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생 100명이 3인 1조로 창업 토너먼트 생존 경쟁… 이색 MBA 인기몰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일부 국내외 기업들은 경영학 석사(MBA)에 대한 실효성을 의심하며 MBA 졸업생 채용을 꺼리거나 줄이기 시작했다. 상종가를 치던 상위권 '톱 비즈니스 스쿨' 지원자마저도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 경영대학원 입학에 필요한 GMAT 시험을 주관하는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학기 입학 희망자 기준 미국 경영대학원 지원서는 2017년보다 7% 감소한 14만860건에 그쳤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는 추세임에도 경영대학원 인기는 사그라드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특성과 강점을 살려 선전하는 학교들이 있다. 미국 보스턴 인근 웰슬리의 밥슨(Bobson) 칼리지가 대표적이다. 밥슨 칼리지는 톱 MBA에 비해 국내에서 이름이 덜 알려졌지만 20년 이상 창업 부문에 있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히든 챔피언'이다. '기업가 정신 관련 프로그램이 우수한 학교' 순위에서 거의 1위다. 정원은 100명에도 못 미치지만 개교 이후 졸업생이 세운 기업이 6000여개를 넘을 정도로 창업에 집중한다. 입학생 전원은 매년 9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창업 아이템을 놓고 3인 1조로 토너먼트형 생존 경쟁을 벌이고, 여기서 살아남은 기업 가운데 일부는 대학 산하 법인으로 투자를 받아 실제 운영을 하며 실전 경험을 쌓는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과 윌리엄 그린 액센추어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데이비스 라이코스 창업자가 이곳에서 공부했다.
뉴욕대 경영대학원은 주간 MBA 대신 파트타임 MBA에 집중해 성공한 사례다. 주간 MBA에선 10위권 밖에 자리하지만 파트타임 MBA에선 매번 세 손가락 안에 들고 있다. 뉴욕대 경영대학원은 세계 금융 중심 맨해튼에 있는 덕에 월가에서 일하는 금융 전문가들 파트타임 과정 수요가 많다. 이들은 2년간 온전히 학업에 시간을 쏟기 어렵다 보니 직장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파트타임 과정을 선호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미국 대신 아시아권을 집중 공략해 자리 잡은 경우도 있다. 1994년 상하이에 문을 연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는 설립 25년 만인 올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세계 5위 경영대학원으로 뽑혔다. CEIBS는 MBA 가운데 '최고경영자과정(EMBA)'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학교들이 EMBA를 대체로 '번외' 과정이라 여기는 것과 달리 CEIBS는 정원 700명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로 EMBA를 운영한다. 상하이는 물론 베이징과 선전, 아프리카 가나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EMBA 과정을 위한 별도 캠퍼스도 설립했다. 중국 대학교 학부생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현상과 반대로 중국 유수 경영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해외 기업 임원진이 이 과정에 몰린다. 입학률이 지원자 대비 40% 수준으로 엄격한 관리 아래 운영된다.