

3년여 전 스타벅스 창업주 하워드 슐츠는 고민에 빠졌다. 이탈리아의 라바자(LaVazza)부터 샌프란시스코의 블루보틀, 독일의 JAB 등 수 많은 고급 커피 브랜드가 스타벅스의 아성을 위협하며 주요 고객층의 이탈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슐츠는 고민 끝에 스타벅스 리저브(Reserve)라는 자체 프리미엄 브랜드 매장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스타벅스의 싸구려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리저브 매장은 기존 스타벅스 매장보다 실내 장식이 고급스럽고, 경쟁사만큼 품질 좋은 커피와 디저트류를 판다. 슐츠는 당시 "프리미엄 매장을 1000개로 늘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2017년 슐츠의 뒤를 이어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던 케빈 존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프리미엄 매장을 단숨에 1000개나 만드는 것은 재무·마케팅 측면에서 여러모로 무리라고 봤다. 존슨은 공개 석상에서 슐츠의 생각에 반기를 들며 "리저브 매장 1000개 목표는 슐츠의 '희망 사항'이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근차근 움직이겠다"고 강조했다.

미래 대비해 선제적 규율 경영

보통 창업주의 말 한마디는 컨설팅 회사의 정교한 논리가 동원돼 반드시 수행해야 할 명령으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존슨은 2017년 취임한 이후 창업주의 전략에도 이처럼 엄격한 '규율'을 적용해 스타벅스를 이끌고 있다. 제아무리 창업주 생각이라도 잘못된 전략엔 과감하게 메스를 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취임 초기 회의 석상에서 "나는 슐츠가 아니라 케빈이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존슨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슐츠가 이끌던 시애틀 본사의 구조조정부터 단행했다. 너무 관리자가 많아 관료주의가 뿌리 내리고 내부 혁신이 싹틀 공간이 사라져갔다는 판단에 따라 350개의 본사 관리자 자리를 없앴다. 그는 뒤이어 미국 내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매장도 과감하게 폐쇄를 결정했다. 비록 현재의 매출과 영업이익 지표가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해도 방만 경영이 독(毒)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미래에 대비해 규율 경영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만을 줄이기 위해 이사회 대신 회사 내부의 공개 토론회를 통한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구조조정 속에서도 지난해에 매출 247억달러를 기록, 2009년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존슨의 엄격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지난해 8월 미국 필라델피아 스타벅스 매장에서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 발단은 필라델피아 시내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있던 흑인 남성 2명을 매장 직원이 신고한 일이었다. 당시 두 흑인 남성이 기다리고 있던 백인 부동산 업자가 뒤늦게 도착해 인종차별이라며 항의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수갑을 채웠고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존슨은 시애틀에서 필라델피아까지 날아가 매장에 앉아 있다가 경찰에 연행된 흑인 남성 2명을 찾아 직접 사과했다. 또 미국 내 8000여 매장을 하루 동안 닫고 17만5000명에 달하는 직원 교육을 실시하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경쟁이 치열한 커피 시장에서 직영 매장이 하루만 문을 닫아도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으나, 직원들의 '규율'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현재 이 인종차별 방지 교육은 신입 직원 채용 시 교육과정에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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